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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부동산 일을 하게 되었나


나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학교는 매일 나갔는데 성적은 입학하자마자 학사 경고 연속 3회였다. 도망치듯 군대를 다녀와서는 누더기가 된 학점을 메꾸는데 주력했다. 계절학기를 전전하면서 남들 다하는 토익시험도 준비했다. 크게 쓸모는 없지만 전공 과목 관련 자격증인 무역사와 무역영어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래도 취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봐야 그냥 평범한 수준이고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

서울에 있는 중위권 대학, 게다가 그저 그런 학점으로는 대기업 해외영업 부서를 가고자 했던 나는 이미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눈높이를 낮춰 지원했던 중소기업들도 서류 통과마저 쉽지 않았다. 운이 좋아 합격해도 박봉에 고생만 한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무역회사에 대한 나의 생각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돌아보면 시작부터 잘못된 게 분명하다.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교와 학과를 지원했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 조언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냥 무역학과에 가면 그래도 해외 영업 같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입학해서 1997년에 입학해서 2005년까지 학교를 다녔다.

그렇게 별다른 기대를 걸 수 없던 취업 활동을 하다 새로운 직업을 찾아 봤다. 그리고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부동산 자산관리'라는 업종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없어진 회사지만 샘스라는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에서 신입을 찾는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잠깐 동안 회사 홈페이지를 둘러보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상업용 빌딩에 대한 자산관리 업무라는 게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만들어서 제출했다. 서류에 합격하고 면접을 거쳐 그 회사에 합격했다. 운이 좋게도 그렇게 나는 부동산 일을 시작했다.

14년이 지난 지금은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부동산 자격증도 따고 누구나 알만한 부동산 프로젝트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부동산 관련 책도 쓰고 틈틈이 강의도 하면서 지낸다. 시작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발전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각도가 1도만 틀어져도 시간이 흐르면 그 차이는 점점 커진다. 지금 나는 인생의 각도를 완전히 틀어 새로운 분야에 와있다. 그리고 하는 일에 만족하고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졸업 당시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성공적으로 만족할만한 직업을 찾게 된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1. 내가 하고 싶은 마음에 끌리는 일을 선택하고 일단 시작한 것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의욕이 생긴다. 부동산 자산관리라는 단어를 봤을 때 왠지 끌리는 느낌이었다. 판단이 어려울 때는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도 필요하다. 남들의 조언을 따라 실패하느니 스스로의 선택을 믿는 게 낫다. 무엇보다 끌리는데 그치지 않고 시작을 했던 게 주요했다. 그날 바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다른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2. 경쟁자가 많이 없는 새로운 영역 발견

2004년 취업 당시에도 부동산 자산관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새로운 분야는 대부분 기회가 많다. 우연히 발견한 분야는 생소했지만 대신 경쟁자가 많이 없었다. 노력하면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좀 더 공부를 했다. 예전에 비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부동산업계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당연히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영역에서 경력을 쌓게 되고 그 경험이 곧 자산이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성을 인정받고 그 경력을 토대로 더 나은 일을 찾기도 한다.

3. 그래도 취업은 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태도

비전공자에 학점도 그저 그렇고 유명 대학교 졸업은 아니었지만 취업은 꼭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현재 상태에서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게 무얼까 고민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뭔가 준비되면 하는 게 아니고 지금 상태를 최선으로 포장했다. 그래도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잘 모르는 분야지만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다. 언젠가 취업은 분명히 된다는 믿음 하나는 있었다. 지금도 부동산업계에 들어오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 취업은 다 된다. 다만 조금 늦거나 빠를 뿐이라고... 

부동산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를 짧은 글로 설명했지만 결국 운도 좋았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 더 크다. 부동산 취업 강의 때마다 내가 취업을 했던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취업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더 들려주려 글을 쓴다. 나처럼 말도 안 되게 시작한 사람도 부동산업계에서 이렇게 자리를 잡았다. 이 짧은 글이 부동산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내가 겪은 부동산 업계 이야기를 꾸준하게 써볼 예정이다. 사소한 글이지만 내가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누군가는 꼭 원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좋겠다.   

생각 나눔 : 
부동산 비전공자인데 도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답은 간단하다. 끌리는 직업이라면 길을 찾아보고 시도하면 된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부동산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꼭 전공자라고 해서 그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두려움에 망설이다 포기한다. 그래서 실제로 취업이나 현업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 비하면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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