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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직은 국고채 수익률 정도의 위험이다!

2004년 부동산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지금까지 4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16년 동안 일을 하면서 이직을 적게 한 것도 아니고 많이 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한 회사에 오래 다닌 분이 볼 때에는 이직을 많이 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몇 번의 이직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작년 12월에 했던 퇴사 경험입니다. 보통 이직이라고 하면 다음 갈 곳을 정하는 것이고 퇴직은 가야 할 곳을 정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다시 회사를 찾았으니 결국 이직이 되긴 했습니다. 



퇴사와 이직은 무서운 것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 아니라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체 회사를 나온다는 사실에 주변 분들께서 걱정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한편으로는 여러분들도 퇴사를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의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인에게 이직과 퇴사는 무서운 일입니다. 직장이라는 테두리와 그 속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꽤나 크기 때문입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끊기게 되면 발생하는 현금 흐름의 문제가 현실적인 원인입니다. 기본적인 생활비에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품위 유지비, 여가 생활이나 취미를 위해 사용했던 용돈,  게다가 자녀가 있다면 교육비까지 많은 돈들이 고정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월급이 없으면 멈춰버리게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퇴사가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직하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직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직은 생각보다 위험한 행동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현금흐름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단지,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하는 게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적응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집니다. 수돗물이 안 나오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은 수돗물을 주는 곳에서 더 이상 여러분을 받아주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국고채 수익률 정도의 위험

사실 위험으로 따지면 직장인의 이직 위험은 '국고채 수익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투자에 있어 위험을 따질 때 투자의 위험 구성을 '무위험 수익률'과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구분합니다. 즉, 투자를 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표현하는 수익률은 무위험 수익률과 리스크 프리미엄의 합입니다. 이렇게 위험 요소를 구분하면 직장인의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무위험 수익률은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에 넣어 두면 이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수익입니다. 투자의 관점으로 보면 직장인의 이직은 무위험에 가까운 선택입니다.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민망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직이 아닌 자영업을 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도전하는 정도를 해야 위험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는 월급이라는 안전장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리스크 프리미엄을 받아 갑니다. 우리에게 제공하는 월급은 회사 입장에서는 무위험 수익률 정도의 대가인 것입니다. 그리고 더 성장을 했을 때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회사는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런 구조로 계약된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회사가 잘 되면 그 이익을 함께 향유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생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회사에 감정을 대입하지 말자

극단적인 예로, 회사가 만약 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창업자에게 돌아갑니다. 회사 직원들은 그에 대한 부담을 지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없어지면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창업자가 아닌 직원이 업사이드 포텐셜만 향유하려는 태도는 이미 시작점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가 회사를 그만두면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문제나 다양한 어려움들에 대한 두려움을 창업자는 감내한 것입니다.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또, 회사에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부분은 진급 누락이나 명퇴 같은 일이 발생할 때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고 능력에 맞지 않는 사람을 대체해야 하는 일은 조직으로서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나에게 발생하면 부당하고 불합리한 처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불합리한 대우나 처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들이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홀로 독립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실력을 키우게 됩니다. 회사를 다니는 것이 시간이 정해진 게임이고 거기에다 내 실력이 부족해지면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차가운 물이지만 서서히 끓는 물이 되는 솥단지 안에 있는 개구리라는 인식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냥 뜨거워서 죽는 게 아니라 뜨거워질 때 튀어나갈 수 있는 뒷심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성장하여 떠나는 인재

어떤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며 자기계발을 하거나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저렇게 해서 이직을 하거나 개인적인 영위를 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 좋은 인재가 있어야  회사도 자연스럽게 발전합니다. 개개인의 좋은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성장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이기심이나 사내 정치로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사람을 누르고 쉽고 편하게 가는 문화를 만들 때 인재는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좋은 회사는 떠나간 인재도 포용하고 그것을 계기로 다시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곳입니다. 떠난 인재 중에서는 그저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곳에서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도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그릇이 큰 사람을 키워서 성장할 수 있게 응원해 주는 게 지금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낍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요즘 부동산 업계에도 이직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조직에 남아있고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곳으로 희망을 품고 떠납니다. 직장인의 이직이 국고채 채권 수익률 정도의 위험이지만 떠나본 사람은 그나마 이런 안전한 상황이 오래갈 수 없음을 직접 체감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개인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단한 리스크를 감당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상당히 많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나의 능력을 시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한 단계 더 도약을 위해 이직을 하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직을 하는 동기나 목표는 뚜렷해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싫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슴 뛰는 일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합니다. 회사가 꿈을 이루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그 안의 있는 구성원들과 비슷한 생각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의도가 이직을 미화하거나 권장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느 곳으로 갈 것인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실에 만족하는 삶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분들과 에너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도 제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계속 고민해서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후배들이나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저처럼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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