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정말 아주 예전... 이성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두었고
엄격한 집과 학교의 환경에서도 이른 이성교제를 했습니다.
중학교 때 만나 군대 가서 헤어진
풋사랑이자 첫사랑인 친구와는 참 많은 손 편지를 나누었지요. 가난한 연인들은 용돈과 과외비를 아껴 음반가게에서 골라 담은 음악으로 녹음한 테이프와 많은 책들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던 친구가 고등학생인 제게 선물한 시집 하나...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그때 마주한 생경한 표현의 묵직한 시언들...
그때 사회적인 눈이 처음 뜨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손위 언니들의 영향으로,
광주에서 1980년을 겪은 집안의 내력으로,
'시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붓는' 시어를 먼저 깨우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이 연해진 박노해의 요즘 글들을 조금 멀리하였다가
요즘 다시 마주해 봅니다. 여전히 제게는 좋았습니다.
미워해야 할 것을 제대로 미워하지 못하면
사랑해야 할 것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다
-박노해 <걷는 독서>-
제대로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던 내 작은 주변머리를 다시 돌아봅니다. 그저 눈에 들고 세상의 그래프에 견주어 끼워 맞추려 버둥 대고 있습니다. 나이가 아깝습니다.
글은 쓰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그리는 것.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은 누구든지 참 존경스럽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