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쓰는 편지
A에게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다. 많이 오지는 않는데, 우산을 안 들고 다니기에는 조금 그런 날이다. 하늘의 구름은 먹빛이다. 새삼스레, ‘먹구름’이라는 단어가 참 감각적이다 싶다.
편의상 너를 A라고 이름 붙였다. 편지를 써보려니 네가 생각났다. 이게 너한테 갈 일은 없으니까, ‘지나가는 행인 A’의 줄임말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너는 어떻게, 잘 지내고 있나. 너라면 아마 ‘그럭저럭’이라고 답하지 싶다.
너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냐. 나의 것은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 7월이 벌써 끝나간다. 이직하고 적응하랴, 수업 들으랴 바빠서 방학만 기다렸는데, 방학 한지도 한 달이 지났다. 나름 학기 때 못 해본 것도 하고, 알차게 보내려고는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세상에 불확실한 게 많아져서,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뭐 브런치 시작한 것도 나름의 성과라고 본다.
나는 요즘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마찬가지로 글 또한 어떤 것을 잘 쓸 수 있나 탐색 중이다. 여태까지 쓴 글을 살펴보면, 생각은 많이 하면서도 일기는 별로 안 썼다. 보고서나 기획서를 썼고, 세미나 발제문을 많이 썼다. 그리고 생각보다 편지를 많이 쓴 것 같다. 써놓고 붙이지 않은 편지도 있다.
편지도 잘 쓴 글이 될 수 있을까. 시중에 둘러보면 편지를 모아서 책으로 낸 것도, 서간체로 쓴 글도 종종 보인다. 열심히, 자주 쓰다 보면, 잘 쓸 수도 있겠지 싶다.
다만 편지의 아쉬운 점은, 상대방이 정해져 있고, 보다 내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로만 공유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있기에 글이 쉽게 쓰이지만, 관계가 사라지면 글 또한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까, 이건 하나의 궁리다.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쓰거나, 익명의 상대방에게 쓰는 편지. 혹은 편지를 가장한 일기. 지금 쓰는 게 그런 편지다. 이것도 쓰다 보면 요령이 생기겠지.
앞으로도 종종 너에게 편지를 쓰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