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맥도날드이다. 맥도날드는 방대한 업무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모든 직원들의 행동, 햄버거 재료, 서비스 방식 등 모든 것을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매뉴얼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동일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을 공급하는 사람은 미리 마련된 매뉴얼에 따라 준비를 하면 된다. 그러면 소비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믿고 구매를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장점은 본사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에 있다. 매뉴얼 대로 하기만 하면 균일한 품질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매장을 쉽게 낼 수 있다. 이런 매뉴얼을 활용하여 업무 품질을 향상하는 방법은 빌딩에도 적용된다. 경쟁 빌딩 보다 수익을 잘 내고 운영이 잘 되는 곳은 이런 업무 매뉴얼들이 잘 갖춰져 있다.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한 뒤의 장면을 생각해 보자. 주문을 받는 직원, 음식을 준비하는 직원, 매장 내부를 정리하는 직원 등이 각자 맞은 역할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 동일한 루틴으로 맞은 바 일을 처리하면 손님이 몰려도 일을 처리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빌딩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마다 해야 되는 업무나 근무 패턴 등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미리 정해진 매뉴얼로 정리를 해 놓으면 누구나 쉽게 정해진 방식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면 빌딩에는 어떤 업무 매뉴얼들이 있어야 할까? 이런 매뉴얼들은 크게 빌딩의 사용자인 임차인을 위한 것과 빌딩의 소유자를 대신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을 위한 것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임차인을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이 되는 매뉴얼은 '빌딩 운영 규정'이다. 빌딩은 사옥이 아닌 이상 다른 임차인들과 함께 공간을 사용한다. 여러 임차인들과 불편 없이 잘 지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정해진 규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또, 임대차 계약서에서 전부 규정하지 못한 세부적인 내용들을 운영 규정에 추가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임차인들이 빌딩을 사용하면서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미리 보완하여 작성하면 좋다. 예를 들어, 자주 찾는 전화번호라든지 빌딩 관련 시설을 사용할 때 신청 방법이나 신청 양식 등을 정리해 두는 것이다. 즉, 자주 묻는 질문처럼 빌딩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반복적으로 질문을 받았거나 설명을 했던 내용들을 준비해 놓으면 된다. 임차인은 운영 규정을 찾아보면 웬만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빌딩의 담당자의 업무도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빌딩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와 운영하는데 필요한 규칙 등의 내용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어 놓은 게 바로 '빌딩 운영 규정'이다. 그러면 빌딩 운영 규정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야 할까? 빌딩마다 조금씩 상이하겠지만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항목들을 기본적으로 포함하면 좋을 것이다.
[빌딩 운영 규정 포함 내용]
- 빌딩 운영 시간 및 출입 절차 관련
- 임차인에게 제공되는 냉난방 및 청소 등의 기본 서비스 범위
- 입주 중 임차인의 공사 및 장비 설치 등 공사 관련
- 빌딩에서 제공하는 추가 관리비에 대한 세부 내용
- 보험 서류 제출
- 재난 대비 행동 요령
- 별첨) 각종 신청서 양식 (화물 엘리베이터 사용 신청서, 인테리어 공사 신청서, 원상복구공사 신청서 등)
빌딩 운영 규정은 임대차 계약서를 체결할 때 첨부하여 함께 날인하는 게 좋다. 그리고 임대차 계약서에도 별첨 된 빌딩 운영 기준이 효력이 있다는 내용을 조항으로 명시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빌딩 운영 중에 관련 내용을 근거로 업무에 활용할 수가 있다. 또, 임대차계약은 한 번 체결하고 나면 변경 계약을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빌딩 운영 규정을 통해 실무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필요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경되어야 하거나 때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는 내용들을 담아 둬야 유연하게 빌딩을 운영할 수 있다.
이런 빌딩 운영 규정 이외에 주차장 규모가 크다면 '주차장 운영 규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 빌딩의 부속 시설로 주차장을 운영도 나름대로의 규칙이 필요하다. 주차장의 빌딩의 편의 시설이지만 도심 내에서 충분한 주차 면수를 가진 곳은 거의 없다. 따라서 누구나 공평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주차장 사용 가능 대수나 위치 또는 신청 순서에 대한 기준 등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게 된다. 또, 사고나 관리 책임에 대한 것들에 정확한 기준을 사용자들에게 미리 고지를 해놔야 한다. 이렇게 주차장 사용에 대한 내용과 요금 체계 등을 규정하여 매뉴얼로 비치를 해두면 임차인들에게 주차장 사용 시 배포하기만 하면 된다.
다음으로 빌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을 위한 매뉴얼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부동산 운영을 위한 각 직무별 업무 매뉴얼이 필요하다. 부동산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직무별로 구분하면 크게 시설 운영과 서비스 운영으로 나눠볼 수 있다.
시설 운영 - 건축, 기계, 소방, 전기
서비스 운영 - 미화, 보안, 안내
이렇게 나뉜 팀에서 시설 운영은 빌딩의 물리적인 시설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들이 담당하는 직무를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각종 시설물을 보수하는 방법, 냉난방 장치를 켜고 끄는 순서, 소방 설비를 사용하는 법, 전기시설물을 점검하는 방법 등 직무별 운영 매뉴얼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빌딩마다 설치된 설비나 장비들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근속 기간이 오래된 직원들은 숙련이 되어 있겠지만 인력의 바뀌거나 내부에서 업무가 변경되었을 때 이를 알려줘야 할 때가 많다. 이럴 때 기본 업무 매뉴얼을 토대로 직무 교육을 하면 훨씬 수월하게 업무의 인수인계나 교육이 가능하다.
서비스 운영팀도 마찬가지로 직무별 업무 매뉴얼이 있으면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다. 미화팀에게는 담당한 구역이나 화장실 점검 시 사용하는 약품이나 자재 등을 알려주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로비에서 업무를 하는 안내팀에게는 방문객이 왔을 때 어떤 순서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등의 업무 순서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이런 직무별 매뉴얼을 구비해 놓으면 빌딩에서도 동일한 서비스 품질을 임차인들에게 제공해 줄 수가 있다.
직무 매뉴얼은 업무 중 발생하는 사고 예방 기능도 있다. 실제로 미화 업무를 하는 직원이 약품을 일반 생수병에 담아놨다가 이를 마시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세정용 화학 약품을 종이가 있는 곳에 버려 화재로 이어지는 일도 있었다. 매뉴얼에 따라 정해진 용기에 약품을 보관하고 절차에 따라 버리기만 해도 이런 사고는 충분히 미리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이런 매뉴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이다. 빌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사전 준비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 있더라도 실제 사고가 나면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때 위기 대응 매뉴얼이 있으면 준비되어 있는 그대로 실행하면 되기 때문에 침착하게 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 빌딩에서 가장 큰 사고는 화재나 정전 또는 침수 피해 같은 것들이다. 이런 위기 대응 매뉴얼에는 화재 시 대피 방법이나 소화 기구 사용법, 정전 시 전력을 복구하는 절차,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점검해야 하는 것들 등을 미리 빌딩 사정에 맞게 준비해 놓은 것이다.
이런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어 큰 화를 면한 사례가 있다. 필자가 운영하던 빌딩의 전기실에서 설비와 장비를 점검하다가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는 열기로 인해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적이 있다. 빌딩의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실 내부가 스프링클러에서 나온 물로 침수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자 담당 팀장은 처음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기실에 침수 사고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형 사고였던 것이다. 스프링클러에서 나온 물로 기계 장비가 있는 바닥이 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이후 스프링클러 작동을 매뉴얼에 따라 멈추게 하고 나서 침수된 곳을 정비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전기 설비의 작동 매뉴얼과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서 전기를 다시 복전 시키는데 성공했다. 밤새도록 노력을 덕분인지 다행히 전기 설비들이 손상된 곳이 없어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만약 사전에 각종 장비의 설비의 작동법과 사용법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다면 아마도 복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다. 게다가 당황한 나머지 실수가 생겼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평소 매뉴얼을 가지고 여러 차례 모의 훈련도 하면서 빌딩 설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위기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던 사례였다.
이렇게 빌딩에 매뉴얼을 준비해 놓으면 어떤 장점과 효용을 있을까?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으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을 교육하거나 알려줘야 할 때 효과적이다. 만약, 임차인들이 입주를 하면 빌딩 운영 규정을 읽어보면 기본적인 궁금증이 해소되어 관련 담당자를 찾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빌딩에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도 매뉴얼을 통해 교육을 하면 체계적으로 업무를 알려줄 수 있다. 또, 해당 직원도 매뉴얼을 찾아보면서 업무 적응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때그때 말로 전해주거나 사람마다 다른 경험치에 의한 방식의 교육보다는 훨씬 균일한 품질의 교육의 가능하다.
물론 이런 매뉴얼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때에 따라 매뉴얼을 벗어난 상황들도 일어난다. 하지만 반복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짧은 시간에 숙련도를 높여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다. 맥도날드처럼 모든 업무를 매뉴얼화하지는 않더라도 부동산 운영을 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업무들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놓는 게 빌딩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