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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Dec 05. 2023

부쩍 커버린 300일의 아들

2023년 12월 4일의 기록


오늘 아침 시완이와 잠깐 놀아주며 손발을 만지다 문득 시완이의 커져버린 손발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언제 이렇게 왕손 왕발이 되었나...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2023년 1월에 태어나 한 해의 끝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자라준 것이 당연할 터이나, 나의 팔뚝보다 더 작던 쪼맹이 시절을 기억하는 아빠 입장에서는 부쩍 커져버린 아들이 문득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본인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돌고래 소리를 내는 아들을 보며 '언제 저런 능력을 탑재했나' 싶다.


시완이와 정신없이 놀 때면 자연스레 정신연령이 0세로 맞춰지다 보니 머릿속이 텅하고 비워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생각 없이 비었던 머리가 시완이와 함께 했던 과거의 기억들로 하나하나 다시 채워지곤 한다.


터미타임을 하며 열심히 목 들기 연습을 하다 울어버리는 날들, 첫 뒤집기를 했을 때 손이 아프게 건강박수를 쳤던 날들. 100일경 걸린 감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미온수 적신 수건으로 온몸을 닦던 기억과 파도 부딪히는 소리에 뺑 하고 울었던 소소한 여행의 기억들.


아직 흐린 발음으로 '엄마, 아빠'밖에 하지 못하고, 두 발로 서서 걷지도 못하는, 몸집에 비해 능력이 없는 귀여운 생명체이지만 올 한 해 여러 추억을 공유하다 보니 인생의 동반자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구일이 말고 세상에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추운 겨울 괜스레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다음 달 시완이의 첫 번째 생일잔치가 계획되어 있다. 성장영상을 만들고, 돌잔치 참석자분들께 드릴 선물과 돌잔치용 드레스, 정장 등을 고르다 보면 또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이 베이비룸 안에서 돌고래 소리를 내며 엄마 아빠를 찾고 있을 것만 같다.


첫 번째 생일이 지난 아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성격과 주관을 표출할지 너무 기대된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분 매시간이 즐거움과 몽글몽글함으로 가득 차게 되는. 전에 없던 신기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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