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나들이 (feat. 하이스쿨 풋볼 경기)
어제 밤늦게, 11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다. 깜깜한 밤 운전도 오랜만이고 늦은 시간, 친구와 수다 떠는 것도 오랜만이디.
아이 학교가 지난 목요일에 개학했고, 어제 저녁엔 아이 학교의 하이스쿨 풋볼, 어웨이 경기가 있었다. 컬러 가드 활동을 하다 보니 풋볼 경기 때마다 응원하러 참여하게 된다. 마치 농구경기 하프타임에 치어리더팀처럼. 덕분에 엄마의 라이드가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아이 학교 친구 엄마이자 이제 어떤 의미에선 내 친구가 된, 친구와 아이들을 내려주고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다. 저녁을 먹고 커피 한 잔 사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아이들을 기다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이 정도로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몰랐으나 나는 사실 극 I 성향의 사람이고 손꼽을 정도의 적은 수의 가까운 친구와 교류한다.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사람과의 낱고 넓은 관계보다는 소수와의 깊고 좁은 관계를 선호한다. 낯가림은 당연하고…
이런 성향은 사실 믿음의 문제와 물려있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하다 보니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내 바운더리 안에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관심도 재능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인맥관리 같은 것엔 젬병이다. 이런 상격으로 어떻게 임원레벨 정도까지 승진을 했고 부서를 운영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다. 사실 한창 직장생활을 할 때는 내가 E 성향의 사람인 줄 알았으니까. 그때도 가까운 친구에게 ‘narrow 인간관계’라고 놀림을 받았으면서도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여전히 즐기지만 가끔은 어제와 같은 새로운 친구와의 서로를 알아가는 수다타임도 좋다는 생각이다. 알게 된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제야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내 생각과 마음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나눈 거 같다. 그 간엔 주로 듣기만 했는데 말이다. 가까워지고 친밀함을 느끼는 데 꼭 필요한 건 어느 정도의 방어막은 허물어 줄 수 있는 믿음이다. 이 정도는 넘어와서 가깝게 다가와도 좋아라는…
내 나이 마흔일곱. 정말 오랜만에 새 친구를 사귀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