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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지아 Jul 05. 2022

36살, 창업 1년 차, 제주도 3개월 차 일기

예비창업자패키지 선정 후,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


비양도가 보이는 집을 얻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집 주인과의 트러블로 인해 답답할 때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겠지만, 넓게 퍼진 시야를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행복을 매일 아침, 매일 밤 느낀다. 


2021년 7월 30일, 대학교-대학원을 마치고 처음 얻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고작해야 3년의 경력을 쌓은 것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부랴부랴 마무리 짓고 떠났다. 


사실 떠날 때의 가장 큰 심정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이었고 동시에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참을 수 없는 질주 본능이 끓어오른 탓이었다. 


코로나의 종말과 함께 다가올 디지털 세상 미래. 나의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오늘 2022년 7월 5일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 생존 중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생겼으며 조만간 2명 더 생길 예정이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2020년 5월 31일 결혼한 이후 정말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결혼 생활을 해왔다. 


당연히 아내와 트러블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우리 둘이 함께 손 꾹 붙잡고 해결해야 했던 일들이 참 많았다.


난생 생각해본적 없던 분쟁과 계약 여러 사건들로 우리는 더욱 성장했다. 


아내와 나, 둘 모두 개인적으로 서사가 이제 둘의 이야기로 채워지면서 우리는 부부로 거듭났다!



우리는 어떻게 제주도에 오게 되었을까? 사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이 존재한다. 


아내가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던 2019년 여름, 8월 중순 숨도 잘 쉬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삼복 더위 말미에 올레길을 걷겠다며 우리는 갑작스럽게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한림읍이었다. 목적지도 정해놓지 않고 출발했는데,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금능해수욕장 앞,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 LK 호텔에 방을 얻었다. 


그리고 금능해수욕장에서 해지는 모습을 보며 물놀이를 했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고 아내는 물개 수준, 물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무거운 나를 데리고 놀기 위해 고생했던 아내의 노고가 다시금 스쳐간다. 




운전면허 조차 없는 이 뚜벅이 남친이었지만, 와이프는 나와 함께 신나게 걸어다녔다. 제주도에서 마찬가지였다. 


즐거운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걷기 시작한 올레길은 4-5코스 였던 걸로 기억한다. 쇠소깍에서 시작해서 남원읍까지, 표선에서 남원읍으로 향하여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깊은 인연을 마음에 품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길을 이번 4월에 다시 걸었더니, 우리가 제주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떠올랐다. 생각이나 관념이 아니라, 느낌과 정서들이 불현듯 솟아 올랐다. 



퇴사를 한 이후의 내 삶을 떠올려본다. 마음과 심상을 담는 세밀한 묘사의 글쓰기, 내 삶의 숙명이라 여겨졌던 글쓰기는 이제 밥벌이가 되었다. 


매일 수 만자의 타이핑을 하고 포스팅을 하고 이용자 반응을 살피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다. 내가 본 미래, 정보 권력의 흐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을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던 그 미래 속에서 나는 살아가게 되었다. 


불안과 고통이, 기쁨과 희망이 함께 숨쉬는 나의 그라운드 안에 놓여 있는 이 일상들을 하루하루 해나가면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 


그렇지만, 늘 부족함과 불완전함, 아쉬움을 느끼면서 또 많은 일을 쳐내고 있다. 


나는 그래왔다. 복잡 다단한 현실을 마주하고 고통 받으면서, 이 고통이 없는 미래를 그려왔다. 언젠가는 미래가 없는 것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강한 마음으로 더 큰 행복을 바라고 있다. 


애초에 내 불안의 시작은 경제적인 것에 있었다. 


결혼을 한 후, 내 아이만큼은 가난하게 크지 않고 꿈꾸고 꿈을 이루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동시에 나의 고유성, 내가 가진 염원을 버리지 않고 이를 실현해 갈 수 있길 소망하고 있다.


글쓰기는 나의 삶이었고 나의 삶이며, 앞으로도 나의 삶이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개인적인 과업인 동시에,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 자리 잡았다. 


경영과는 전무한 내가 이제 직원을 채용하고 또 다른 인연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 6월 초, 예비창업자패키지 최종 선정 소식을 전해들었다. 


사실, 예창패를 통해 돈을 받는 것은 두 번째 목표였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나의 사업 아이템을 인정 받는 것, 그것이 최우선이었다. 


가능할까? 될 수 있을까? 내가 했던 노력들, 나의 감각, 나의 식견, 나의 안목이 제대로 작동한 걸까?


이것으로 모든 게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나쁘지 않은 직장을 그만둔 청년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 기쁘게도 인정 받았고 그 이후 협약 이후 절차들을 차곡차곡 진행해왔다.



물론 가야할 길이 멀다. 협약 기간이 내년 1월까지로 길지 않고 해야할 일도 꽤 많이 남아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나랏돈을 다 써버리지 못할 수 있다! 



경영자의 마음으로 세상에 다시 서니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생긴다. 


모르는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지만 그동안 공부하는 관성을 없애버렸기에 


처리해야할 수 많은 일과 


고려해야할 수 많은 요소들


내가 잘 처리할 수 있을까?


잘 처리하고 있을까?


의심과 불안이 스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떠오른다. 


이보다 더 크고 어려운 일도 해내지 않았던가!


즐기고, 즐겁게 하면 되지 않던가!


바라지 않고, 바람 없이 그저 하면 되는 일 아닌가. 



물론 나는 그 안에서


무척이나 애쓰고 용쓰고 노력하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무위로, 늘 나를 불태워 간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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