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글씨를 보면 달아올라요

- 저만 이런 건가요?

by 박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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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필통 속에서 문득 손에 잡힌

손주가 쓰던 형광펜

‘할 수 있다’ 글씨에서 사력을 다하려는

몸부림이 보입니다.


걸음마를 처음 시작할 때

수 백 번을 뒤로 넘어지고도

기어코 중심 잡아 첫발 내딛을 때처럼

울컥 만감이 교차하는 건

제가 늙어서인가요?


어린것 보드라운 가슴에 귀대고

자라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콩닥콩닥 울리는 북소리

아직은 세속하고 거리가 먼 듯합니다.


어린 손이 남긴 글씨 덕분에

저는 지금 세속과 경건 사이에 주춤거리며

오늘 걸어갈 길을 셈해보고 있습니다


오늘 우연히 마주치는 행복을 놓치지 않을 자신

마음이 자꾸 달아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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