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퇴근을 지하철로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3년 간의 회사 생활을 여의도에서만 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 왕복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그런 지하철이 저의 연봉을 올려주었다.
이유는 이렇다. 지하철 안에서 나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만 혼자 있는 시간을 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가능했다.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이겠지만 나름대로 잘 활용하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루 2시간씩 출근하는 날이 한 달에 20일이면 40시간이다. 그렇게 꼬박 13년이면 156개월이다. 결과적으로 156 개월 * 40 시간, 즉 6,240시간이 확보된다. 1만 시간의 법칙도 있는데 그것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무언가 하기에는 충분히 많은 시간이다.
내가 지하철에서 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되짚어 봤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관련 자격증의 공부를 지하철에서 많이 했다. 동영상 강의를 출퇴근 때 듣고 집에서 남는 시간에 공부를 했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관련 자격증이 하나도 없었지만 출퇴근을 하면서 5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항상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심심할 때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데는 버스보다는 흔들리지 않는 지하철이 훨씬 편하다. 책을 읽다 보니 책을 쓰고 싶어 졌고 그래서 <한국 부자들의 오피스 빌딩 투자법>과 <부동산 자산관리 영문 용어 사전>이라는 책도 쓰게 되었다. 책의 초고와 아이디어 메모도 노트북과 휴대폰을 통해서 많은 부분을 지하철 안에서 완성할 수 있었다.
주변의 소음을 없애기 위해서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다녔는데 처음에는 가요를 듣다가 내가 좋아하는 강연가의 영어 포드 캐스트나 오디오북을 들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영어 듣기가 편해졌다. 하루 2시간씩 영어를 흘려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저런 게 다 귀찮을 때는 그냥 멍하니 있다가 문뜩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휴대폰 메모장이나 노트에 메모를 하곤 했다. 이런 것들이 모여 나중에 책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쓰거나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중요한 아이디어나 시작의 실마리를 제공해 줬다.
결국 지하철에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책에서만 읽었던 작은 실천을 나 스스로가 하고 있었고 그 결과가 나타나면서 조금 놀랐던 게 사실이다. 의도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지만 뒤돌아 보니 나름대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도 9호선이 개통돼서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지만 갈아타는 시간과 집중력이 떨어질까 봐 항상 타고 다니는 5호선과 8호선을 타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주차 자리도 있어 차를 가져갈 수도 있지만 운전하는 시간이 아까워 지하철을 타고 있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계속 지하철을 이용할 것 같다. 부동산을 하는 사람은 지상으로 다녀야 하는 게 맞지만 출퇴근 시간은 지하로 다니면서 능력을 계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버스보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본인만의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5678 도시철도 공사 직원분이 계시면 항상 안전 운행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