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개발자 파트타임 성덕의 덕질 로그 #02. 겨울을 닮은 너
돌아온 계절에 약속할게
그다음 겨울에도 너와 함께
최애와 함께라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곳에서도 가장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다.
존재만으로도 선물인 우리 ❤최애❤는 1년 365일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한다.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 조금 더 특별해졌다. 최애가 좋다면 오늘도 내일도 메리 크리스마스! 매일이 해피 홀리데이다.
최애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축복이었지만, K-개발자인 덕후의 업무는 하필 그때 제일 바빴다. 최애의 세상에서 '연말 시상식 시즌'이라 하는 그 시기를, 이곳 말로는 '마감철'이라 부른다.
일 마감은 매일 17시, 매주 금요일(정확히는 그 주의 마지막 영업일)에는 주 마감. 둘째 주에는 조기 마감을 때리고 또 그다음 주에는 가 마감을 냈다. 그렇게 한 주 더 지나면 월 마감을 쳤고, 월 마감을 열두 번 하고 나면 12월에는 마감 of 마감, 연 마감이다.
가요 경연 프로그램에서 왕중왕을 뽑는 것이면 덕업일치였을 텐데, '뭐가 매출이 높아요? 어느 달의 실적이 좋은가요?'를 나래비 세워 추출하는 쿼리는 아무래도 재미가 없었다. 아까는 저 파트에서 나한테, 지금은 이 파트에서 선밴님한테. 누가 돌린다고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데도 데이터를 계속 말아 올렸다.
그래도 쪼꼼 덜 외로웠다.
늘 요맘때에는 방송국 공식 채널에서 연기대상과 올해 활동한 최애들의 과거 영상이나 작품 하이라이트 클립을 올려줬다. 새로 올라온 최애의 영상 콘텐츠는 덕후의 밥 친구도 해주고 출퇴근 메이트도 되어준다. 메마른 세상 속 단비. 이런 콘텐츠의 홍수라면 나는 언제라도 감히 뛰어들 테다.
와, 이번에 올라온 최애의 영상은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다! n 년 전 팬 계정에 올라온 앞뒤 짤린 화질구지 영상을 오피셜 계정에서 말아주는 고화질 풀버전으로 볼 수 있다니! 몇 분 안 되는 영상이 몇 시간째 끝나질 않는다. 하, 나 오늘은 여기 누워야겠다. O-<-<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우하사, 이 콘텐츠 기획하고 편집하신 방송국 관계자께선 들숨에 구독과 날숨에 좋아요를 얻으시길! 그리고 올해도 부탁드릴게요❤
내가 가져본 적 없는 숫자와 본 적 없는 한자(漢字)가 가득한 연말 결산 보고서는 너무 피곤했지만, 퇴근하구 최애 영상을 보며 최애에게 보낼 손편지를 한 자 한 자 눌러 담는 밤이 좋았다. 그래, 나에겐 이게 연말이다.
과연 소문난 잔치였다.
역시, 역시는 역시다. 빛나는 별이 많지만 그 속에서도 나의 별이 가장 밝았다. 오늘도 반짝이는 나의 별⭐
온종일 빵꾸 뚫린 숫자 맞추느라 바빴지만 이렇게 최애를 만났으니 완전 백 점짜리 하루다. 최애는 이날 하루에 몇 점을 줬을까? 연말 평가 시즌은 다 끝났지만 최애의 이번 시상식의 점수를 매겨볼까.
먼저, 오늘 착장이 너무 찰떡이라 플러스 1점. 그거 입고 나온 얼굴이 여전히 반가워서 또 플러스 1점. 동료들의 수상과 축하 무대를 즐기는 애티튜드도 각각 플러스 1점이다.
아니 근데 왜 좋은 상 받으러 나가서 울고 그래요ㅠㅠ 수상소감에 진심이 뚝뚝 묻어나서 내 눈물도 뚝뚝. 나 울렸으니까 이번엔 마이너스 1점 줘야겠다. 휴, 코딩으로 먹고사는 사람의 채점 로직치곤 알고리즘이 형편없다. 이번엔 나 마이너스 1점이다.
사실 열심히 점수 내봤자 소용없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니까 오늘도 1패 적립, 내가 또 졌다. 맨날 이렇게 깨져도 하나도 심통 나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지는 즐거운 게임, 세상에서 제일 짜릿한 참패다.
그리고 잃은 점수는 다시 따면 그만이다.
최애의 노래는 1점도 놓칠 수 없고, 히트곡이 많은 최애의 노래를 다 부르고 가려면 1초도 쉴 틈이 없다♬
최애의 생일쯤엔 항상 파티를 했다. 건강한 체력에 건강한 덕력이 깃든다는 핑계로 올해도 케이크를 야무지게 챙겨 먹을 거다. 요즘 친구들이 하는 최애 생일 파티처럼 생일 굿즈나 생일 카페가 없어도 최애의 노래와 케이크가 함께하는 이곳이 축제다. (※ 음식물 반입이 불가한 코인노래방이 아닙니다. 케이크는 그대로 집에 가져가서 맛있게 먹었답니당!)
다른 덕후들에게 최애의 생일은 어떤 의미일까?
으레 소중한 사람의 생일이나 기억해야 할 기념일을 비밀번호로 만들 때, 나도 소중히 기억해야 할 숫자를 찾았다. 내 생일도 내 전화번호도 넣을 수 없는 곳에 들어갈 숫자로 최애의 생일만큼 적당한 것이 없다. 가끔 대문자나 특수 문자가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이 숫자는 내가 까먹지 않는다.
이제 겨울도 다 거짓말이 된다. 아마 한 잠 자고나면 한참 더 멀리 가있을 거다.
오늘도 열일하는 최애는 겨울을 온통 채워 놓더니 봄 마저 가득 채워줄 건가 보다. 최애를 따라 산 겨울 잠바도 최애가 불러준 겨울 노래도 보내줄 때가 되었다. 늦어도 다음 주에는 옷장과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해야겠다.
이렇게 같이한 계절이 한 번 더 지나간다.
여전히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를, 또 열심히 달리는 당신의 수고에 찬사를.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길 바라는 안부 인사를.
돌아가는 겨울에도 돌아오는 봄에도 나에게 여전히 필요한 건 어느 계절의 하늘에서라도 반짝일 최애의 두 눈이다✨
p.s. 나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