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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회사가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



부동산업 자체는 굉장히 창의적이다. 똑같은 부동산이 없고, 토지 위에 어떤 용도의 개발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소유자에 의지와 생각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일들이 펼쳐지는 부동산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많은 상업용 부동산은 생각보다 창의적이지 못하다. 이 말에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면 업무 환경이 창의적이지 못한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부동산 회사가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

대형 부동산은 대부분 펀드나 리츠 소유

우선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국내 대형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자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주요 도심에 있는 많은 오피스 빌딩의 소유자는 부동산 펀드나 부동산 투자회사들이다. 부동산 펀드나 부동산투자회사는 간접 투자의 한가지 방식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를 잘 운용해서 발생한 수익을 실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사실이 부동산 회사들이 창의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기적인 배당과 수익률 유지

소유의 목적 자체가 수익을 내야 하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정기적인 배당을 해야 한다. 즉, 투자자들에게 사전에 약속한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데 있어 배당이 먼저고 운영 업무를 하는데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은 둘째 문제다. 예를 들어, 임차인들의 만족을 위해 문화 행사를 진행하려고 하거나 운영 담당자들에 사기 독려를 위한 지원하는 행사에 신경을 쓰거나 기획을 할 여력이 거의 없다. 운영 예산을 받으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배당이나 수익 배분의 논리가 앞서면 사실 이런 일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하루나 이틀 만에 수익이 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으로 부동산에 대한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데 그런 환경이 조성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부동산에 대한 가치가 높은 임대료나 관리비를 받는 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임차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좋은 서비스보다는 배당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겨를이 없게 된다.


시간과 여력이 부족

이런 상황은 부동산 투자를 하는 자산운용사나 부동산 투자회사들의 구조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오피스 빌딩 같은 대형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나면 이는 실물 자산이기 때문에 담당자가 계속해서 관리를 해줘야 한다. 보통 이런 회사들은 투자를 하는 팀과 투자 이후 이를 운영 및 관리하는 팀으로 구분하는데 대개 운영 관리팀의 인원이 많이 부족한 곳이 많다. 


이는 펀드를 담당하는 사람의 수가 자산의 크기나 개수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투자팀은 늘리고 운영팀은 그만큼은 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자산관리라는 업무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부동산 자산관리 현업을 직접 해보지 않으면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의사결정만 주로 했던 사람들은 자산관리 업무가 쉽게 되는 업무로 이해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오리가 물에 우아하게 떠있는 게 아니라 발을 열심히 움직여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자산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적다는 것은 부동산을 운영하는 데 있어 품질이나 관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과 자산관리회사들의 수주 경쟁으로 인해 자산관리수수료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것은 투입 인원이 적어지고 경험도 적은 사람이 투입됨을 의미한다. 게다가 자산운용사의 운영담당자가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많은 일들이 자산의 실제 위탁 업무를 맡은 부동산 자산관리회사에 떠넘겨지기도 한다. 담당하는 인원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고 부동산 자산은 겨우겨우 운영이 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집니다.


단독 개발 프로젝트를 하는 디벨로퍼

이에 반해 단독 개발을 하는 디벨로퍼에 의해 투자되는 자산의 경우는 이보다는 훨씬 창의적인 환경일 수 있다. 특히,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들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운영 기간의 수익률보다는 부동산의 가치를 높여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즉, 운영 수익보다 매각차익을 높이는 방법이다. 티끌 모아 태산을 원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모아 한 번에 추진력을 얻는 로켓처럼 큰 수익을 얻는 부동산 투자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다. 물론 이는 부동산 투자자의 성향과 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일반적인 부동산 펀드나 리츠보다는 디벨로퍼가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에서 그나마 창의적으로 부동산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 보인다. 


마른 걸레는 이제 그만 짜자

지금껏 짧게나마 상업용 부동산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자산관리와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더 큰 발전이 없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제까지는 그럭저럭 수익을 내면서 운영을 했지만 더 이상 마른 걸레를 짜도 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정한 서비스가 필요하면 그에 합당한 인원과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게 맞다. 


이 세상에 품질이 좋으면서 싼 제품은 없다.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좋은 인력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부동산 금융과 투자는 제대로 된 부동산 자산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다. 비용을 줄이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부동산을 금융 구조를 잘 짜서 한두 번은 팔겠지만 언젠가 그 폭탄을 받을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부동산은 금융 자산과 밀접하지만 결국은 실물 자산이다. 제대로 된 관리가 기본이자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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