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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달쌤 Nov 23. 2020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바라보면서......

#1. 스토너(STONER)

나도 독서록이 필요해!


아침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인사들을 나누고 늘 아침활동으로 독서록을 쓴다.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느낌이나 자신의 생각, 인상적인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늘 아이들에게 독서록을 시키면서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내용도 글도 중요하지만 이건 너의 성실도를 보는 거야."


학생들은 늘 반복적으로 아침마다 독서록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이 무언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10여분의 시간이 의미 있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나도 책 특히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읽고 책을 보관하기보다는 이렇게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의 관점으로 기록해 두고 싶어 졌다.


소설의 속도를 느껴라


소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이야기의 속도이다. 소설은 모두 다른 속도로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을 태워 간다. 너무 빨라서 정신없는 소설도 있고 때로는 너무 느려서 내가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은 책도 있다. 여름이 채 가기 전에 두 권의 책을 오랜만에 구입했다. 신간 베스트셀러 상단에 있던 '그 환자'와 새로 나온 책 속에서 노란색 표지에 절제된 표지 디자인이 눈에 띄는 'STONER'였다. 한 권은 엄청 빠른 속도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한 권은 느렸다. 두 권을 읽고 독서록에 첫 책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고 여운이 깊이 남는 스토너에 대해 쓰고 싶어 졌다.




어쩌면  사람의 평범한 인생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소설에는 반드시 흥미를 끄는 소재나 이야기가 나온다. 주로 살인, 전쟁, 비현실적(판타지)인 이야기, 사랑과 이별 등 여기서 벗어난 소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인지 전기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린다. 주인공 스토너의 일생 이야기가 주제이고 한 사람이 열심히 살아간 이야기이다. 마치 흑백 세계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인생의 색깔이 덧입혀진다고 할까...... 정말 늦가을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어릴 적 추억이 없는 스토너...... 지식의 무에서 유로 넓어지는 세계를 경험하다.



주인공 스토너의 일대기에서 그가 대학(컬럼비아)에 가기 전 이야기가 아주 짧다. 아니 거의 없다.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농사만 짓는다. 아침에 일러나 농사를 돕고 지친 몸으로 돌아온다. 무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친구 이야기도 사건도 없다. 마치 정지된 시간처럼 이야기는 아주 느리게 흘러간다. 집에서 세 식구는 어느 누구도 말이 없다. 일하고 조용히 식사하고 자고 또 일하고...... 처음부터 빠른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은 책을 내려놓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토너는 누군가의 소개로 아버지에게 대학에 갈 것을 권유받고, 농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농업 관련 학과에 간다. 그리고 교양강좌에서 영문학을 듣고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리고 교수 슬론에게 질문을 받는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이 소네트의 의미가 뭐지?"

스토너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리고 그는 영문학에 빠져든다. 매일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히기 시작하고 그는 자신이 보지 못한 세계를 혼자 묵묵히 어두운 방에서 늘 읽고 머릿속으로 펼치고 깊이 빠져든다. 사색과 상념이 그의 유일한 생활의 즐거움이 되고... 마침내 스토너는 영문과 교수 슬론에게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학생인지를 듣게 된다. 교육자로서의 길을 제안받고 스토너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삶이 곧 대학에서 삶이 된다.

스토너는 불행했을까? 행복했을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참 중요한 선택을 한다. 그중 배우자와 자녀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스토너는 젊은 시절 대학교에서 살다시피 한다. 연애도 여행도 친교에도 별다른 재능도 없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그런 그가 우연히 평생 친구 중 하나인 고든 핀치와 함께 간 파티에서 이디스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세상 보는 것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서로를 채 알아가기도 전에 결혼한다. 이디스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스토너를 선택했지만 그녀가 꿈꾸는 결혼 생활은 없었다. 공부와 지적 호기심이 많은 스토너, 보는 눈과 형식, 여자가 누려야 할 것에만 관심 있는 그녀... 마지막까지 두 사람에게 결혼은 불행으로 비친다. 그리고 아내 이디스는 아이를 갖고 싶어 딸 그레이스를 출산하지만 육아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아아는 그저 그녀에게 짐이고 부담이다. 스토너는 매일 같이 어린 딸을 씻기고 돌보고 모든 일을 다 한다. 이디스는 좁은 아파트에 사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고 거의 아이가 어릴 때는 친정에 가버리고 오지 않는다. 스토너는 인생에서 아내에게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다. 아내는 스토너의 인생관과 삶의 속도를 늘 비난하고 무시한다. 다행히 딸 그레이스는 스토너에게 큰 기쁨이요 행복이다. 어린 시절 늘 딸아이와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참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내 이디스는 딸아이를 스토너에게 떨어뜨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자신의 원하는 딸로 만들려고 애쓰지만 결국 딸은 불안하고 불행한 인생을 겪게 된다.


난 스토너의 성실함에 놀랐다. 늦은 시간까지 강의를 준비하고 마치고 오면 가정부에게 아이를 받아 기저귀를 빨고 밥을 먹이고 몇 년을 반복한다. 요즘 같으면 이혼이라도 할 텐데 말이다. 스토너의 안쓰러움이 읽는 동안에 전해졌다. 인생에서 결혼과 자녀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텐데 스토너는 실패했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그리고 인생의 중반기에 학부 학생과 사랑에 빠진다. 지적 사랑에 이어 연인이 되면서 짧게나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스토너의 사랑과 가정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지적인 기쁨을  평생 추구했으며 대학교 교단에 서는 것을 즐겼다. 책과 평생 했으며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이 그를 이끌어 갔다.


스토너(STONER)는 불행의 울타리 안에서도 최선을 다했으며 행복을 잊지 않았다.  


살면서 때로는......

    살면서 때로는 멈춰서 나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습관이 되고 자신을 비춰봄으로써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경험하게 된다. 세상은 우리에게 바쁨을 요구하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노력하고 경쟁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실패와 성공은 내가 아닌 세상이 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낙엽이 떨어지고 날씨가 차츰 겨울에 가까워지고 있다. 활기차던 주위의 생명력은 서서히 시들어 가고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주인공 스토너를 보면서 내게 던지는 질문이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순탄하지도 않은 한 남자의 이야기 스토너...... 나에게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게 한다.


" 삶은 우리에게 친절하지가 않다.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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