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프라이싱 #1 | 기술보다 문제 정의

Part 1: AI 없이 매출 20% 올린 방법

by 성원

"AI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에 도전하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도입하려면 AI가 필수 아닌가요?" 프로젝트 시작 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수요를 반영해 최적의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 그것도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광고 비즈니스에서 AI 없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깨달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가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AI 없이도 기존 대비 약 20%의 매출 증가를 달성했고,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여정의 첫 번째 이야기, '진짜 문제를 정의하는 법'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1. 통념을 깨다: AI 없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가능성

AI가 필수라는 착각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전략)은 복잡한 머신러닝 모델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례 연구나 컨퍼런스 발표를 보면 정교한 AI 알고리즘, 실시간 학습 모델, 복잡한 예측 시스템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정답일까요? 모든 비즈니스가 처음부터 AI를 도입할 수 있는 리소스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을까요? 더 중요한 질문은, 과연 AI가 없으면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요?


실제로 필요했던 것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가 발견한 진실은 이것이었습니다. 성공적인 다이나믹 프라이싱에 정말 필요한 것은 최첨단 AI가 아니라,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왜 기존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둘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가설. 복잡한 예측 모델 대신, 우리가 가진 성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명확한 규칙을 설계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셋째, 빠른 검증과 실행. 완벽한 시스템을 기다리기보다, 시뮬레이션으로 가설을 검증하고 작게 시작해서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결국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것 자체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주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2. 본질을 보다: 진짜 문제 발견하기

2.1. 첫 번째 발견: 고정 가격의 심리적 함정

프로젝트는 명확한 문제 인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광고주에게 동일한 고정 가격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언뜻 공정해 보이는 이 정책은 실제로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제약이었습니다.

고정 가격의 문제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처음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되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 현상)'에 있었습니다. 한번 70만 원이라는 가격이 고객의 머릿속에 기준점으로 자리 잡으면, 그 가격을 올리려는 모든 시도는 '손실'로 인식되어 강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60만 원은 '이득'으로 느껴져도, 80만 원은 '비싸다'는 반발을 불러일으켰죠.

반면, 항공권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성수기에 비싸고 비수기에 저렴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출발 시간, 잔여 좌석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은 크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가격이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가격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고정된 기준점'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유연한 값'으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2.2. 두 번째 발견: 데이터가 보여준 충격적 진실

더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업체별 ROAS(광고비 대비 수익률)의 분포를 그래프로 그려보는 순간, ROAS 분포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 우량 업체는 오히려 광고비를 적게 쓰고 있었고, 매출이 적게 발생하는 저성과 업체는 광고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뒤집힌 구조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파트너들로부터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동시에 성과가 낮은 곳에 과도한 리소스를 배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의 성장 기회는 '새로운 고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과의 가치 교환을 최적화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신규 고객 확보 없이 유의미한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3. 세 번째 깨달음: 문제 정의가 먼저다

두 가지 문제를 명확히 정의한 후, 저는 중요한 원칙을 세웠습니다. "기술적 해법을 찾기 전에, 비즈니스 문제를 먼저 정의하라." 만약 이 프로젝트가 "AI 기반 가격 최적화를 도입하자"는 기술 중심적 접근으로 시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정교한 예측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 즉 '고정 가격의 심리적 제약'과 'ROAS 불균형'이라는 핵심 문제를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기술은 도구입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가',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이 프로젝트 전체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3. 가능성을 검증하다: 지표 시뮬레이션

왜 시뮬레이션이 필수인가.

명확한 문제를 정의했다고 해서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본격적인 개발 리소스를 투입하기 전에, 우리는 데이터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단순히 '잘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세 가지 결정적인 비즈니스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습니다.


3가지 핵심 질문과 답

질문 1: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가?

시뮬레이션의 첫 번째 목표는 경쟁력 확보였습니다. 우리는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광고주에게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수익은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답은 '가능하다'였습니다. 핵심은 ROAS 기반의 차별화된 가격 책정이었습니다. 성과가 높은 광고주에게는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부과하고, 성과가 낮은 광고주에게는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구조를 만들면, 전체적으로는 경쟁사보다 매력적인 조건을 제공하면서도 우리의 총수익은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질문 2: ROAS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가?

두 번째 질문은 우리가 발견한 핵심 문제, 즉 업체별 ROAS 불균형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 우리는 기존의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ROAS 분포가, 새로운 가격 로직 적용 시 우리가 목표한 적정 구간으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출이 높은 우량 업체의 광고비는 적절히 상승하고, 저성과 업체의 과도한 광고비는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되는 구조였습니다.

질문 3: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인가?

마지막 질문은 장기적 관점이었습니다. 일회성 매출 증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는가? 시뮬레이션은 긍정적인 답을 제시했습니다. 기존의 단일 과금 지표(예: 노출 수)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클릭, 전환 등 복수의 과금 지표를 활용하는 모델로 전환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 상황과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실행 결정의 근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 가지 질문 모두에 데이터 기반의 명확한 긍정적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팀 설득의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검증 단계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며, 실행에 대한 확신을 얻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AI 없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수치로 증명했습니다.




4. 중간 인사이트: 지금까지 배운 것들

프로젝트의 전반부를 돌아보며, 저는 몇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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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다 문제 정의가 먼저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함정은 '기술 우선주의'입니다. "AI를 도입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라는 믿음은 종종 본질을 놓치게 만듭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AI 알고리즘이 아니었습니다. 고정 가격이 만드는 심리적 제약, ROAS 분포의 극심한 불균형이라는 '진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한 것이었습니다.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아무리 강력한 기술도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큰 기회는 '불균형'에 숨어있다

많은 기업이 성장의 답을 '외부'에서 찾습니다. 신규 시장 진출, 새로운 고객 확보, 혁신적인 제품 출시. 물론 이것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견한 가장 큰 기회는 '내부'에 있었습니다. 기존 고객과의 가치 교환 구조에서 발생하고 있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신규 고객 확보 없이 상당한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멀리서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 더 강력한 성장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설득의 무기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못하거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은 이 장벽을 넘는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가 아니라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성과가 예상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숫자는 가장 강력한 설득의 언어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는 문제를 '보는'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AI 없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왜 가능했는지,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가능성을 검증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이제는 검증된 아이디어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규칙 기반 가격 엔진을 실제로 어떻게 설계했는지

안전하게 도입하는 5단계 실행 로드맵

파일럿 테스트와 리스크 관리 전략

데이터로 증명된 최종 성과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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