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야구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우재 Jun 19. 2018

강원 야구는 만년 약체? 이젠 옛말!

청룡기 ‘깜짝 놀랄 일’ 벌일 설악고·강릉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6월 16일자 기고한 글입니다.



강원은 고교야구에서 오랜 기간 ‘비주류’로 통했다.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데다 특출한 선수도 많지 않아 아무래도 존재감이 떨어졌다. 최근 10년 동안 메이저 전국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대통령배·봉황대기)에서 4강 이상 오른 팀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강원 팀은 전국대회 진출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어렵게 꿈의 무대를 밟더라도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게 보통이었다. 대다수 고교야구팬이 강원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은 이유다.


올해 지역쿼터 도입과 함께 인천과 붙어 있던 강원 권역이 독립하면서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듯했다. 전국대회 출전 문턱은 낮아지겠지만, 강원 팀끼리만 맞붙으면 역량과 경험 면에서 전반적인 경쟁력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을까? 주말리그 후반기 막바지로 향하는 현재, 강원 팀들은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전국대회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경기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설악고, ‘전승 우승+청룡기 8’ 가능할까?


설악고 대 강원고 경기가 펼쳐진 16일(토) 춘천 의암야구장


가장 주목할 팀은 단연 설악고다. 후반기 4연승으로 단독 선두다. 전반기 우승을 차지한 ‘강원 최강’ 강릉고와 ‘터줏대감’ 원주고를 잇따라 격파하는 무서운 상승세. 설악고가 작년 전·후반기 모두 왕중왕전 진출에 실패한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다른 강원 팀 팬들조차 “설악고 전력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입을 모아 감탄할 정도다. 왕중왕전 진출은 물론, 권역 전승 우승에도 성큼 다가선 설악고는 내친김에 청룡기에서 일을 내겠다는 각오다.


설악고 전력이 확 바뀐 건 선수 보강 덕이 크다. 설악고 한 학부모는 “재능은 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기회를 얻지 못한 타 팀 선수들을 스카우트한 뒤 전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고에서 뛰다 전반기 도중 합류한 도형준과 전윤호은 투타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전력 향상으로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선수들도 자연스레 이기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예전이라면 무기력하게 질 경기도 따라붙어 기어코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춘천 의암야구장에서 16일(토) 열린 강원고와 경기는 설악고가 권역 강팀 반열에 올라섰음을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날 설악고는 상대 선발 홍성빈에게 막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 6회 뜻밖의 선취점을 내줬다. 홈팬 응원을 등에 업은 강원고 기세에 눌릴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설악고는 상대 구원진을 침착하게 공략해 7~9회 대거 다섯 점을 뽑아 5:2 역전승했다. 최하위 팀에 발목 잡힐 위기를 가뿐하게 넘긴 순간이었다. 여유와 집중력이 돋보였다.


롤모델 ‘저스틴 터너’처럼 찬스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설악고 김현수


꼭 필요한 순간 점수를 낸 덴, 4번 타자 김현수 활약이 컸다. 7회 역전 2타점 2루타 포함, 3안타 맹타를 날리며 제 몫을 다했다. 지난 9일(일) 원주고전에선 9회 3루타를 때려 끝내기 승리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찬스에 강한 비결을 묻자, 김현수는 “타석에서 최대한 자신감을 갖고 집중력을 발휘한 게 좋은 결실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이기려는 마음이 강하고 자신감이 붙었다”며 “팀 목표는 청룡기 8강 이상”이라고 말했다.


설악고는 목동에서 벌어질 결전을 고대하고 있다. 설악고 한 학부모는 “전국대회 8강은 물론, 대진 운만 따라준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며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정길 설악고 감독은 “선수들이 의지가 있고 잘 해줘서 결과가 좋다”며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설악고 최고 성적은 2000년 대통령배 8강, 과연 올해 청룡기에서 ‘깜짝 놀랄 일’을 벌일 수 있을까?



강릉고황사기 아쉬움 딛고 ‘AGAIN 2007?’


최재호 강릉고 감독


설악고 기세에 잠시 가려져 있지만, 강릉고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전반기 전승 우승으로 강원 최강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황금사자기에서도 ‘서울권 명문’ 충암고를 11:2 콜드게임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덕수고와 16강전서 4:10으로 역전패했지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전국대회에서 증명했다. 후반기에도 설악고에 2:6 졌을 뿐, 나머지 경기는 모두 콜드게임 승을 거둬 3승 1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역전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다.


강릉고 강점은 화끈한 공격. 고명규-홍종표-최차현-김주범-김기한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은 언제든 집중타로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릴 힘이 있다. 16일(토) 원주고전에서도 1·2회 빅이닝 두 번으로 단숨에 여덟 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마운드도 두텁다. 신승윤-이믿음-서장민을 주축으로, 황금사자기 깜짝 호투로 이름을 떨친 김진욱과 내년 기대주 신학진이 뒤를 받친다. 당장 투타 전력만 놓고 본다면 전국대회 8강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하나씩 하나씩 배우는 자세로 선수들이 하고 있다”며 “설악고와 리턴 매치에서 승리해 1위 탈환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청룡기에선 황금사자기 아쉬움을 떨치는 성적으로 강원 야구 힘을 보여주겠단 각오다. 동문회가 팀 모든 경기를 자체 생중계할 만큼 열성적인 팬들도 강릉고가 청룡기 결승에 오른 2007년을 재현하길 바라고 있다. 춘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면 기분 좋게 향할 목동에서 저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강원 야구 힘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청룡기 때 놀라지 말고 춘천 의암야구장에서 미리 강원 권역 챙겨보자!


원주고는 현실적으로 청룡기 진출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전반기 황금사자기에 진출해 라온고와 접전 끝에 패하며 ‘만년 약체’ 이미지를 벗어던졌고, 안병원 감독 지도 아래 좋은 팀 분위기에서 역량과 경험을 쌓아 앞으로가 기대된다. 강원고는 비록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홈팬 응원을 받은 16일(토) 춘천에선 설악고와 중후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창단 4년 차에 불과한 만큼, 선수 영입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전력 상승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교야구팬들에게 강원은 아직 낯선 권역이다. 이참에 단독 권역 분리 후 향상된 경기력과 치열한 승부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쏟아내고 있는 강원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주말리그 후반기 강원 권역은 오는 23일(토), 24일(일) 춘천 의암야구장에서 열린다. 이틀이면 권역 결과가 모두 나온다. 미리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본 팬들이라면 곧 열릴 청룡기에서 깜짝 이변이 벌어져도 조금은 덜 놀라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말, 강원 야구 힘을 직접 확인해보자.




트위터

https://twitter.com/paranoholic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aranoholic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aranoholic

매거진의 이전글 ‘목표는 청룡기 8강’ 후반기 돌풍의 팀 떠오른 설악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