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36.93% 사전투표율은 무엇을 이야기할까

[투표합시다]

by 박 스테파노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81749

지난 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20대 대선 사전투표율이 36.93%를 기록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에서는 이를 두고 “정권 교체의 열망”이라고 해석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에서는 “양쪽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기사 본문 중-


3월 4일~5일까지 치러진 20대 대선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36.93%의 투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사전투표가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도입된 이래 최고입니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 26.69%, 2017년 19대 대선: 26.06%).


지역별 결과를 보면, 호남권이 과반이나 그에 가까운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전남이 51.45%로 제일 높았고, 전북(48.63%)과 광주(48.27%)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에 경기도가 33.65%로 가장 낮았고 대구(33.91%)와 인천(34.09%) 순으로 낮았다. 서울은 37.23%로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았습니다.

역대 최고

사실 '투표율'로 무언가의 진영 논리를 보충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유는 민주주의 투표의 원칙 중 하나인 '비밀투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각종 데이터에서 객체를 식별할 '고유식별자'를 제외한 정보만 추출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조사대상의 계층과 유형별 '참여율'은 확인이 되고, 총량적인 '득표율'은 측정이 되지만, 연령별ㆍ직업별ㆍ성별 등 특정 계층의 표집은 '추정'의 영역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론조사'가 '측정'의 영역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설문조사의 가정은 '솔직한 답변'이라는 확증 편향에 가까운 "통념"에 의존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투표율과 득표율로 총론의 조망은 의미가 있지만, 각론의 추정은 소설이 되는 영역이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사전 투표의 '투표율'로 생각해 볼 지점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느낌 같은 소고'를 나누어 봅니다. 결과의 지표에서 떠 오르는 물음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Q1) 호남과 대구의 투표율은 어떻게 봐야 하나?

전남, 전북, 광주의 사전투표율이 상위권에 있는 것이 기현상은 아닙니다. 특이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난 19대 대선 때에도 이 호남지역은 사전투표율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반대로 대구, 제주 지역은 지난 선거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나타내었습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이 추정들 합니다.


호남은 정치적 감도, 민도가 높아 전체 투표율이 높음.

지역의 특이 사항으로 농촌, 어촌 등 산업화, 도시화가 비교적 덜 된 지역일수록 사전투표율이 높음. (경북이 높은데 대구가 낮은 이유)

영남, 특히 광역시의 경우 정치 지형의 영향이 강해 사전투표율이 낮음. (본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평균에 수렴하거나 상회)

정치 의제, 정책 소외지역은 사전, 본 투표율 모두 낮음.(강원, 충남, 충북, 제주)


Q2) 경기가 낮은 것은 특정 후보가 불리?

이 부분이 자칫 '김칫국'이 되기 쉬운데, 경기가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느낌적' 분석들이 있지만, 자료를 보면 그냥 '느낌'에 가깝습니다.


경기는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평균 이하의 사전투표율 하위권이었습니다. 수도권 3개 지역 중에 서울만 딱 평균에 수렴하고 경기, 인천은 19대, 20대 모두 평균 이하였습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들인데, 투표율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겠지요. 하지만, 특이 사항이 없습니다. 그럼 왜 사전 투표율이 낮을까요?


사전 투표는 거소투표가 아닌 편의 투표. 관외 투표가 가능하기에 거소자의 비율을 알 수가 없음.

경기지역의 경우 평일에는 거소 지역이 아닌 근무지역에서 투표를 할 경우가 많아, '경기'지역의 근로자들이 서울이나 경기권 밖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많음.(이는 대구-경북, 부산ㆍ울산-경남의 관계도 반대로 유추 가능)

사전+본 투표의 총합은 사전투표 중 관내 투표와 관외에서 유입되는 투표, 그리고 본 투표의 총량인데, 그 비율을 지금 측정할 수는 없음.

수도권 중 경기는 평균에 수렴하고 인천은 밑도는 경향. 이는 경기 서울의 유권자 분모가 많으니 평균에 가까운 분포가 형성되고, 인천은 상대작인 의제 소외 지역으로 투표율 전체가 평균 이하.

이를 근거로 경기지역 거소자의 투표 주저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많음.


오히려, 이번 사전 투표에서 살펴볼 지역은 '세종특별자치시'와 '전북'의 19대 대비 20대 사전투표율 증가분 기울기입니다. 정량적인 수치는 둘 다 '평균 이상' 상위권을 유지하지만, 증가분을 볼 수 있는 기울기는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즉 "증가율"이 비교가 되는 지점입니다. 세종시와 전북은 거소와 직장이 동일한 지역이고, 상대적으로 정치 진영 주장이 희석된 지역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불리한 시그널인지는 개인적으로 감은 있습니다. 그냥 안심된다는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Q3) 그럼 누가 유리한 거야?

답부터 드리자면 '알 수 없습니다'. 섣부른 판단이 힘들기에 언론들도 전에 없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들을 내어 놓습니다. 물론 진영과 지지자들은 이어령 비어령 식의 낙관론과 경계론을 자의적으로 내어 놓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지난 대선과의 데이터 비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조차 무시한 평론은 낯뜨겁기만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5950478

이를 두고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지지만 실상 일반적으로 뚜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유권자, 적어도 지지할 후보를 확실하게 정한 유권자가 사전투표소에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이번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끝까지 팽팽한 접전을 보인 만큼 각 당 지지층이 사전투표부터 강하게 결집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사 본문 중/


그렇다면, '사전투표율'이 이야기하는 인사이트는 없을까요?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사전투표 총량 자체가 '큰 의미'입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의 분석으로 다가설 수 있는데, '지지세력의 총결집'과 '투표 문화의 변화'라는 두 방향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전투표는 '이미 정해진 표'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듯이 지지세력의 세 겨루기라는 뜻도 강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당겨 쓰기'같은 의미로 축소 해석하는 측과 '최근 결심 세력의 등장'이라는 확대 해석이 갈리는 지점입니다. 무엇이 되었든 이것은 생각보다 당의 '조직력'의 발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호남지역의 절반에 육박하는 사전 투표율은 시사하는 바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점은 '투표 문화'의 변화입니다. 뉴스 스케치를 보니, 연인ㆍ친구와 함께 투표하려는 청년층과 아이들과 덤으로 주어지는 휴일을 즐기기 위해 '미리 투표'하는 학부모들의 투표 문화도 주목할 거리입니다. 또한 코로나 19의 여파로, 접촉 위험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예방으로 사전 투표를 참여한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 계층이 얼마나 참여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차후 분석해 볼만할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투표율'은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 펙터가 되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표율의 예상 이상의 상승은 '예측하지 않은 변수'의 투입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의 여론 설문 조사의 추이나 꾼들의 정치공학 계산기에서 계산이 불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처음으로 80%를 넘을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19대 대선 투표율

80% 이상이라면 지난 여론의 추이가 뒤집히고. 정치 이벤트인 단일화나 기타 연합의 정치 술수의 계산이 의미 퇴색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난 포스팅에 이야기한 '분모'가 큰 집단의 '방향'이 관건이 될 것이고, 그것이 제가 지지하는 방향과 달라도 '민심'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https://alook.so/posts/Djt50W


경기는 서울과 동기화된 인적 구성, 생활 문화권의 공유로 서로 비슷한 결과를 낼 것인데, 이 두 지역의 유권자가 80%가 투표한다면 1,400만 명이 넘고, 1%는 14만 표가 좌우되는 큰 수가 됩니다. 그리고, 호남의 투표 환경이 변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25~30%의 표를 가져갔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1.2~3.3%만 득표했습니다. 총 430만 명의 유권자라 절대다수는 아닙니다만, 80%의 투표율 이상이 확실시되어 5%만 하더라도 14~18만 표, 10%의 변동 획득은 30만 표 이상의 변수를 가져오게 됩니다.

19대 대선 지역별 득표

앞서 말씀드렸듯이 순전히 개인의 짧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숫자와 산수ㆍ수학은 제법 많은 예견을 가져다줍니다. 80%의 투표율과 호남, 수도권의 최종 투표율은 생각보다 의미가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번 선거는 '권리'와 '자유'에 대해 많은 의미를 주었습니다. '투표할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를 새삼 느끼게 될 선거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쉬이 선택할 수 없는 많은 일상의 이웃들에게 고민하고 따져 볼 숙려의 자유가 꼭 필요한 선거가 되었으니까요.


깊게 고민하시고, 그 생각의 끝에는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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