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의 명상

소리에 대하여

by 지혜

언제부턴가 주변의 모든 소리들이 너무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침내 나를 괴롭히는 최대의 적이 되고 말았다. 일명 소리공포증, 또는 청각과민증.

그건 꽤 오래전부터 자각한 증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되기만 한다.

집에서는 욕실의 환풍기 소리,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

누군가 무얼 부스럭거리는 소리, 윗집의 청소기 미는 소리,

어쩌다 이웃집에 이사라도 오면 사다리차 위의 짐이 오르내리는 소리, 트럭의 엔진소리, 사람들의 대화소리, 이웃집 애완동물이 내는 소리,

이 모든 소리로부터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주중에 사무실에서 겪는 소음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프린터나 복합기 돌아가는 소리, 자주 울리는 전화벨 소리,

전화 통화 후 전화기를 내려놓을 때 들리는 딱, 하고 부딪히는 소리, 서류 정리할 때 종이 묶음을 책상 위에 탕탕 치는 소리, 누군가 찾아와서 큰 소리로 말하면서 문을 휙 닫고 나가는 소리, 사람들의 수다와 대화소리, 그밖의 수많은 소리들 속에서 하루를 견디며 생각한다.

내가 언제까지 이런 소리들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 절에 가면 목탁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을는지.

병원에선 해결책이 없고 약도 없다고, 그저 나더러 적응하라고만 한다.

소리공포증에 더불어 최근엔 앨리스증후군까지 더하여

나는 그야말로 견디는 삶을 살아간다.

똑같은 사물도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는 듯한 게 때론 내가 '나'가 아닌 듯한 이인증까지 더해져서 이쯤되면 거의 중증에 가까워졌다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정상이 아닌 걸까, 스스로 정상이 아니라 느끼는 걸까,

정상이 아닌 세상에 억지로 나를 끼워맞추고 살다보니 내가 변한 걸까, 적응할 수 없는 것에 적응하려 노력하다보니 변해 버린 걸까, 도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참는 것이든 견디는 것이든

무엇이든간에 나는 오늘도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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