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전해드리려 글을 써봅니다.
제가 지금 하는 업무인 부동산 매입매각자문을 하면서 느낀 몇 가지 사항들을 요약해 봅니다. 모든 것을 직접 다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현업의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개인적인 견해를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부동산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어쩌면 작년 보다 더 꽁꽁 얼어붙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산의 거래 규모도 중요하겠지만 거래 빈도수도 그만큼 시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년 같으면 어떤 건들이 거래가 되었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빈번했던 매입매각 소식들이 지금은 누구나 쉽게 기억할 정도의 숫자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매각을 하고자 하는 자산은 많았지만 그만큼 거래 종결이 되는 것들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매입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거래 종결까지 가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것이 큰 신뢰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 분위기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만으로는 안심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농담 같지만 정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양해각서를 어떻게 하면 더 구속력 있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례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최근의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상황들을 분야별로 간략하게 요약해 봤습니다.
1 부동산 금융 시장
작년 이맘때쯤에는 지속되는 금리 상승으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게다가 기관들이 변덕스러운 시장 상황으로 인해 대출을 자제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이 어려웠었습니다. 대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많이 없었습니다.
24년 최근의 상황은 대출보다는 Equity 자금 모집이 어렵습니다. 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활발하게 공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실적이 부진해서 이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신규 투자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 투자보다는 자산 매각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강남이나 도심권역에 나온 기관투자자들의 자산들은 많지만 신규 투자에 참여하는 사례는 크게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런 설명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Equity 보다는 대출을 하는게 더 손쉬운 투자가 되면서 시중의 투자자금 고갈 현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활발하게 투자 활동하는 곳은 그나마 블라인드 펀드 자금이 아직 남아있는 몇몇 운용사들이나 공모상장 리츠 가운데 적극적으로 자산을 편입하고자 하는 곳들입니다. 다만, 이런 자금들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나와있는 매각 자산들을 전부 소화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경쟁력이 있는 자산들을 위주로 제한적으로 검토하게 되고, 매각하는 자산들은 경쟁 자산들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동일 권역에 새로운 자산들이 매각에 나오면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뀌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2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은 다소 암담한 상황입니다. 투자 자금은 부족한 가운데 강남권역에서는 3분기에 많은 자산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시장에 나왔지만 거래가 되지 못하는 자산들은 투자자 모집을 마무리 하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MOU 이후에 거래 종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거래를 마무리 하면 다행이지만 입찰 이후 조용히 다음 기회를 노리는 자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POOL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슷한 권역에 경쟁 자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도 기존에 검토하던 자산을 보는 와중에 새로운 자산을 살펴보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쟁적으로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다 보니 기존보다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이는 자산 가격 조정을 통해 진행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매입가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을 위축 시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금리 영향 때문입니다. 대출금리가 5% 중반부터 어떤 곳에서는 6% 정도까지 설정하고 가격평가를 하고 있는 게 최근의 상황입니다. 대출 금리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려면 금융 구조화를 통해 우선주 수익률을 높여야만 투자자 모집이 가능한데 이런 수준의 수익이 나오는 자산들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그나마 나중에 매각 차익을 통해 전체적인 수익을 보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입지에 있는 자산들밖에 거래가 될 수 없는 시장 상황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물류나 리테일 같은 다른 자산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오피스 빌딩이 매각에 나오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를 했었지만, 이제는 우량한 빌딩들만 살펴보고 투자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3 자산관리업계 동향
앞서 설명했듯이 자산들의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다 보니 PM 시장의 분이기도 다소 어두운 상황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자가 활발해야 영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손바뀜이 일어나야 PM 제안도 할 수 있는데 시장이 얼어붙어 제안 활동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보통주 투자자를 구해야 하는 시장 환경이 되다 보니 그에 따른 수주 쏠림 현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PM 수주를 목적으로 보통주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PM 영업에 큰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FM 회사들 마저도 보통주에 참여하는 시장이 되었기 때문에 신규 수주를 위해서 투자까지도 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은 우협 선정이 되면 보통주 투자가 가능한 PM 사도 마케팅을 할 정도로 시장의 투자 자금 모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산관리의 능력이나 역량보다는 투자의 관점에서 PM 사를 선정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인지는 살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자산관리업계에서도 심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돈이 없으면 PM 수주조차 할 수 없는 시장으로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4 임대시장
임대시장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형 이전 수요도 예전처럼 많지 않고 특히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올라가던 임대료도 이제는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IT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관련 임차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강남권역의 공유 오피스들의 공실도 늘어났고 잘 나가나던 스타트업들이 갑작스럽게 이전을 하거나 감평을 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의도권역은 IFC와 파크원의 공실이 거의 없고, 준공이 예정된 사학연금도 임대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임대가 안정화된 느낌입니다. 과거 여의도 MBC였던 오피스 빌딩 앵커원에는 유안타증권까지 입주하게 되면 여의도에 신규 공급되는 자산들도 빠르게 공실을 해소하면서 추가로 대규모 공급이 없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심권역은 최근에는 큰 이슈는 없지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사업들이 향후 한꺼번에 몰릴 것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주거로 개발하려던 자산들 마저도 분양 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오피스로 개발 계획을 변경하는 사례들도 증가하면서 물류시장과 유사한 과공급 상황이 3-4년 뒤에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더불어 마곡을 중심으로 공급되는 대형 프로젝트들도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권역 간 임차인들의 이동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새로운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오피스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만한 요인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 개발 주체들이 대형 공실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5 취업 시장 분위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신규 채용도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 분야가 크게 위축되어 이와 연계된 증권사들의 인력 채용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대규모 감원이 있었던 증권사가 있었는데 올해 연말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인력을 충원한 회사들은 인력을 다시 감축하거나 부서 조정을 통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입 채용은 더욱 줄어들었고 그나마 움직임이 있는 자리들도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곳들도 종종 눈에 띄고 있습니다.
아직 연말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있지만 내년을 대비해서 인력 채용을 늘리는 곳보다는 감축하는 곳이 더 많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건비가 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업의 특성상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일 때까지는 취업 시장도 조용할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23년 10월 말경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개인적인 시각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매해 쉬운 해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최근의 상황은 여러 가지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쉽게 포기하거나 체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험난한 시절을 잘 버티고 이겨내기 위한 내성을 키우다 보면, 기회가 왔을 때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마도 한두해 하고 그만할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업계에서 일할 여러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우울한 전망은 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입니다.
올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년을 위해 다들 화이팅 하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