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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cdote Sep 10. 2019

마카롱

아빠 #1





아빠가 돌아가시고 자꾸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돌아가시기 몇 주 전인데,

정말 별 거 아닌 일상인데, 자꾸만 리플레이되는 장면.



좋아하는 마카롱 집에서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미리 주문해서 사다 집 냉동고에 넣어두었다.

그 날 저녁, 다 같이 티브이를 보는데 어기적 어기적 부엌으로 가 한참을 부스럭 야식거릴 뒤지시던 아빠.



무언가라도 찾은 듯 거실로 와, 거실에 누워 티브이 보는 나에게 약 올리듯 ㅡ 지금 생각하면 먹어 치운 게 미안해서 눈치 보는 듯 ㅡ 한 표정으로 서서 마카롱 껍질을 들고 계셨다.



순간 짜증이 어찌나 났던지.

그건 선물용인데, 아빤 평소 그런 거 먹지도 않으면서, 아빤 당뇨 있어서 단 거 먹으면 안 되면서!

오만 생각이 다 드는데 철이 든 건 아닐 테고 그날은 그런 바보 같은 미소로 내 짜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모습이 죄송스러웠던 건지,

아무튼 “아빠 잘 드셨어요 ~ 근데 많이 달 텐데?”라고 말하곤 방으로 쏙 들어와 버렸다.


스스로 나쁘지 않은 대처였다. 라며 대견했지만 생각할수록 내 마카롱이 어이가 없어서 선물하려던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왜 생전 먹지도 않던 마카롱을..” 이라며 구시렁

아빠가 드신 건 사실 6 개 중 고작 1-2 개였을 텐데.



눈을 감으면 자꾸 그 장면이 생각난다.

바보같이 마카롱을 뜬금없이 먹고는 내가 짜증 내길 기다리듯 서서 웃던 아빠의 모습.

불행 중 다행으로 아빠에게 그 날 만큼은 짜증 내지 않은 나에게 참 잘했다. 정말 큰 후회할 뻔했다 라는 안도감도 느껴지고.

또 한편으론 겉으론 아닌 척했지만 친구에게 내가 뱉은 말들.

그리고 그 말속에 “평소 먹지도 않던”이라는 말

“평소 먹지도 않던”


난 자꾸 그 말이 생각난다.

아빠는 왜 드시지도 않던 걸 드셨을까. 사람은 죽기 전 안 하던 행동을 한다던데. 그런 거였을까

내가 눈치챘으면 아빠는 돌아가지 않으셨을까.


난 마카롱을 보면 자꾸 이 장면이 떠오른다.

그깟 마카롱이 뭐라고 그깟 마카롱에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자꾸 맴도는 말.

아빠 죄송해요 그리고 다 드셔도 돼요~ 제가 자주 사드릴 걸. 아빠가 당뇨이기도 하고 이런 거 싫어하시는 줄로만 알았어요. 아빠 또 사면되니까 그냥 다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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