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채울 것인가
몇시간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단 1분이 주어져도
가치있는 삶을 보내는 사람이 있고
하루를 주어도
소중함을 모르고 허비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 24시간을 꽉 채우는 것보다
24분만이라도 꽉 채워쓴 적이 있던가
나는, 그리고 우리는
너무도 시간에 집착한다
20살에는 대학에 가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해야 하고
30대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하고
더 나이들기 전에 애기를 낳아야 하고
40이 되면 집 한채는 장만해야 하고
50이 되면 노후자금은 마련해야 하고
60이 되면 은퇴를 생각해야 하고
70이 되면 잘 늙을 준비를 해야 하고
80이 되면 잘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
해야 한다
해야 한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되는데
꼭 안 그래도 되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1년은 푹 쉬어도 되는데
굳이 대학 안 가도 다른 길도 많은데
20대 초반에 결혼할 수도 있는데
평생 내집 없이 살 수도 있는데
노후자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데
은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내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애기를 굳이 안 낳을 수도 있는데
수많은 '해야 한다'는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시간' 속에서
나를 무한히 괴롭힌다
시간을 지우면
시간만 지우면
오롯이 남는 건
나다
나만 남는다
내가 무엇을 하고
내가 무엇을 느끼고
내가 무엇을 배웠고
내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그것만이
진짜 나를 완성시킨다
시간은
나를 절대 완성시키지 않는다
100년이 지나도
내가 달라지지 않았다면
내가 성장하지 않았다면
내가 진짜 어른이 되지 않았다면
내 100년의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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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