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으실 마을의 마을 만찬을 앞두고
마을 할아버지의 마을 소개가 끝나고 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수확이 끝난 시골마을은 집집마다 겨울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줄줄이 매달려 있는 곶감이 마을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다. 햇빛에 몸을 맡기고 맛있게 말라가는 반건시 곶감. 겉은 쫀득, 속은 말랑한 곶감에 손이 멈추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한 박스 구매하고 싶었지만, 어르신들의 겨울 디저트, 할머니 집에 놀러 오는 손자 손녀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 같아 꾹 참았다.
마을 주민 분 중 한 분이 별채를 내어주셔서 오늘 하루 묵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자, 20년 전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지에서 근처 민박집에 머물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르신의 옛 결혼사진과 자녀들, 손주들의 사진이 방에 걸려있었다. 깨끗이 세탁한 이불과 수건에서는 할머니 집에서 맡았던 삶은 빨래 냄새가 났다.
마을 숙소에서 제공된 어메니티에서도 마을너머 여행사가 지향하는 마을 여행의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제천의 간디학교*에서 만든 친환경 샴푸와 바디워시 그리고 마을의 특산품인 수수를 활용한 수수차 티백을 제공해주었다. 준비한 듯 안 한듯, 준비한 어메니티는 소박함 그 자체였다.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그런 느낌으로 하룻밤을 지냈다. 마을을 외부인에게 개방하되 마을 주민들과 마을의 자원이 다치치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제천 간디학교는 비인가 기숙형 대안학교로 이 학교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붉으실 마을에 거주하여 공동체를 이루고 마을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을너머 여행사도 그중 하나로써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붉으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장님 댁에서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다. 마당에는 묵직한 두께의 장작이 타오르며 불멍이 준비 중이었다. 작은 마을 잔치가 벌어질 모양이다.
한 마을이 여행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렇게 방문객을 받는 시도까지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주민들의 협조를 얻고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은 그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주민의 합의 없이는 마을 여행을 기획할 수도 진행할 수 없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만약 실수가 생겨 불만족하게 되면 어쩌지?' , ' 수입은 얼마나 될까? ' , '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마을에 올까?'와 같은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또한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도 '과연 잘 될까'라는 걱정의 시선과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에 대한 질투의 시선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나의 경험상 마을 내부에 갈등이 없는 마을은 없다. 단지, 그 갈등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마을의 리더십과 주민들의 노력의 모습은 마을마다 다 다르다.
김간란 주민과 함께하는 수수부꾸미(먹기) 체험
이번 마을 여행의 먹거리의 중심에는 '수수'가 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수수 다발을 선물 받고, 수수차를 마셨기 때문에 이미 수수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었다.
마을 만찬을 앞두고 또 다른 마을 주민, 김간란 어머님과 함께 애피타이저 만들기에 돌입했다. 직접 농사지은 수수와 팥으로 만든 수수부꾸미는 전통시장에서 먹었던 수수부꾸미와는 또 그 맛이 달랐다. 3개 이상을 먹어고 느끼하지 않고 이렇게 쫀득하게 입에서 살살 녹아버리다니. 앞으로 전통시장에서 수수부꾸미를 구입할 때는 부치자마자 그냥 그 자리에서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수부꾸미의 열이 식기 전에 입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수수부꾸미가 입에서 녹는다.
수수부꾸미를 부쳐 먹으면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내 생일마다 수수떡을 해주셨던 부모님과 팥을 좋아하는 남동생과 이 맛을 보여주고 싶은 친구들까지. 이 뜨거운 수수부꾸미를 입에 넣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텐데.. 말이다.
주병수 마을 이장님의 등장
마을 이장님이 수수빗자루를 가지고 나타나셨다. 흔한 수수빗자루인데 이 마을 빗자루는 수수빗자루 중에서도 프리미엄급이 아닐까 싶었다. 주병수 이장님은 이 마을 토박이인 아내를 따라 붉으실 마을로 귀농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다양한 작물을 소개해 주셨다. 도대체 몇 가지의 작물을 짓고 계신 걸까. 직접 농사지은 작물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이장님이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그의 성격과 노력이 이 먹거리에 오롯이 담겨있다.
제천 붉으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들. 유독 붉은색의 먹거리가 많다. 과연 붉으실 마을이다.
오늘 이 먹거리 재료로 만찬이 만들어진다. 도시에서는 접하기 힘든 민물새우와 호랑이 콩, 산초와 박이 눈에 띈다. 과연 붉으실 마을의 '외갓집 밥상' 저녁식사는 어떤 한상으로 차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