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여름을 알리기 위해 목놓아 울기 시작할 무렵 나는 직장을 포기했다. 말 그대로 버티지 못해 포기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정말 한 밤에 꿈처럼 도전했던 업의 막을 내렸다.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도전했던 업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포기당했다고 생각했다.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 넘기고 싶었다. 삶에서 가장 바닥을 보았던 순간이 다가오게 된 것이다. 24년 6월 20일 나는 퇴사를 하였다. 어려서부터 특출 난 재능이 없었다. 다만 꾸준함과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꾸준함과 긍정은 나의 유일하면서도 큰 힘이 되는 장점이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루하루가 무기력했다. 모든 시선이 부정적인 것부터 보였다. 몸이 아팠다. 어떤 것을 해도 집중을 하지 못했다. 살이 10킬로 넘게 빠졌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6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목표를 갖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 나는 오롯이 한 가지 질문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10일 정도 내 삶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고 있다. ‘타인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허황된 목표였을까? 나는 길을 잃었다. 무기력한 시간이 지나고 차분히 나를 돌아보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내가 정말 남을 먼저 돕고 싶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의 멋들어진 포부는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나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나보다 타인을 우선하는 멋진 사람이에요! 당신은 나처럼 살아갈 수 있어요?라고 외침으로서 나의 삶을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포장만 그럴싸한 선물처럼 속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리고 계속 묻고 또 물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유한한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진짜 나의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했다.
그래. 진짜 내 속마음.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었다. 나는 타인을 도우려 하기 전에 나를 먼저 가득 채웠어야 했다. 타인보다 ‘나’라는 사람이 더 중요한 사람임을 헐벗은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순서가 잘 못 됐다. ‘타인을 도우며 사는 이타적인 삶’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채워 나아감으로써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이 닿는 삶’으로 목표를 새롭게 정했다. 내가 단단해지는 삶.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삶이 필요했다. 과거는 후회를 낳고 미래는 걱정을 드리운다. 미래를 잠시 내려놓고 과거를 직면했다. 나를 알아보기 위해 과거를 마주했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그리기 위해 과거를 직시했다. 과거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 죽음을 인지했다. 죽음으로 삶의 유한함을 깨닫고자 했다. 당장 죽는다면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무엇에 절실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할까? 언제나 나를 이끌려 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습관이 있었다. 흐르면 흘러가도록 멈추면 멈춰있도록 했다. 논쟁이 싫었다. 좋은 게 좋았다. 그래서 흐릿했다. 선명하지 않았기에 최선을 다해 산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게으른 삶도 아니었다. 뭐든 평균이하였지만 아주 이하는 아니었다. 그게 문제였다.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심지어 크게 평균적이지도 않았다. 한 번도 치열하지 않았고 절실하지 않았던 삶이 후회된다.
학창 시절에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삶의 선태권에 진심인적이 없었다. 내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그 선택의 책임도 오롯이 내 것이다. 선택 앞의 자유, 그 자유를 통해 나의 존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늦게 깨닫게 되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하니 그냥 했다. 그마저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찾아본 적이 없다. 우연히 시작한 운동을 1년 2년 지속하다 보니 몸에 변화가 생겼다. 몸에 변화가 시작하니 주변 사람들이 운동을 물어보기 시작하고 애쓰지 않아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을 되짚어보니 나를 가득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속이 빈 껍데기는 짧은 시간 함께함으로써 들통난다. 그 짧은 순간도 내가 ‘진짜배기’가 아닌 것을 들킬까 두려움의 연속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함에서 시작된다. 하루를 소중하게 사랑하는 것. 현재의 실천으로 나를 채워가는 것.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나를 채워나가기 전 나라는 그릇은 어떤 쓰임을 갖고 있을까? 나의 장점은 꾸준함과 진솔함이다. 한 가지에 몰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운동(헬스, 조깅, 등산), 독서, 글쓰기, 필사를 취미로 갖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역사와 언어 공부 그리고 나의 역사를 기록하여 차곡차곡 담아내고 싶다. 20대의 나는 보통의 삶이었다. 지방 청년의 삶. 열심히 살았지만 치열하진 않았던 그런 삶. 그 시간은 30대의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30대의 반은 도전과 실패의 시간이었다. 남은 30대는 현재에 존재하고 싶다. 행동으로 나를 채워 나가고 싶다. 그 시간이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40대라는 문을 열기 전 한번쯤 치열해보고 싶다. 마음 담아 바라보니 지금 이 시간이 기회라는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선물이 담긴 리본을 풀어나갈 때 기분 좋은 설렘. 설렘의 끈이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가 현재가 되듯 계속 이어진다. 스치듯 지나가는 이 순간을 채워 나가기 위하여 매년 그 해의 슬로건을 만들어 길잡이를 할 것이다. 단순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행동함으로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 2025년의 슬로건. 가자, 너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