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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 You Jan 07. 2022

포효하는 몸이 영상을 포효하다

상수에서 1년 살기

상수동 일기⑥     


2021.06. 제천 촬영지에서

첫 만남에 C는 몸이 어흥~ 포효를 할 것처럼 성나있었다.

이 바닥의 크루라기 보다는 어디 미스터코리아 대회에서 웃통을 벗고 울퉁불퉁 근육을 드러내는 상남자의 인상이었다.

더군다나 영상과는 관계없는 물리학과 출신이라지 않은가.

우리 회사 여자 카피라이터의 대학 같은 과 선배. C는 서른 먹은 남자 셋이 모여 기획, 촬영, 편집을 다 한다고 했다 요즘엔 능력자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회사 이름도 흥해라 청춘. 뭔가 젊은 에너지가 빵빵 느껴지는 포스의 이름.

클라이언트 예산이 적어 광고CF 스텝과는 일할 수 없어서 찾다찾다 건너건너 만나게 된 친구다. 작은 실마리부터 큰 실타래가 술술 풀리듯 그 일로부터 어느덧 우리는 충북 괴산을, 음성을, 제천을 함께 누비는 팀이 되었다. 지난 여름만 해도 낮에는 뙤얕볕 아래 밀짚모자 속에 얼굴을 파묻고 카메라와 반사판을 들고 산과 들과 농가들을 가로지르다가, 어스름녁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되면 읍내 마트에서 고기와 술을 양껏 사들고 지인이 하는 과수원으로 올라가 사과나무 아래 평상을 깔고 주.지.육.림.의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는 늘 하늘 저 위에선 별이 깜박이고 우리 머리 위에선 빨간 사과가 익어갔다.     

어쩌면 그 실마리로 시작된 실타래의 끝 때문에 내가 상수동에 작업실을 만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C의 회사가 청주에서 신림동으로 그리고 홍대로 거침없이 진격 해오는 사이, 나는 그들과 솔찮은 미팅과 일을 진행하며 나도 모르게 이 동네를 애정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족 하나.

올 호랑이 해엔 그의 어흥~ 하는 몸처럼,

어떤 일이 우리를 어흥~하고 포효하게 할지.     



2022.01.07.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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