나의 정답은 나에게 없다
나는 누구인가
오늘을 살아가는 명분은 ‘나는 누구인가’를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아는 것은 생각, 관념, 상상이 아니라 ‘현실, 경험, 깨달음’에서 저절로 피어 오른다.
'내가 가진 소질과 재능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사회에서 나의 역할과 위치를 아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나는 나를 모른다
나를 규정하는 이 모든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을 놓아야 한다. 내가 잘 생겼는지 못 생겼는지의 여부는 혼자 거울만 본다고 알 수 없다. 나를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나의 잘생김의 여부를 결정한다. 내가 누군지를 아는 것은 나 혼자 생각한다고 알 수 없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이다.
오늘날 내가 흔들리는 이유는, 나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주시하고 평가하는 주위의 소리에 귀를 막았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도, 내 일이 아니라며 눈을 찔끔 감았다. 한번 가보자고 재촉하는 마음의 순수함을, 하루에도 수십수백번 변하는 생각의 교활함으로 차단했다. 몇발짝만 더 나가면 바다인 것을, 첫 한발짝 내딛지 못해 모래사장에 머물고 말았다. 발가락 끝으로 살짝 닿은 바닷물의 차가움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육체적 존재의 나는 내가 아니다. 생각하는 나도 내가 아니다. 나의 완전체는 나와 나를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다. 나와 내 가족의 관계도 나고, 나와 친구들도 나의 일부다. 한국인으로서의 나도 나고, 세계인으로서의 나도 나다.
나를 만드는 무수한 연결고리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나를 알려고 노력하는 순간, 나의 진짜 본모습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방문을 닫고 외부로부터 나를 차단하기 전에, 집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나 아닌 모든 것들을 마주해야 한다. 그때부터 진짜 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