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각자 잘하는 것이 있었다
단거리 달리기를 잘해
초등학교 운동회 달리기 선수로 뛰는 친구가 있었고
공부를 잘해
전교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는 친구가 있었고
대인관계가 좋아
주위에 많은 친구를 거느린 친구가 있었고
말을 잘해
반장, 전교회장을 했던 친구가 있었고
상대 말 듣기를 잘해
힘든 친구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었고
웃는 걸 잘해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이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잘한다는 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돼 버렸고
못한다는 건
공부는 안하고 노래방, PC방만 다니는 게 돼 버렸다
이미 잘 하는 게 있는데
남이 잘하는 걸 나도 잘해야 된다고 하니
어느새
내가 잘하는 건 숨기고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살아야 했던 날들
입사 이력서란에 '강점, 단점'을 써야 되는데
나의 강점이 무엇이었는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고용주, 회사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나열하는
비참해진 나
나는 누가 만들었는가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