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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un 23. 2024

영어, 그리고 미팅

  영어로 누군가와 길게 이야기를 나눠본 게, 정말 오랜만이다. 일을 그만둔게 벌써 근 4년, 그 사이 몇 번의 인터뷰를 진행한 걸 제외하면 1시간 넘게 영어로 떠든건 정말 오랜만인 듯 하다.

 학부모 봉사활동에 참여해 볼까해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간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보니 어쩌다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경직되고 했는데, 무엇이 되었건 목적이 있는 일을 논의하다보니 조금은 자연스러워지고 여유도 생기는 듯 하다. 거기에 더해 집중해서 뭔가 할 일이 생기니 것도 나쁘진 않은 듯 하고. 물론, 워크홀릭 상태로 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뭔가 시작하면 너무 몰두해 거기에 잠식되어 버리니 말이다.


두 시간 남짓, 두 명의 다른 학부모와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진행상황 체크를 위한 싱크업 미팅을 잡고, 회의록을 정리하고…그렇게 오후 시간을 보냈다. 언어라는 것이 사용하지 않다보면 쉽게 잊혀진다고 하던데, 그래도 십년 넘게 업무하며 익숙해진 덕일까, 아직은 불편하지 않은 듯 하다. 역시 생활영어보단 업무영어가 편한 걸까.


학부모 봉사활동도 올해가 마지막일거고,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마무리 되겠지. 그땐 좀 더 자유로울테니, 여행을 떠나거나 다른 계획을 세워도 좋겠단 생각을 더해본다. 잠시 멈추었던 스페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여행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을까. 밀리의 서재에 잔뜩 담아둔 스페인/포루투갈 관련 책도 슬슬 꺼내 읽어봐야겠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관계를 넓혀가기 시작한 것 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꽉 찬 하루였다. 마무리로 늦은 시간 아이와 함께 본 <프린세스 다이어리>도, 너~무 좋았다. 내 기억 속의 이야기를 아이와 공유한달까…입시준비 시작으로 바쁜 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공감할 것이 쌓여가는 요즘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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