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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과제

고임금 국가일수록 저출산이 발생하는 이유

국가 주도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아이에 대한 인식 변화

by 박주혁

본 필자는 임금 수준에 따른 저출산 현상이 ‘아이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국가 주도의 산업 구조 변화는 가계로 하여금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 글에서는 이를 저임금, 중임금, 고임금 국가의 산업 및 노동 방향성 차이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저임금 국가의 모습

저임금 국가의 주산업은 농업 및 경공업 등 단순 노동 집약적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산업은 고차원적 작업 지식이나 고도의 수행 능력보다는 단순 노동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이에 따라 국가와 가계는 아이를 ‘확실한 생산재’로 인식하게 된다. 이들에게 아이는 곧바로 노동력으로 활용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 저임금 국가의 가계 및 국가는 아이를 최대한 많이 낳아 효과적인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는 저·중·고임금 국가 중 저임금 국가의 출산율이 가장 높다는 지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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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저임금 국가가 국가 경쟁력을 갖추며 발전하게 되면, 중임금 국가로 전환하게 된다. 이들은 농업 및 경공업과 같은 단순 노동 산업에서 벗어나, 중공업과 같은 무겁고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산업으로 나아간다. 이 산업은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수행 능력을 필요로 하며, 그에 비례하여 임금 상승이 뒤따른다. 이 같은 산업 구조 변화는 아이에 대한 인식을 ‘불확실한 생산재’로 전환시킨다. 국가와 가계는 아이가 점점 복잡해진 작업 환경에 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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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바로 ‘교육’이다. 이 교육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포함된다.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필수화함으로써, 노동 수행에 필요한 지식수준을 끌어올려 작업 수행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교육의 또 다른 효과는 ‘기술 내재화’이다. 고학력자들은 유학, 연구, 벤치마킹, 혹은 모방 혁신을 통해 선진국의 기술을 자국에 흡수하게 된다. 이 기술 내재화는 다양한 산업,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다발적으로 나타나며, 이를 바탕으로 내수 시장을 주도하는 거대 기업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외수, 즉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게 되면, 해당 국가는 고임금 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6pgQ20KCfiL7qSaYU%3D 고임금 국가의 모습

고임금 국가의 주산업은 서비스업이다. 이 산업은 중임금 국가 시절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 작업 지식과 수행 능력을 요구한다. 이들 국가에서의 육체적 노동은 높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비효율적이며, 이는 저임금 및 중임금 국가에 하청을 맡기는 구조로 나타난다. 고임금 국가의 노동자들은 고부가가치 노동, 예컨대 브랜드 가치 제고, R&D 등 극도의 정신적 노동과 경쟁에 노출된다. 그로 인해 위 국민들은 극한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지낸다. 하지만 이들은 자본적 여유를 통해 소비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 소비 대상은 영화, 책 등 다양하지만, 본 필자는 이들이 아이 또한 하나의 ‘소비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그들은 더 이상 생존이나 노동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 고임금 국가의 가계는 과거처럼 노동 집약적 생활을 하지 않기에 다수의 아이가 필수적이지 않다. 국가 또한 대규모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 구조에서 이미 벗어나 있다.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만족이라는 소비적 목적을 위해 아이를 출산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아이를 통해 ‘놀이’를 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자기만족을 얻고, 양육이라는 명분을 통해 직장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잠시 외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Hff3odXZKoEpVCP5JIWAN0%3D 저울

혹자는 아이를 양육하는 행위를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닌, 윤리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와 같은 윤리적 행동조차도 그 이면에 개인의 정서적 보상, 즉 자기 만족감이라는 요소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는 칸트가 아니다. 우리는 그처럼 순수한 선의지로 윤리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많은 경우, 우리의 윤리적 선택은 그 결과에 대한 기대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결과 속에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전제되어 있다. 어쩌면 아이 양육이라는 행위 또한,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러면 이들은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왜 대체로 1명 혹은 2명만 낳는 것일까?


필자는 이것이 가계의 구매력, 양육자의 만족감과 스트레스 간의 교착점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 고임금 국가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저임금 및 중임금 국가와 달리 높은 물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소비(예: 사교육비) 등으로 인해 아이 양육에 요구되는 자금이 크다. 가계는 이를 기회비용적으로 계산하여, 자신의 구매력 한도 내에서 아이 수를 결정하게 된다.

둘째, 만족감과 스트레스의 교차점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스트레스가 따른다. 우리는 모두 유아 양육이 극한의 노동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이유는, 양육을 통해 얻는 만족감이 아이 없이 사는 삶에서 얻는 만족감, 그리고 아이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보다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의 수가 늘어날수록 이 만족보다 스트레스가 커지는 시점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계는 이러한 교차점에서 출산할 아이의 수를 결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가계는 만족을 위해 아이를 낳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 처음부터 가계는 아이가 필요하지 않으며, 국가 또한 과거처럼 많은 인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고임금 국가에서는 만족 가능한 수준까지만 아이를 낳으며 저출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실제로 저·중·고임금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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