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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Jun 02. 2020

한화를 까려면 제대로 까자

엉뚱한 진단과 처방이 팀을 더 망치니까

한화에 문제점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가 쓴  이 기사에서 말하는 논거는 좀 의아하다.



“지난해 7위 이하 부진했던 팀 가운데 감독이 경질되지 않은 팀은 한화가 유일했다. 한용덕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가 단장과 감독까지 모두 교체하며 쇄신한 반면 한화는 단장만 바꿨다.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하고 계약 기간인 3년 내내 좋은 성적을 낸 장정석 감독을 곧바로 경질한 것과 대조적이다.”


글쎄, 이건 너무 결과론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용덕 감독을 자를 명분은 적었다. 바로 직전 해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지 않았나. 무엇보다 원래부터 한화는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고, 리빌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무슨 상위권 팀을 맡아 하위권으로 떨어뜨린 것도 아니고, 하위권이 뻔히 예상된 팀을 맡아 그것참 당연하게도 하위권을 기록한 거다. 그걸 한용덕 감독 책임으로 몰아 경질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 그렇게 따지 한 감독은 되레 하위권이 유력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끄는, 누구도 하지 못한 기적 같은 성과를 냈는데, 임기를 보장할 만큼 까방권을 줘도 할 말 없지 않나. 아, 그건 한용덕 감독 능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라고? 일부분 동의한다. 그때 한화가 온 우주의 기운을 받긴 했다. 자, 그럼 마찬가지로 지금 한화가 못하는 것도 한용덕 감독만의 책임은 아니겠지? 한용덕 감독 능력을 떠나 그냥 팀 전력 자체가 약한 거다. 그걸 인정해야 공정한 잣대라고 할 수 있지. 감독 탓만 할 일도 아니다.


롯데야 한화보다 좋은 전력에도 2년 연속 하위권 성적을 냈고, 특히 작년엔 역대급 총체적 난국을 보여줬기에 감독 교체가 불가피했다. 한용덕 감독과는 상황 자체가 달랐다. 키움 사례는 왜 들었는지 모르겠다. 장정석 감독은 엄밀히 따지면 중도 교체가 아닌 ‘재계약 불발’이다. 이장석 옥중경영 논란을 비롯한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었다. 이걸 한화 까는 기사에 논거로 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안 맞지 않나. 막말로 중도 교체가 무슨 권장할 일도 아니고. 흠.



“한 감독은 지난해 ‘국가대표 2루수’로 불리며 평생 2루수만 해 온 정근우를 외야수로 기용하는 실험을 하며 패배한 경기가 많았다. 올해는 외야수만 해온 김문호를 1루수로 기용해 실책이 속출하고 있다. 신예 정은원을 2루수로 빨리 자리잡게 하고 4번 타자 김태균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구상에 두 선수의 커리어는 희생됐다. 결국 정근우는 팀을 떠났고, 김태균은 2군에 머물고 있다. 올해 한화의 팀 보살(補殺)은 리그 최저로, 투수가 야수 수비로 인한 도움을 가장 못 받고 있는 팀이다.”


정근우를 중견수로 기용한 건 확실히 무리수였다. 비판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기용으로 몰아붙일 일도 아니다. 그 당시 맥락이 있었다. 정근우는 2018년 2루 수비에서 실책 퍼레이드를 벌이며 결국 1루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2루는 신예 정은원이 나름 성공적으로 차지했다. 1루는 포화 상태고 내야 노쇠화도 심각한 상황이라, 이듬해 뎁스가 얇은 외야로 정근우를 보내는 게 아주 황당한 결정은 아니었다. 주전 중견수라는 부담이 큰 중책을 맡긴 게 잘못이었지만. 김문호 1루 기용도 그렇다. 김문호는 롯데에서 방출되고 한화에서 어렵게 새 기회를 잡았는데, 한화 좌익수는 고만고만한 자원이 모였지만 그래도 정진호 영입과 장진혁 성장으로 뎁스가 비교적 두터운 편이었다. 한화는 김태균이 에이징 커브로 타격감이 떨어지거나 체력 문제를 드러낼 수 있어 1루 백업이 필요했다. 김문호가 출장 기회를 잡으려면 멀티 포지션이라도 시도해야 했다. 이걸 꼭 커리어의 희생으로 봐야 할까?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결과가 안 좋기에 잘못된 판단으로 비판은 받아야겠으나, 아무래도 과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한화 투수들이 리그에서 야수 수비 도움을 가장 못 받는다고 하는데, 근거가 최저 보살인 건 좀 이해하기 어렵다. 한화는 FIP에서 ERA를 뺀 수치가 7위로 중하위권이고, 수비 WAA은 2위, DER은 9위를 달리고 있다. 수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설령 수비가 불안해도 그게 정근우, 김태균이 빠진 탓은 더더욱 아니리라.



“한화는 재작년 효자 노릇을 했지만 지난해부터 약점을 드러내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제라드 호잉과 재계약했다. 현행 제도에서 외국인 선수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매년 각 구단은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연봉을 낮춰서 호잉과 재계약했다. 호잉은 퇴출된 모터를 제외하면 외국인 타자 가운데 최저 OPS(출루율+장타율 0.628)를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키움은 10경기 만에 모터를 내쳤지만 호잉 교체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리그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는 두산은 팀의 주축이었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하락세에 접어들자 비정하리만큼 과감하게 내쳤다.”


외국인 타자 호잉 재계약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호잉과 재계약한 게 그렇게 비합리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작년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WAR로 보면 낙폭이 크지 않았다. 이용규 공백을 메우느라 갑자기 중견수까지 겸업해야 했던 사정도 있었다(작년 호잉은 우익수로 뛸 때 성적이 훨씬 좋았다). 무엇보다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외야가 허약한 팀이기에 변수를 줄이려면 그나마 검증이 된 호잉을 안고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지금에서야 호잉이 극도로 부진하니까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말이 나오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그렇게 이해 못 할 결정은 아니었다. 이건 너무 손쉽고 결과론적인 비판이다. 두산을 예로 드는데,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은 외국인 선수 교체에 따른 위험 부담이 다르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건가?



“2018년 모처럼 한화가 정규시즌 3위를 했는데 구단은 3위가 확정된 날 밤에 홈구장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축하 행사를 가졌다. 마치 챔피언이 된 듯한 분위기에 처음 한국 무대에서 뛴 키버스 샘슨 등 외국인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김칫국을 마신 한화는 4위 넥센에 3승 1패로 완패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2017년 KIA는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음에도 축하 세리머니를 생략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뒤에야 샴페인을 터뜨렸다. 정규리그 3위팀이 우승한 듯 축하 행사를 가진 건 한화가 유일하다.”


이건 진짜 인간적으로 유치하다. 솔직히 한화 팬들이 얼마나 오래 기다렸나. 우승한 것만큼이나 기쁜 게 당연하다. KIA는 2009년 우승하고도 가을야구 두 번 나갔잖아. 한화는 11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고. 무슨 김칫국 마셔서 준PO에서 진 것처럼 말하는데, 그냥 한화 전력이 약했던 거다. 앞서 말했듯, 한화는 재작년 정말 온 우주의 기운을 받은 덕에 가을야구 갔다니까. 불꽃놀이 좀 할 수 있는 거지, 뭐 그런 거에 심각한 의미부여를 하고 그러나. 참.



“종합하면, 한화는 가차없는 신상필벌이 안되는 반면 엉뚱한 곳에 공력을 쏟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한화는 지난해 이용규가 FA 계약 체결 이후 팀에 이견을 보이자 무기한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가 자신을 2군에 보내거나 트레이드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해명하지만 누가 봐도 보복을 가한 것이나 다름 없는 가혹한 조처였다.”


논거가 이상하니 결론도 의아하다. 제목에 “한화 이글스 만성 부진은 이상한 내부 문화 때문”이라기에, 뭐 숨겨진 뒷얘기를 취재해서 알려주나 했더니, 그냥 자기가 세운 야마에 자기 맘대로 짜 맞추기 한 기사 아닌가. 한화를 두고 비판할 게 얼마나 많은데, 왜 이런 식으로 타격감 없이 하는지 모르겠네. 이용규 문제는 나도 일 처리가 매끈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허무하게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비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개막 코앞에 두고 트레이드 요청하며 공개적으로 불만 표시한 선수를 징계한 걸 “보복”이니 “가혹한 조처”이니 하며 비판 논거로 삼는 것도 웃기다. 선수 권리 차원에서 문제로 삼는 거면 그렇다 쳐도, 이게 꼭 한화만의 문제도 아닌데 팀 내부 문화 운운하는 건 좀 의아하달까. 아닌 말로, KBO 리그 구단 중에 그런 상황에서 그런 징계를 하지 않을 구단이 얼마나 있을까?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생각이다.



한화를 까더라도 좀 제대로 까야 한다. 이렇게 억지 논거 들어가며 비판하면 엉뚱한 진단과 처방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고 팀 방향만 더 꼬인다. 한용덕 감독 경질 여론 높아지니까 괜히 영합하지 말고 제대로 취재해서 기사다운 기사 써주길. 어차피 한화는 망했지만...^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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