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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 A Nameless Grace! 신(神)처럼이름 없이 우아하게!

by 박길숙

2025년 나는 내 삶을 리셋했다.

피떡 진 굳은살을 모두 떼어내고

새로 짠 광목 한 필을 펼쳐 놓았다.

글자 하나 새겨 넣지 않은 백비(白碑)를 세운 거다.

나는 새롭게 조율한 나의 서사를 무제(無題)라고 명했다.


두루마리 백지 (The Uncaptioned Scroll),

혹은 뮤즈의 암호 (Cipher of the Muse)로 불리고픈

새 마음이 돋은 건 뇌섹남 GD와 배우 박정민 덕분이다.


무진장 좋아하는 최애 노래

GD의 ‘무제’를 무한 반복 섭취하고

배우 박정민이 차린 출판사 ‘무제’를

무시로 검색해서 내 앞으로 바짝 당겨놓으면,


GD는 무제를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숨결'

A Breath, Not Yet Named~이라 말하고,

박정민은 '끝나지 않은 서문'

The Unfinished Preface~이라 말한다.

무제와 무제를 맘대로

곱하고 더하고 나누고 빼면 0이다.


실제로 올해 나는 0으로 회귀했고

무(無) 밭에 심을 무(無)씨를 고르는 중이다.

무(無)씨를 고르다 하늘을 보면

겨울이 배를 가르는 게 보인다.

얼핏 봄꽃이 어룽어룽 비치기도 한다.


언제가의 봄,

사는 게 힘들다고 엄살을 부리면

“똥 밭에 굴러보지도 못한 주제에 엄살은~~”

이라고 꾸짖던 애기똥풀이

새 봄 내 무(無) 밭에 다복다복 필거다.

그 날이 오면 샛노란 똥물 온몸에 젖도록

굴러볼 작정이다.


길이 154cm 중량 48.5kg

이전에 없던 애기똥풀로 우뚝 서서,

신(神)처럼 A Nameless Grace!

이름 없이 우아하게!

보일 듯 말듯한 전선(電線)이 하늘과 접신(接神)한다. 무한한 무(無) 밭에 곧 피어날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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