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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파랑, 박물관에 속하지 않고 일을 하는 이유가 있어요?
[답변]
가장 큰 이유는 업무에서의 만족감이었어요. 저는 피드백이 빠르게 오고, 변화나 개선안을 즉각 적용하는 방식을 좋아해요. 하지만 조직 안에서는 말단 직원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실제로도 업무역량이 낮은 시기이기도 하고 해볼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건강까지 안 좋아져서 아플 정도였죠. 물론 지금도 기관과 일할 마음은 있어요. 과거보다 자율성이 주어지는 방식이라면요.
결국 기관이 변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 혜택이 돌아가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믿거든요. 하지만 제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무력감에 빠져 나이만 드는 건 싫었어요.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죠.
지금은 기관이 하기 어려운, 하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바로'관람자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만드는 일'이에요. 그간 방황하며 기획했던 프로그램들, 우연과 행운이 겹쳐 쓰게 된 책, 그리고 여러 자문 활동을 거치며 나름의 해답을 내린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기관과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고민해 보려 해요.
[질문]
지방에서 비전공자로 문화예술 커리어를 쌓아온 직장인입니다. 최근 퇴사 후 다시 구직 중인데 고민이 많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문화행정'을 원하는데 저는 '문화예술' 자체에 집중하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고,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일은 자신 있지만 프리랜서로 살기엔 스스로 너무 게으른 게 아닌가 싶어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파랑]
저도 예술행정직으로 일하다가 박물관(기관)을 거쳐, 지금은 결국 혼자 일하고 있어요. 당장 수익 여부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스스로 꾸준히 이끌어가는 경험을 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이런 고민은 결국 무언가를 해봐야 풀리더라고요. 나는, 세상은 어떤 식으로 일을 만들고 할 수 있는지… 그래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길 추천해요. 그게 프로그램이든, 뉴스레터든, SNS 계정이든, 모임이든 상관없어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는 건 저도 여전히 어렵고 피곤한 과정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혹은 나중에 시작했지만 저보다 훨씬 빠르게 자리 잡은 분들도 많아요. 저도 제가 답답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저만의 속도로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질문]
파랑님 계정을 보며 제가 좋아하는 주제라 팔로우하고 계속 보게 되었어요. 글을 쓰고 게시물을 올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거부감은 없으셨나요?
[파랑]
당연히 많았죠. 4년 전 이야기인데, 1년에 게시물 500개 올리기에 도전해서 300개 정도 채우기도 했거든요. 그때는 정말 막 올렸어요. 사진 한 장만 툭 올리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무작정 시도했던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은 조금 더 수월해진 것 같아요.
[질문]
계정 운영에 있어 큰 변화나 터닝포인트가 된 시기가 있었나요?
[파랑]
특별한 변화가 한번에 왔다기보다, 이런 일을 하는 게 포기가 안 돼서 그냥 계속했어요. 만약 기다림의 시간이 이렇게 길 줄 미리 알았다면 시작도 못 했을 거예요.
[질문]
게시물을 올리던 시기에는 어딘가 소속되어 일을 하셨나요?
[답변]
2019년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당시 소속된 집단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해서 혼자 하는 활동에는 '파랑'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어요. 7~8년 정도 계약직과 프리랜서를 오가며 지내고 있어요. 이제는 본명인 이연화도 병기해서 쓰고 있고요. 사실 게시물 300개를 썼던 건 대단한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이제 뭘 해야 하나' 막막한 마음에 발악하듯 써 내려간 거죠. 책 출간도 비슷해요. 기획한 프로그램 홍보가 너무 안 돼서 그 내용을 브런치에 올렸더니 출판 제안이 왔거든요. 그러니 꼭, 나만의 기록을 잘 남겨보셨으면 좋겠어요.
[질문]
경험을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막연히 '하고 싶다'거나 '기록을 꺼내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파랑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기록의 중요성이 와닿네요. 지난 전시 기록도 쓰다 멈췄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
좋은 질문해주셔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자님 감사합니다.
혹시 저에게 더 궁금한 지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할 수 있는 만큼 정리해서 공유드릴게요. 도움이 되었다면 좋아요, 댓글, 저장으로 반응해주세요.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꼭 공유해주세요. 그래서 쓰는거니까요. 덜 막막하게 살고 싶어요. 시작해서 성공하시면(?) 저도 좀 끌어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