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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가구점이 아니다

나는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다

by 저스틴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는 것, 옷가게에서 SPA브랜드 옷을 사는 것, 요리채널을 보고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따라하는 것, 최신 스마트 기기를 사서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는 것.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필요에 의해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아도 계속 사게 되는 장난감과 동일하다.


흔히 마케팅 전공책이나 성공한 사업가들 일부가 말하길, “사람들,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뚜렷한 사용 목적이나 구매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틀렸지만, 그저 장난감처럼 한번 사보고자 하는 욕구가 곧 사람들의 니즈(needs)라는 점에서 맞다고도 볼 수 있다.


사람은 가구가 필요해서 이케아 가구에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he) 또는 그녀(she)는 이케아라는 크고 새로운 놀이터를 가는 것이다. 주말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눈이 말똥말똥한 자식들을 보며 부부는 이런 말을 하지 않는가? “오늘 어딜 한번 가볼까? 이케아 갈까? 스타필드갈까? 지방에 놀러갈까? 아니면 그냥 집에서 쉴까?” 이케아는 가구점이 아니다. 놀이터다. 그들은 가구, 인테리어, 식당과 같은 여러 놀이터를 한 부지에 모아놨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구를 조립해주지도, 배송해주지도 않는다. 다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그게 힘들다면 해주긴 해줄테니 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도 준다. “대신 싸잖아. 이 가격이면 그냥 가져가서 알아서 조립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애초에 가구가 아니었고, 회사의 비전과 방향은 매장을 한번만 슥 둘러봐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비단 이케아만 그럴까. 우린 영화를 보고 싶어 영화를 보는 게 아니다. 주말에 할 게 없어 대신 날씨 영향도 없고, 가격도 저렴한 영화를 볼 뿐이다. 정말 특정 영화가 보고 싶어 그것만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영화 개봉전 수없이 틀어대는 트레일러 예고편이 심어주는 일종의 착각이다. 단 1분짜리 예고편만 보고 어떻게 내 하루의 소중한 3시간을 헌납할 수 있단 말인가? 모른다. 그냥 재미있어 보이니까 가는 것이다. 재미로 가는 것이지, 정말 필요해서 가는 게 아니다.


심심함이 날로 더해가는 요즈음. 결국 누가 더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해주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시간과 돈을 맡긴다.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머리쓰면서, 적당히 성장해가는 느낌을 쥐어주는 것들에게 말이다. 영화, 게임, 스마트폰, 인터넷, 먹방, 쇼핑, 여행, 그 어떤 것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내가 다니는 회사, 직장도 내 심심함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서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굴려주고, 적당히 밥 먹여주고, 적당히 승진시켜주고, 적당히 월급주고, 적당히 퇴직금 주는 그런 곳 말이다. 아, 학교도 다르지 않다. 적당히 가르쳐 주고, 적당히 시험문제 알려주고, 적당히 시험보고, 적당히 학점주고, 적당히 졸업하는 곳 말이다. 그런 적당한 것들에 우리는 하루 24시간과 한번인 내 인생을 바치고 있다니.


모르면 당한다. 모르면 낚인다. 모르면 투자한다. 모르면 갖다 바친다. 모르면 허비한다. 모르면 착각한다. 모르면 후회한다. 언제까지 뒤만 돌아보며 살텐가. 모르는 것을 불평하기엔 세상은 너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문제는 나의 의지다. 내가 그 모름을 부끄러이 여기고 앎의 빛으로 나올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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