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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1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

by 박나옹

'젖'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쓰고 듣게 될 줄이야.

내가 이 경이로운 일을 직접 겪기 전에는 '젖'이란 표현은 거의 '좆'과 거의 유사한 느낌으로 상스럽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젖'이라는 표현을 듣거나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낯설고 민망하다.


'젖이 잘 나오냐.'

'젖을 먹였냐.'

'젖을 잘 무냐.'


출산 후 조리원 첫날에 겪은 내 '젖'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어색하고 인생 전반에 있어 특이한 경험이었다.

4일째 조리원에 들어가서 수유콜을 받았을 때 내 아기를 처음으로 한 아름 안아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젖을 물리는 기분이 어땠다는 감동적이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하다 못해 어떠한 호르몬의 감정 변화도 없었다. 다만 여전히 낯선 나의 아기가 내 젖을 향해 머리를 좌우로 휘저으면서 까만 유두를 찾아 돌진할 때 그 쪼끄마한 신생아의 거친 숨소리와 눈빛에서 야수 새끼 같은 놀라운 생존 본능을 보았달까.


스크린샷 2025-02-24 오전 3.31.35.png 다양한 젖가슴


잠깐 헛소리를 하자면 수유실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젖 깐 엄마들을 볼 수 있다.

출산 후의 몸 상태와 환경적인 낯섦 때문인지 수유하는 엄마들을 고귀하고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바라보진 못했고 수유를 준비하는 엄마들의 슈퍼젖들을 힐끗거리면서 구경하며 다소 따분한 수유 시간을 때웠다. 20,30대에 작은 가슴이 무척 콤플렉스였던 나는 나름 힘든 임신 기간에 사춘기 시절보다 놀랍도록 성장하는 내 가슴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나 수유실에서 본 내 몸의 반쪽만 한 몇몇 엄마들이 척- 꺼낸 가슴은 예상밖으로 내 머리통보다 컸다. 꽤나 커진 내 가슴이 상대도 못할 슈퍼젖이었지만 다행히 지금의 나는 상대방의 가슴을 감상할 뿐 그녀들보다 작은 가슴으로 위축되진 않았다. (여기서의 목적은 젖만 잘 나오면 되는 것 아닌가!) 수유실에서는 돌아다니며 산모들의 젖의 상태를 만지작거리며 검사하는 수유 선생님, 아이를 다루는 것이 영 어색한 산모, 젖을 물리는 것을 쩔쩔매는 산모, 정적이 가득한 곳에서 큰소리로 아이와 일방적인 대화를 하는 산모, 잠들어버린 아기를 깨우는 산모, 그리고 대부분은 우는 아이의 칭얼거리거나 자지러지는 소리, 젖을 빠는 아이의 거친 숨소리, 쌔근거리는 작은 숨소리... 그 어색한 혼돈의 방 안에서 나는 시계만 바라보았다. 왼쪽 15분, 오른쪽 15분의 미션을 성공하느냐 마느냐.

스크린샷 2025-02-24 오전 2.48.38.png 조리원 생활을 보여주는 노래


유축기는 젖을 짜는 데 있어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일정한 박자로 유두를 빨았다가 놓았다가 하는데 그때마다 빈 젖병으로 유즙이 쪼르륵 쪼르륵 흘러들어 가는 광경을 보았을 때 그 기이함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젖소와 다를 것이 없구나 하는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젖 짜기의 공식 좌우 5분씩 2세트를 완료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지는 않아서 예능 프로그램 하나 골라서 멍 때리며 시간을 때웠다. 며칠 뒤엔 젖 짜라는 수유실의 지시를 어기고 그냥 잠들었더니 어김없이 가슴이 돌이 되어있었다.


큰맘 먹고 샤워를 하려고 수유브라를 풀어보니 고장 난 수도꼭지 마냥 유두에서 유즙이 뚝뚝 떨어졌다.

또 어떤 날은 물총 쏘듯이 젖이 사출 되기도 했다. (가슴으로 총 쏘는 B급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물총이라니...) 40년간 사용했던 내 몸에서 난생처음 보는 생소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을 직관했던 것이다. 괴상한 상황에 혼자 몇 번이나 진저리 쳤다.


스크린샷 2025-02-24 오전 2.57.36.png 츠치야 마유미 저자(글) · 계일 번역 · 아이노야 유키 그림/만화

호르몬의 영향으로 아기 우는 소리를 들으면 젖이 돈다고 한다. 아기가 세상밖으로 나오니 젖이 자동 생성되는 우리 몸의 메커니즘이 놀라울 뿐 젖을 물리는 어머니로서 어떠한 특별한 감정이 들진 않았다.

아름답게 쓰고 싶은 나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은 감동은커녕 낯설기만 했다. (그러니 부끄럽다면서 젖이나 좆이니 말장난이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젖은 젖이다!) 나는 도대체 모성애가 있는 것일까.




갑자기 모유의 출처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본 모유 지식


모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모유는 아기의 성장과 면역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여성의 몸에서 특별한 과정을 거쳐 생성. 호르몬의 조절, 유방의 변화, 그리고 아기의 젖 빠는 자극이 함께 작용하여 모유가 생성되고 분비됨.


모유는 엄마의 혈액 속 영양소로 만들어짐

혈액이 유선으로 운반되어 젖샘 세포에서 모유로 전환


1. 준비 단계 (임신 중) : 임신이 시작되면, 여성의 몸은 모유 생산을 준비하기 위해 변화함.

❉ 호르몬 변화:

에스트로겐: 유관(젖관) 발달 촉진

프로게스테론: 유선(젖샘) 성장

프롤락틴: 모유 생성 준비 (출산 전에는 억제됨)

❉ 신체 변화:

유방이 커지고, 유두와 유륜이 짙어짐

임신 말기에는 노란색의 초유가 소량 생성되기 시작


2. 모유 생성 개시 (출산 직후) : 출산과 동시에 태반이 배출되면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고 프롤락틴이 활성화되어 본격적으로 모유 생성이 시작.

❉ 프롤락틴: 유선 세포가 혈액 속 영양소를 이용해 모유를 생성하도록 자극
❉ 옥시토신: 젖 분출을 돕는 호르몬 (아기가 젖을 빨 때 분비)


3. 젖 분출 과정 (Let-down Reflex) : 모유가 생성되면, 아기의 젖 빠는 자극이나 울음소리가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모유가 유관을 따라 유두로 나옴


❉ 분출 과정:

아기가 젖을 뗌 → 유두 자극

뇌하수체에서 옥시토신 분비

유선의 작은 근육이 수축 → 모유가 배출


❉ 엄마 느낌

따끔거리거나 간지러운 느낌

반대쪽 유방에서 젖이 흐르기도 함


4. 유지 및 조절 단계 (지속적 수유)

모유 생성은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됨

❉자주 수유할수록 더 많은 모유가 생성
❉ 유방에 젖이 오래 남아 있으면 생산이 감소

❉ 프롤락틴 반사: 아기가 빨 때마다 새 모유 생성
❉ 옥시토신 반사: 수유 시 젖 분출 촉진


❉ Tip:

아기의 필요에 맞게 모유 성분도 바뀜

수유 초기엔 묽고 수분 많은 젖, 나중엔 더 진하고 영양 풍부한 젖이 나옴


5. 모유 생성 중단 (수유 종료 시)

모유 수유를 중단하면:

프롤락틴과 옥시토신 분비가 감소

유방의 젖샘 조직이 줄어들며 모유 생성 멈춤

모유 중단 후: 며칠에서 몇 주 내에 생성이 멈추지만, 잔량이 남을 수 있음


❉ 모유 생성에 도움이 되는 팁!

✓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유하기 (특히 초기엔 2~3시간마다)
✓ 충분한 수분과 영양 섭취
✓ 스트레스 관리 (긴장은 옥시토신 분비를 방해)
✓ 편안한 수유 자세 유지


❉ 결론:

모유는 엄마의 몸에서 혈액 속 영양소가 젖샘 세포를 통해 모유로 전환되어 생성되며, 아기의 젖 빠는 자극과 호르몬(프롤락틴, 옥시토신)의 협력으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분비됨. 이 과정은 엄마와 아기의 사랑과 유대감을 깊게 만들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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