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7
원문: Laview 6호 '독자리뷰'
more info: https://www.instagram.com/laview_snu/
짙은 녹색의 라뷰 5호와 앞서 발행된 네 권의 잡지를 나란히 본다. 시선이 5호에 닿으니 눈이 한결 편하다. 뉴트럴한 녹색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조경을 연상시킨다. 조경에서 녹색이란 클래식 혹은 클리셰. 편안함 혹은 진부함. 아무튼 조경을 채색하는 대표색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녹색 표지를 한 이번 라뷰는 조경 일반에 대한 고민과 방법을 특집으로 담고 있었다. 자기주장 강한 CYMK 컬러를 내보인 앞선 기획들이 보다 돌출되는 주제, 이를테면 라뷰 자체와 9층 사람들을 조명해 자기 이해와 자의식을 키우거나 인스타그래머블, 정원 문화의 부상과 같은 트렌드에 관심을 두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조경을 공부하는 우리들’의 고민은 내가 학부생일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경학도들이 시달리는 스트레스, 가치와 정체성에 관한 고민, 현실과 이미지 혹은 학교 밖과 안의 괴리. 케케묵은 고민이지만 이번 라뷰의 해답은 해묵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닫힌계(closed system)로서 단일한 조경을 구축하려나 내부의 분열과 불소통에 환멸을 느끼는 한편, 타 분야에 대한 비교 의식에 위축된다. 하지만 지금 바로 여기의 우리들은 조경 너머 세계로 촉수를 뻗은 채로 마이웨이, 그러니까 ‘자신만의 조경’을 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개개인에 따라, 아니 심지어 한 개인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페르소나가 존재하는가. 우리는 도시, 생태, 건축, 부동산 등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제너럴리스트의 면모를 드러낼 때도 있고, 그중 하나에 대한 스페셜리스트 - 디자이너, 생태학자, 비평가, 통계학자, 계획가, 가드너, 디벨로퍼 - 로 자신을 정체화하기도 한다. 때로 우리는 플라네르(Flâneur)로서 도시를 산책하고, 리서처로서 책이나 디지털자료에 코를 박고, 디자이너로서 날카로운 크리틱에 마상을 입거나 (드물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탈-조경’을 지향하는 아웃사이더일수도 있고 조경밖에 모르는 인사이더일 수도 있으며, 두 극단을 오가는 야누스일 수도 있다(다만 소개된 페르소나들은 거의 예외 없이 카페인을 필요로 한다).
다섯번째 라뷰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단 하나의 조경도, 닫힌 조경도 없다. 대신 수많은 페르소나, 수많은 조경들이 바글거리는 장이 있을 따름이다. 그것을 메타-조경이라고 한다면, ‘자기만의 조경’은 자신에게 알맞은 메타-조경의 틈새(niche)를 찾아 파고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라뷰는 메타-조경을 살펴보는 뷰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라뷰는 ‘닫힌계로서 조경’에 대한 극심한 답답함을 토로하기 위한 라운드테이블에서 출발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라뷰는 클래식도 클리셰도 아닌 새로운 무언가다. 이들에게 녹색은 CMYK를 비롯한 수많은 잉크 중 하나일 뿐. 라뷰의 컬러 프로필이 다채로워지는 만큼 만나게 될 다양한 페르소나와 다양한 조경, 그리고 그것들의 아상블라주로서 메타-조경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