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너에게

야, 너도 될 수 있어. 미니멀리스트!

by 까망별

미니멀리즘이란 말이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지 그 단어는 트렌드가 되어 미니멀하지 못하면 세련되지 못한 것처럼 인식이 되기도 한다.


과연 미니멀리즘은 집의 인테리어를 간소하게 하고, 옷장의 옷들을 덜어내는 것으로 표현되는 세련됨일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생존에의 절실함이 미니멀리스트를 만든다.”라고 한다.


그래! 바로 그거!


내가 느낀 미니멀리즘에 가장 부합하는 설명이다.



물론, 미니멀리스트들은 물리적인 물건들을 덜어내는 작업으로 미니멀한 삶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단순히 집 안에 물건의 총량이 적어지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만족한다면 그건 그냥 청소와 정리,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도 인테리어를 좋아한다. 청소도 좋아한다. 심지어 한창 청소에 미쳐있을 땐 새벽에 잠이 깨어 잠이 들지 않으면 화장실을 청소하곤 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를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올해 큰 심리적 체험을 했다.


그 배경엔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두 가지는 나를 갉아먹던 회사에서 과감하게 탈출한 것과 목적 없이 계획 없이 시간을 낭비하듯 흘려보내며 자유로워진 것.


그 두 가지가 매우 컸다.


갑자기.


불현듯.


그렇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생에 처음 느껴보는 평안… 안정…


(음…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너무 제한적이라서 그나마 가장 비슷한 표현이 이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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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간단하고, 정신은 가볍고, 감정은 단순해졌다.

마음은 자유롭고, 정신은 안정되고, 감정은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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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애써도 느껴지지 않던 그런 것들이

9월 어느 날,

애쓰지 않던 나에게 들어왔다.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지난 5년간 한결같이 걸었던 아파트 산책길을 걸었을 뿐인데.


청명한 초가을 하늘 아래 아직 여름의 푸르름을 벗지 못한 나무들을 무심히 보았을 뿐인데.


그냥 그렇게 !


‘좋다. 오늘이 너무 좋다. 내일도 좋을 같아.’


라는 생각이


마치 누가 내게 수액 주사라도 놓은 듯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흘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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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동안 마음이 천만번을 원해도 얻어지지 않고 잡히지 않았던 이런 상태가 찾아온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


올해 나는 어떤 변화를 겪고,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되짚어 봤다.


맞지 않는 옷 같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며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들을 눈치 보지 않고 보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 시간들… 지난 40년의 내가 ‘낭비’라고 나무랐을 그런 멍-한 시간을 꽤 보냈다.



그래, 그게 달랐구나.


달랐다.


그리고 또,


브런치라는 세상을 만나 이곳에서 글을 쓰면서 기억을 객관화시키고, 왜곡된 감정을 정돈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공감받은 것도 나를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내 안의 것들을 외부로 꺼내고 펼치고 정리하니

안의 진짜 나는 미니멀해졌다.


덜어내고

걷어내고

보내주고

내려놓고


그런 것도 안되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자.


감정의 채도는 두 톤쯤 낮게.

기억의 농도는 좀 더 말갛게.


그렇게 살아보자.


강렬하지 않아도 괜찮다.


결국, 이 변화는


살고 싶은 내가 투쟁하여 얻은 결과물이다.


살고 싶음의 다름 아니다. 미니멀이란 것.





사회가 복잡 다양해졌기 때문이든, 당신의 삶이 그냥 복잡하기 때문이든, 이유를 불문하고!


다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그거 다 가져가려 하지 않아도 된다.

다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이다.


좀 더 잊고, 좀 더 무뎌지고, 조금 더 기준을 낮춰.

그것이 당신을 좀 살만하게 만들 거야.


내가 직접 체험하고 말해 줄 수 있는,

꼰대 같지만 절대 꼰대들은 알 수 없는,

진실이야.


!

너도 될 수 있어!!

미니멀리스트!!!





덧. 12월이다. 지난 41년 동안 늘 12월이 좋았는데. 한 해가 또 가는 것이 그렇게 좋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아쉽다. 벌써 올해가 다 갔다니 아쉽다. 이렇게 좋은 날들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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