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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생각] 제대로 미워해야, 사랑할 수 있다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정말 아주 예전... 이성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두었고

엄격한 집과 학교의 환경에서도 이른 이성교제를 했습니다.


중학교 때 만나 군대 가서 헤어진

풋사랑이자 첫사랑인 친구와는 참 많은 손 편지를 나누었지요. 가난한 연인들은 용돈과 과외비를 아껴 음반가게에서 골라 담은 음악으로 녹음한 테이프와 많은 책들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던 친구가 고등학생인 제게 선물한 시집 하나...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그때 마주한 생경한 표현의 묵직한 시언들...

그때 사회적인 눈이 처음 뜨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손위 언니들의 영향으로,

광주에서 1980년을 겪은 집안의 내력으로,

'시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붓는' 시어를 먼저 깨우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이 연해진 박노해의 요즘 글들을 조금 멀리하였다가

요즘 다시 마주해 봅니다. 여전히 제게는 좋았습니다.


미워해야 할 것을 제대로 미워하지 못하면

사랑해야 할 것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다

-박노해 <걷는 독서>-


제대로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던 내 작은 주변머리를 다시 돌아봅니다. 그저 눈에 들고 세상의 그래프에 견주어 끼워 맞추려 버둥 대고 있습니다. 나이가 아깝습니다.


글은 쓰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그리는 것.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은 누구든지 참 존경스럽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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