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4일의 기록
하반기 인사발령 이후로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는 듯하다. 매일의 시간 동안 꾸역꾸역 부조리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버텼고 매번 찾아오는 꿀 같았던 주말을 여러 번 흘려보내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다.
직장을 다닌 이후로 연말은 어느 정도 특별한 시기이긴 했다. 연차 보상금이며 급여 소급분이며 시간 외 근무수당이며 여러 가지 급여 외 수당을 보태다 보면 평소보다 월급을 조금 더 받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산타클로스는 8살 무렵 내 안에서 사라지게 되었지만 평달보다 조금 더 무언가를 받다 보면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누가 쥐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월급쟁이에게 월급이 조금 오른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일이다.
학창 시절엔 '내년엔 내가 또 어떤 발전을 이루어낼까' 기대감에 부풀거나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 보아야지'라며 자기계발 의지도 불태우곤 했다. 응당 연말은 올해의 캐캐묵은 습관을 던져버리고 조금 더 나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 더 나은 자신으로 살기 위해 적어도 고군분투하는 척이라도 한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직장인 2년 차까지도 그랬었던 것 같다.
이제 직장인 10년 차로 접어들면서 사무실 내 선배직원의 수 보다 후배직원의 수가 많아졌다. 많아진 후배직원의 수과 반비례하여 잘해보겠다는 의지는 점점 더 사그라들고 있다. 연말의 다짐과 새해의 기대감은 그저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낸 사족과도 같이 느껴진다. 2022년이 1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2022년에 무엇을 이루었나' 돌아보지도 않는다. 내년에도 또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겠지,라고 아주 짧게나마 지루한 상상을 하는 것이 전부다.
연말과 새해가 다가올수록 날씨는 추워지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눈도 종종 보곤 한다. 해는 짧아져 퇴근하며 볼 수 있었던 노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지 날씨의 변화만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내년 또한 연말이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