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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의 꼭대기에서

2021년 08월 02일

by 천우주

더위가 절정이다.

이보다 더 더울 수 없는 더위의 꼭대기, 그 꼭대기에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과 휴가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카톡의 프로필들은 저마다의 휴양지 사진들로 바뀌어가고 여타 SNS에도 휴가에 대한 온갖 계획과 후기가 넘실댄다.

내 마음도 싱숭댄다. 어딘지 모를 어디론가 가고 싶고, 한 두 달 모두 잊고 조용히 혼자만의 여행을 즐겨볼 소망도 가져본다.

그러다 보니 직장일도 설렁설렁, 흥미도 떨어지고 괜스레 그만두고 싶은 마음까지도 불쑥불쑥 올라온다.

하지만 샐러리맨의 일상이란 그런 것. 마음만 그럴 뿐 실행은 딴 세상 이야기다.

그래도 헛물이나마 퇴직을 생각하니 뭔가 준비는 해야겠단 마음도 든다. 나이는 점점 들것이고 그에 비해 기력은 쇠할 것이다.

지금의 내 자리는 올라오는 사람에게 넘겨줘야 할 것이다. 서글픈 생각도 조금 들지만 새것이 옛것이 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새것이 들어서는 건 이치에 맞는 일이니 나쁜 일은 아니다.

그때가 되면 나는 나의 ‘다른’ 자리를 찾아야겠지.

하지만 그게 어떤 자리인지는 모르겠다. 아직까진 호기심도 있고 건강도 문제없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변하고 바뀔 테니 그때가 왔을 때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역시 모르겠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이라도 해 볼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그러한 것들이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줄지도 모르는 거니깐.

아니 꼭 무언가 보상이 있지 않더라도 그저 단순히 나무토막처럼 흘러가는 것보다는 좀 더 나아지겠지.


더위의 꼭대기엔 휴가가 있다. 모두들 더위의 꼭짓점에서 더위를 피해 더위속으로 간다.

그렇게 떠난 드넓은 더위의 사막에서 오아시스처럼 숨겨진 자그만 공간을 찾아내 잠깐의 ‘휴식’을 즐길 것이다.

그리고 그 잠깐의 ‘쉼‘에서 다가올 계절과 다가올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어쩌면 내게 필요한 것도 잠깐의 ’ 쉼‘일지도 모르겠다. 앞날이든 뒷날이든 우선은 닥쳐온 일들을 하고 그 이상의 것들은 내버려 두기로 하자. 잠깐의 휴식도 갖자.

내가 안달하지 않더라도 우주는 잘 돌아갈 테니. 내 인생도 되는대로 또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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