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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May 04. 2024

콘크리트 로드를 아시나요?


콘크리트 로드~ 어디까지나~

나무를 베고 계곡을 메워

웨스트 도쿄~ 마운틴 타마~~

나의 고향은 콘크리트 로드~~





얼마 전 어쩌다 우연히 어떤 노래를 듣게 됩니다. 노래는, 오랫동안 잊었던 기억을 불러오고, 얼굴이 밝아지며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합니다. 곧이어 코 끝이 찡해오며 그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납니다.

그 노래는 바로 Take me home, Contry Roads란 노래로, 지브리의 마지막 셀 에니메이션 영화인 '귀를 기울이면'의 메인 OST죠. 근데 왜 Contry Roads가 아니고 Concrete Roads냐구요?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콘크리트 로드는 극 중 주인공인 시즈쿠가 컨트리 로드를 번안하던 중 반쯤 장난 삼아 만든 버전의 가사 입니다. 거기에 대해선 잠깐 짧게 나오는 장면밖엔 없지만 왠지 그 장면이 저는 아주 맘에 들어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아마도 그 장면이 십 대 청소년의 풋풋함과 순수함을 잘 표현해서 그렇지 않나 합니다.

'귀를 기울이면'을 처음 본 게 벌써 20년도 더 되었는데 노래 하나에 그때의 감동과 감정이 그대로 살아나다니 참 신기합니다. 지브리의 OST가 오래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그런것 때문이겠죠.


'귀를 기울이면'에 삽입된 Take me home, Contry Roads는 John Denver가 부른 동명의 원곡을 일본어로 번안한 노래입니다. 컨트리 스타일의 원곡도 굉장히 좋지만 일본어로 번안한 컨트리 로드도 상당히 좋습니다. 두 노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원곡이 세상을 마음껏 떠돌다 지쳐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마음을 노래한 반면,  '귀를 기울이면'의 컨트리 로드는 그와는 정반대로 이제 시작하는 청춘의 꿈과 열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정말 '귀를 기울이면'의 내용에 맞는 번안이 아닐 수 없죠.


그럼 '귀를 기울이면'의 메인 OST인 Take me home, Contry Roads를 한 번 들어볼까요?

https://youtu.be/LkWwBFJhyqY?si=0HkTWF-RWI0WrSfS


노래를 들으면 왠지 '작은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쥔' 모습이 연상되 않나요?

상상해 보세요. 주먹을 불끈 쥔 작은 손으로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는 십대의 풋풋하고 당찬 모습을.

우리의 십 대가 떠오르고 동시에 이 시대의 많은 청소년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들만의 꿈을 찾아 고민하고 방황하며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지 않나요?

자신을 응원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귀를 기울이면'은 바로 그런 애니메이션이고 OST인 Take me home, Contry Roads는 바로 그런 노래입니다.


애니메이션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극 중 주인공인 시즈쿠는 어느 날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세이지의 모습을 보며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거죠. 자신의 라이벌,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앞서 나간다고 생각하면 으레 그런 마음이 들잖아요? 생에서 마음이 가장 부풀어 오르고 변화하는 십 대 때는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하겠죠.


그럴 때가 있지 않나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싶을 때, 꼭 해야만 할 때.

꿈을 좇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을 때, 평범함을 거부하고 싶을 때.


인생엔 반드시 어딘가로 나아가야만 하는 시점이 있습니다.

그 시작점이 어딘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아가야 할 때엔 반드시 나아가야 하죠.

어떤 비난도 어려움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죠.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은 때가 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때가 된다면 세상 누가 뭐라 하더라도,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그 길을 꼭 걸어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마치 바람이 불면 떠나야 하는 저 구름처럼 말이죠.


그 길의 끝이 실패라고 해도 우리는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실패는 종착지가 아니라 그저 지나는 과정일 뿐이니까요.

어떤걸 포기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하나에 대한 포기일뿐 나의 생에 대한 포기는 아닙니다.


자, 그러니 우리,

어느 날 운명의 바람이 우리의 등을 떠민다면

"두려워 말고 가자, 저녁 바람을 타고, 별까지 손이 닿도록!"


'귀를 기울이면'은 꿈과 성장의 영화며, 생에 단 한 번밖에 가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나와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제게는 그런 영화이고 그런 의미 입니다. 며칠전 우연히 이 노래를 들었을때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참 행복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여러분은 그런 영화나 노래가 없으신가요?

여러분만의 '콘크리트 로드'가.






'귀를 기울이면'은 넷플릭스에도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으면 꼭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컨트리 로드, 이 길을 계속 가면

고향에 닿을 듯한 기분이 들어 컨트리 로드

홀로 됨을 두려워 않고 힘내서 살기로 꿈을 정했네


외로움을 억누르고 굳은 마음으로 살아왔네

컨트리 로드, 이 길을 계속 가면

고향에 닿을 듯한 생각이 드는 컨트리 로드


아무리 외롭더라도 절대 눈물은 보이지 말자

마음이 급한 건지 발걸음이 빨라지네 추억을 지우기 위해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컨트리 로드


컨트리 로드, 내일이 와도

변함없이 나는 나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네

사요나라, 컨트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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