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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Jul 31. 2022

타지 발령을 받았다

2022년 7월 31일의 기록  

2019.9.4 / 프라하 / sony a7r2 / sony 55mm f.18

회사생활 8년 차, 처음으로 타지 발령을 받았다. 대구에서 초중고 대학을 나오고 대구에 본사가 있는 회사에 취직하며 자연스레 대구에서의 생활을 아무 걱정 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전국에 지점이 퍼져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언젠가 한 번은 타지로 발령이 나겠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근무를 했더랬다. 점점 타지로 발령받는 동기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언제 가는 거지?'라며 인사발령 때마다 마음 졸이며 있었다.


대구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좋기는 했지만 '대체 나는 언제 가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인사발령 때마다 마음 졸이는 게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번 인사발령을 앞두고 어김없이 마음 졸이고 있을 때 즈음 하반기 보완 인사발령이 났다. 나도 발령 인사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고, 그렇게 8년 동안 근무했던 대구지역을 떠나 구미로 발령받게 되었다.


구미는 부산이나 창원, 진주, 안동, 영주 등 출퇴근이 불가능한 지역은 아니다. 대구에서 구미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편도 1시간 이내에는 도착할 수 있다. 다행히 내가 사는 곳에서 대구역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고 회사에서 구미역까지도 거리가 멀지 않아 기차를 타고도 1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다. 매일 고속도로를 탄다는 부담감과 고속도로에서 보내는 2시간의 왕복시간, 교통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여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일주일간 대구에서 구미로 출퇴근을 하며 그동안 내가 참 편하게 출퇴근을 했었구나 느끼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이 5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나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하지만 장거리 출퇴근의 장점도 분명 있다. 먼저 기차를 타고 가는 1시간가량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지난 일주일 간은 기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평소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 책을 읽었지만 구미로 발령 나고서는 출퇴근 시간만 책을 읽어도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 한 권의 책 읽기'라는 목표가 자연스레 생겼다.


그리고 회사와 집의 거리가 멀다 보니 회사에서 느낀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 잔여 업무 생각 등을 모두 남겨두고 퇴근을 할 수 있다. 집과 회사가 가까우면 출퇴근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가 회사에 있는지 집에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니 집에서는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격지로 발령 난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최대한 찾아보려 노력 중이다. 타지로 발령받았지만 여전히 구일이와 저녁을 먹고 저녁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다. 출퇴근이 고되지만 퇴근 후 업무와 완전히 분리되어 저녁시간을 오롯이 구일이와 즐길 수 있다.


구미에서의 직장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지만 긍정의 마음을 안고 지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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