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과지만 기술합니다]#1 웹 3.0

1.0, 2.0은 언제 왔다 갔나

by 박 스테파노

예전에 IT기업에 다닌다는 소문이 나면서, 종종 지인들에게 가벼운 문의가 오곤 했습니다. '노트북 뭘 사야 하냐?', '핸드폰 추천 좀 해줘', 그리고 '카톡이 안 깔리는데 왜 그래?'같은 온 동네의 헬프데스크가 된 것 같은 질문이지요. 마음 같아서는 '네 맘대로 사', '싸고 좋은 거' 라든지 '껐다 켜'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으나, 되도록 나름의 정보망을 동원해 대답을 해 주곤 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난감한 질문이 계속되는데, 가장 두려운 질문이 '블록체인이 뭐냐', '양자 컴퓨터는 뭐야? 입양한 컴퓨터냐'라든가 '웹 3.0이라는데 1.0이랑 2.0은 언제 왔다 갔데?'라는 원초적이고 기본 정의에 대한 것입니다. 개념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설명을 하려면 '기술'에 대한 용어와 이론을 거론하게 되는데 이게 한국말인데 한국말도 아닌 것으로 들리게 되니까요.


문과생이지만 좀 압니다. 사진=아시아경제

제가 제안 작업 중에 경험한 기업의 의사결정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접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 알아듣게 설명해 달라는 컴플레인이 제법 되었으니까요. 엔지니어들의 언어는 외계인들의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종사자나 전공자가 아니면 금방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매체와 콘텐츠를 보면 용어와 정의, 네이밍 하나를 툭 던지고 알아들으라는 서술이 많이 눈에 띕니다.


몸 글이 좋은 주제의식을 던지지만 정작 그 요체인 '웹 3.0'에 대한 이해와 인지가 떨어지기에 이해도와 가독성이 떨어져서 안타까움에 덧붙인 김에 또 다른 시리즈를 시작해 봅니다. 향후, 블록체인, 양자컴퓨터, 슈퍼컴퓨터, AI 같은 이야기를 최대한 문과생처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0? 버전이야? 세대야?


버전(Version)이라는 개념은 원래 출판 번역에서 사용하던 것이었습니다. '판ㆍ본ㆍ쇄'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개정판에 따른 분류, 혹은 다른 언어나 양식으로 쓰인 번역본의 지칭을 '버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어 버전, 프랑스 버전, 아버지 버전, 어머니 버전 등 말이지요. 의미 있는 수정이 어떠한 매체에 이루어질 때, 그 수정 완성 물을 '버전'이라고 합니다. 정보통신업계에서도 이 버전은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지요.

소프트웨어에 사용하는 시맨틱 버저닝, 사진=medium.com

특히 소프트웨어의 개발, 보완, 고도화에 따라 버전이 추가되고 발전합니다. 마이크로 소프트도 출시 연도를 따서 '윈도 97' 같이 명명하다가 원래로 돌아와 'Windows10'이라는 버전 체계로 돌아왔습니다. 보통 0.0, 0.00, 0.0.0 이런 식으로 표기되는데, 소수점 이상의 수는 '버전'이고 이하는 '릴리즈'라고 합니다. 릴리즈는 쉽게 '약한 수정ㆍ보완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출판으로 치면 오탈자 교정판 정도는 릴리즈가 됩니다.


WWW로 잘 알려진 '월드 와이드 웹'은 인터넷 시대의 대표적이고 시효적인 호출부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알려진 대로 상호 인터랙티브 콘텐츠 없이 단순한 정보만을 포함한 정적 웹사이트의 집합으로 시작했습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의 기간 동안에 있었던 대부분의 웹사이트로 이 시기의 모든 인터넷, 웹 사용ㆍ개발을 '웹 1.0'이라고 합니다. 그때 사용자가 붙인 개념이 아니고 '웹 2.0'이라는 개념과 사용자 환경 세대가 주창되자 소급되어 규정된 것이지요. 다시 말해 '웹 X.X'라는 표현은 인터넷 사용 환경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세대 (X generation of internet services for websites)를 통칭하는 정의입니다.


당시 인터넷 사용자들은 제공된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자료를 찾는 행동만 했습니다. 웹서핑, 검색 기능사라는 말이 나오는 때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 마이크로필름 검색하는 식이었지요. 용량도 크지 않았고, 통신 속도도 빠르지 않아 상호 간의 인터랙티브한 행위는 제한적으로 아주 일부만 가능했습니다. AOL채팅, MSN 메신저, 알타비스타, Ask Jeeves이 웹 1.0 시대의 유일한 상호작용이었지만 그 속도와 효능은 매우 떨어졌습니다.


웹 3.0이란, 사진=중앙일보


2.0 시대, 획기적인 변화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컴퓨터 유저가 늘어나자, 모든 것들이 더욱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터넷으로 변해 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나온 기술적 상황ㆍ시대ㆍ입장의 개념이 이야기됩니다. '웹 2.0'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지요. 2003년 미디어 기업들 간의 회의 중 처음으로 제기된 개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보통신상의 데이터의 독점적 생산자나 소유자 없이, 쉽게 누구라도 데이터를 생산하고 누구나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한 인터넷 환경이 웹 2.0의 시대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웹 1.0의 환경은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모아 놓고, 사용자에게 보여주기만 하는 서비스였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올리고 가공하고자 하는 니즈가 급증하자, 이를 위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 플랫폼이 정보를 더 쉽게 대량으로 공유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상거래 같은 비즈니스가 인터넷 환경에서 가능해지게 되고, 사용자 중심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어떤 상품 제공자의 홍보보다 사용자의 리뷰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지요.


웹 2.0은 '반응형 웹'이라는 이야기로도 대변되는데, 게시물이 블로깅의 형태라도 누구나 참여하여 수정, 진화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나무 위키, 위키백과 같은 위키 기반의 사이트를 떠 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웹 1.0은 문서 작성 기반의 정보를 띄우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의 웹사이트는 기본적으로 웹 게시물 관리 알고리즘을 내재하고 있고,

접근에 대한 인증만 거치면 누구든지 그 내용을 수정, 확장, 고도화할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웹사이트'는 모두 '웹 2.0' 환경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모바일 환경은 또 별개)


간추려 이야기하자면, 웹 2.0은(웹 1.0에 비하여) 개방, 공유, 참여의 세 가지의 기술적 수단이 구현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3.0 시대가 왔다고?


사전적 의미를 보면, "웹 3.0이란 컴퓨터가 '시맨틱 웹' 기술을 이용하여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능형 웹 기술을 말한다.(시사 IT용어 사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시맨틱 웹은 뭘까요. 겁내거나 포기할 필요 없이 건너뛰어도 무방합니다. 시맨틱 웹이란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기계가 읽고 쓸 수 있는 웹'이 됩니다. 즉 컴퓨터나 정보통신 시스템이 사람을 대신하여 정보와 데이터를 읽고, 바로 이해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여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만든 차세대 지능형 웹을 말합니다. 거창합니다. 그냥 페이스북, 인스타의 맞춤 광고 떠올리면 됩니다.

Web3.0/시맨틱웹, 사진=Wikidepia

웹 2.0 시대에는 참여, 공유, 개방이 특징이라 했습니다. 사용자들이 적극 참여해서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행위가 중요했습니다. 사용 주체들의 사회적인 연결성을 중시되었지요. '초연결 사회'라는 말이 떠 오르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 SNS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와 비교하여 웹 3.0의 시대를 주장하는 주체들은 데이터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아닌 '데이터' 자체가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시대를 말합니다.


개인화, 지능화, 상황인식 등이 웹 3.0의 대표 키워드로 이야기됩니다. 억. 조, 경, 해에 달하는 엄청난 정보들 중에 내게 '지금, 가장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만 추출해서 보여주는 맞춤형 웹의 시대가 웹 3.0이라는 것이지요. 컴퓨터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여 서비스하는 AI,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핵심 요소로 대두되는 이유입니다. 사물인터넷 기술, 클라우드 기술 등이 이 웹 3.0으로 실생활에 적용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개인의 사용자 경험을 축적해 관심사와 패턴을 분석하고 필요한 웹사이트나 인터넷 서비스를 컴퓨터가 스스로 뒤져서 맞춤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최근 오픈뱅킹 서비스, 여행 상품 추천 서비스, 맞춤 광고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처럼 개인화, 지능화된 웹 3.0은 개인에 맞는 정보를 알아서 찾아주는 인공지능형 웹이라는 것이지요. 지니와 누구, 알리샤가 떠오르지요.


또 한 가지의 주요한 특징은 '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한 개념입니다. 웹 3.0에서는 알파벳(구글)과 Apple이 더 이상 사용자 데이터를 지배하고 소유할 권리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확장 해석하면 어떤 정부나 기관도 웹사이트 같은 서비스를 없앨 수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또한 그 어떤 개인도 다른 사용자의 식별 데이터를 지배할 수 없게 됩니다. 개인에게 귀속된 데이터(자신이 생성한 오리지널 콘텐츠, 개인 정보, 유추되는 식별 정보 등)에 대한 완전한 권한을 되찾을 것이며,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보호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작된 것이지요. 그래서 암호화 통화, 가상자산, NFT 등에 관심이 쏠린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입니다.



내게 무슨 의미일까?


웹이 발전하고 어떤 형태로 변모할지 전망한 연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웹에 인공지능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라는 예측부터 새로운 웹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합니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은 맞고 반은 아닐 수도 있는 '쉬레딩거의 고양이 (이 개념은 양자 컴퓨터 이야기 때 풀어 보겠습니다)' 모호한 형세에 있습니다. 그래서 찬반을 넘어선 실체에 대한 논란이 끊임이 없습니다.


“웹 3.0이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웹 3.0을 본 사람이 있느냐?
나는 그걸 찾을 수가 없다”


웹 3.0은 허상? 사진=Elon Musk twitter

이 말의 주인공은 암호 화폐에 관심이 많다던 괴짜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트윗입니다. 사실 버전 넘버링의 개념은 상당히 낡은 개념입니다. 이 개념의 영향으로 인터넷과 상관없는 각종 분야, 예를 들어 '정부 3.0'같은, 각종 후속물에 버전을 붙이게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빗대어 생각해 불 수도 있듯이, 웹 3.0이라는 것은 실체가 있는 상품, 서비스도 아니고, 백서나 레브 북으로 만들 수 있는 규준의 기술 상세도 아니며, 그저 마케팅 부머들의 말장난이라는 '실체의 부정'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같은 경우, 유저 개인화를 특징이라고 떠들어 대는 웹 3.0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일반 유저들 것들인 양 포장하고서는 또 다른 형태의 중앙집권적 웹을 가릴 것이라는 비판입니다. 메타나 구글, 카카오 등의 개인 정보는 물론, 사용자 경험 데이터도 그들의 중앙 집중적 서버에 가두어 두고 다른 번들링 비즈니스를 도모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렇듯 그저 눈 가리고 아웅의 구호일 뿐이고 VC(벤처 캐피털) 자븐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비판이지요. 현재의 웹 3.0 프로젝트는 출시 때의 선언은 온 데 간데없고, 이익의 대부분이 호로위츠(가상 화폐 대표 VC) 같은 대형 VC와 소수 초기 투자 자본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에게 개인적인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는 머스크, 잭 도시와 같은 입장입니다. 분명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사용 환경이 변한 것은 사실입니다. 단지 그것이 웹 기술의 발달로 동인 된 것이 아니지요. 팬데믹, 초연결성, 경제구조의 재편 등 사회의 변화가 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었고, 그 결과 인터넷 환경도 진화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버전의 의미가 세대와 시대에 대한 고찰이라면, 현세의 상황을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의하는 일은 의미 없을지도 모릅니다. 공룡들이 주라기니 백악기니 스스로 규정한 것이 아니고, 선대 인류가 선사, 고대, 중세, 근대를 자신이 규정하고 산 것은 아니니까요.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이런 IT의 용어는 '실재하는 기술'인지 '시장을 위한 조어'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일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메타버스, 가상 화폐, 크립토, NFT 같은 말들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가 필요한 것이지요.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장을 담그다가 큰일이 날지도 모르니까요. 남들이 한다고 함부로 '기술주'나 '기술 자산'에 투자하지 마시란 이야기를 드립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쿠팡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