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시대에 플랫폼 경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의 온라인 중개자 역할을 하는 각종 플랫폼들이 여러 산업에서 성장 발전하고 있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직방이나 다방 같은 중개 플랫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온라인 플랫폼처럼 오프라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빌딩도 플랫폼과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빌딩 속의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온라인 플랫폼처럼 수요자와 공급자의 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임차인과 중개 에이전트, 임대인과 시설관리회사 등 연관 산업들이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빌딩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오프라인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 그런 빌딩이 어떤 구성요소로 된 플랫폼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참여자들은 그 역할에 따라 크게 AM(Asset Management), PM(Property Management), LM(Leasing Management), FM(Facility Management)으로 나뉜다.
빌딩을 하나의 운영 체제로 나눠보면 소프트웨어 관리자는 PM, 하드웨어 운영자는 FM 그리고 빌딩의 최종 사용자는 임차인으로 구성된다.
빌딩 운영이 원활하려면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는 것과 같이 운영되어야 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가 유기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빌딩 생태계를 참여자가 많아지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여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해 낸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을 매개로 한 온, 오프라인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 확장성과 가변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플랫폼 경제의 대표적인 회사인 WeWork, 스파크플러스, FastFive 같은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빌딩에 스며들어 왔다. 공유 오피스는 부동산을 매개로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를 만들기 위해 빌딩을 플랫폼으로 활용한 좋은 사례이다. 공유 경제 모델을 통해 부동산 이용에서 발생했던 비효율을 개선하면 이익을 발생시키는 모델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WeWork, SPARKPLUS 관련 이미지] 출처 : WEWORK, 스파크플러스 홈페이지
그리고 계속해서 일하는 방식과 세대의 변화에 따라 빌딩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위험 분산의 차원에서 거점 오피스로 여러 곳에 사무실을 두는 임차인들도 생겨났다. 그런 가운데 빌딩들을 연결하려는 시도들도 나타날 것이다. 위험 분산의 차원도 있지만 오프라인에 흩어진 부동산들을 연결하여 또 다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빌딩과 공간 플랫폼들 간의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어 갈 것이다. 스타벅스는 이제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휴식도 취하는 곳으로 오피스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실제로 공유 오피스 운영 회사들은 스타벅스 같은 커피 프랜차이즈와도 경쟁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빌딩에 접목이 되면서 스마트 빌딩의 개념이 도입되고 스마트폰과 빌딩이 연결되어 빌딩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 또는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HqO라는 곳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빌딩의 출입증, 출입 등록, 회의실 예약, 교육, 홍보 마케팅, 주변 음식점 제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임차인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HqO 홈페이지]
빌딩은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참여자들이 만들어가는 생태계이다.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빌딩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빌딩에 투자하고 운영을 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쉽게 수익을 얻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경쟁자들도 다 알고 있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빌딩을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건물 중심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바라본다면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빌딩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또 주로 일하는 세대들은 어떤 사고방식과 성향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산업 트렌드의 변화 등등 빌딩과 연관된 다양한 정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