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놀랐던 마음이 녹으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일단 휴대폰을 새로 사야했다. 휴대폰이 없는 채로 남은 1년을 지낼 수는 없으니까. 중고폰을 살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일단 그냥 전화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폰을 사기로 했다. 그렇게 전자제품 파는 곳에가서 wiko라는 휴대폰을 샀다. 99.99유로? 100유로가 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30,000원 정도 되는 휴대폰. 십만원대의 핸드폰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국에서는 휴대폰은 늘 거의 돈 백만원 하는 고가의 물건이었으니까. 그렇게 기계를 사고 다시 통신사에 가서 유심칩을 샀다. 칩은 새로 샀지만, 재발급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새 유심을 새 핸드폰에 꽂았더니 이런저런 문자가 왔다. 우버를 부른 것 같은 문자들이 와있었고 그거 말고는 없었다. 십삼만원짜리 휴대폰을 들고 경찰서에 갔다. 어쨌든 내 핸드폰을 사용했으니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었다. 헛된 희망이었지만 말이다. 프랑스에서의 첫 경찰서는 생각보다 따스했다? 차갑지 않았고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접수대 같은 곳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이폰은 각 기기마다 고유의 IMEI 번호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가게 될 경찰서에서도 가장 많이 들은 말을 처음 들었다. 다음 번에 올 땐 너보다 불어를 잘하는 사람과 함께 오라던 말. 날치기 당한 아이폰의 IMEI 번호를 알아가야하는 것 보다 더 막막했던 준비물. 프랑스에 도착한지 한 달도 안 된 나에게 나보다 불어를 잘 하면서 날치기 당한 내 폰을 찾기 위해 같이 경찰서에 가줄 사람은 없었다.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아니었고, 그렇게 한 번쯤 혼자 더 경찰서를 찾은 후 그 다음 번은 L과 함께 경찰서를 찾았다. 그렇게 열심히 경찰서에 갔지만 내 폰은 찾지 못했다. 이제와서까지 원망스럽지는 않지만 그냥 굳이 찾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럴 필요도 없었을테고. 처음 가본 프랑스 경찰서는 따스했지만 도움은 되지 않았고 그렇지만 중년의 여성 경찰분은 꽤 많이 멋있으셨고 L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