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학다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스테파노 Mar 26. 2023

[딴지 유감] 그나저나 청년 일자리는 해결되었나?

'근로 시간'에 사라진 '일자리 문제'

'근로 시간'에 사라진 '일자리 문제'


지난 정권 내내 노동 이슈는 '고용'이었다. 그것도 '청년 일자리'의 문제였다. 이는 단지 청년들의 흰소리가 아니라 '노동 사장의 이중화, 양극화'에 대한 일리가 있는 경고음이었다. 연간 70~80%의 학령인구가 대학을 가는 세상에 그들의 졸업장에 걸맞은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고, 반대로 비교적 노동 환경과 고용보장이 좋지 않은 일자리만 늘어나 오히려 '구인난'이 생겼다. 무언가 부조리하다.


언론에서는 연신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떠들었고, 정부도 각종 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구하고 고민했다. 대선에 그 정책의 정도와 결과는 성적으로 나온 듯하다. 그래서 2030은 윤석열에게 환호하였다. 그런데, 대선 준비 기간 포함 1년 여가 지난 지금,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해소가 되었을까? 잠잠하다 못해 기사 한 줄 찾기 힘들었다. 노동의 의제가 '노동 시간'과 '임금 체계'로 설정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942178?sid=101

청년층 고용률은 46.1%로 1년 전보다 1.0% p 상승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5.7%로 0.2% p 올랐다. 청년층 취업자는 인구가 21만 명 감소하는 등 21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지만 고용률은 상승했다. -기사 본문 중-


청년 고용 지표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의 대단한 로드맵에 청년들이 입을 다물고 기다리는 중일까? 아닐 것이다. 의제 설정에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 중 '청년 일자리'관련을 찾자면, 굳이 찾자면 한 가지가 눈에 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523324?sid=100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정부는 교육제도를 개편해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를 활성화해 일찍부터 현장 숙련기술자를 많이 양산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기사 본문 중-


기술 숙련자를 양성해 빠른 사회 진입을 돕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지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교육은 산업 인력의 공급이 첫째 의무"라는 본인의 '교육철학'의 고집으로 보인다. 이미 6월 국무 회의에서 이야기한 것을 되풀이 한 것인데, 당시에도 29년 전 노태우 정부의 '산업인력 양성론'이라는 빈축과 비판을 받았다.


이를 '교육부'의 어젠더로 삼은 것은 미숙하고 성긴 국정철학의 발로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만을 일삼는 것은 발전이 없다. 차라리 의제의 프레임을 바꾸어 결과적인 지점을 교육이 아닌 고용과 노동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용하고 절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노동 시장의 양극화'는 노동 환경에서의 임금 격차 외 고용보장 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급과 수요의 곡선이 이중화된 두 개의 엇나간 시장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니까.


주 4일 의제는 얼룩소에서 단골 이슈였다. 검색창에 '주 4일'이라고 치면, 400개가 넘는 포스팅이 기다린다. 특히 지난 3월에 포스팅된 최깨비 얼룩커님의 발제에는 62개의 이어진 글이 달려 있다. 댓글과 이어진 글의 구분이 없는 시절이지만, 지금의 토론보다 풍성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얼룩소 에디터 팀들도 2번 이상의 발제가 있었다. 그때는 '선거'라는 상황의 특수성도 있었다.


https://alook.so/posts/RGtokZ


지금 갑자기 언론에서는 노동 개혁 과제로 꺼낸 '노동 시간'에 대한 첨예한 갈등을 '주 4일제'라는 키위드로 희석하는 느낌이 있다. 실험작인 성공 사례부터 반대 의견까지 지난 논의들에서 한 발 나간 사실이나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 왜 '주 4일제' 이야기일까?


주 4일제 노동에 대한 개념 정의도 아직 합치된 공론이 없다. '윌화수목 일일일'이라는 이야기처럼 주 5일제의 연장인지, 아니면 총 노동시간의 하향 조정으로 생산성을 도모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자리 문제를 위한 추가 고용효과의 기다인지 정해진 것이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가늠할 뿐이다.


그리고, 노동 시간 주 4일제를 성공했다는 한국의 기업들은 '스타트업'이나 '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근무 형태와 환경을 생각해 보자. 소위 '근태관리'라는 것이 타이트할까? 출근부를 작성하고 휴식 시간과 퇴근을 기록하는 생산직과 같을까?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재택근무'라는 리모트 오피스에 익숙한 기업들 아닌가? 회사에 나오든 말든 성과를 이루면 되는 조직으로 그 근무형태를 자랑하는 기업 아니었던가.


물론 기존 대기업이나 해외 선진국의 글로벌 컴퍼니도 실시하고.있다. 모바일 근무를 일찌감치 시작한 기업들에게는 사실 근태관리가 의미가 없다. 그들은 '성과과니'가 칼 같이 작용된다. 연봉과 고용보장에 성과가 연결되어 있다. 이런 경우, 메일과 전화만 연결되면 휴일이 근무일이고, 근무일이 휴일이 되기 십상이니까. 이런 기업에서 15년을 넘게 일했다. 직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다. 윌화수목 금금금. 휴가도 그저 멀리간 모바일 오피스.


물론 이런 기업도 있다 (사진=머니 투데이)

그리고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두 가지의 착시가 있다. 이들의 생산성 성과는 주 4일제가 생산성을 제고했다는 것은 아전인수격의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팬데믹 이상 호황으로 경영지표에 착시가 있을 수 있다. 1~2년을 더 지켜보기를,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또 한 가지는 이들의 업무 자체가 인텐시브 하지 않는 일들 일수도 있다. 실제 노동 시간보다 준비와 휴지기가 많은 것이었다면 애초에 인력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매출이나 이익과 상관없이 투자를 받아 트렌젝션이나 트래픽만 늘리면 되니까. 아주 일부의 업종과 기업에서 말이다.


물론 모르는 소리 말라며 항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름의 느낌일 수 있다. 정확한 생산지표는 매출과 이익이니까. 제조, 물류, 유통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다. 이들의 특징은 24*365라는 연중무휴의 운영, 가동에 있다. 이 직종에게 주 4일은 희망고문일 뿐이다. 주간-야근-야근-휴일을 하는 코레일 자회사 선로 안전담당들에게 주 4일이란 개념은 달나라 말이다. 평균 30세의 직원들은 늘 손이 모자라 과로가 일상이다. 그러던 중 사고로 아까운 목숨들을 잃었다. 이곳은 늘 '구인중'인 3D의 2차 노동 시장이니까.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240630?sid=101

오봉역에서 30대 코레일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진 지 이제 한 달이 넘었습니다. 코레일 노사는 총파업 직전에 인력을 충원해서 3인 1조 근무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는데요. 그런데 코레일 자회사 직원들은 이런 생명을 담보한 안전 문제까지 차별받고 있습니다. -기사 본문 중-


"소득은 보장되면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이 노동자가 바라는 주 4일제의 모습이다. 이는 구직자들의 일반 욕구와 다르지 않다. 바로 이런 것이 '양질의 일자리'이니까. 다시 말해 주 4일제는 '노동 시장의 이중화, 노동 구조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촉매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제도 자체가 아니라, 이를 뜨거운 의제이고 엣지 있는 이슈라고 생각해서 야마를 형성하는 미디어 언론들의 방기 때문에 그러하다.


요원한 사회적 변화가 마치 코 앞에 온 것 마냥 떠드는 동안, 청년들 일자리에 대한 대책과 위험의 외주화 같은 중대 사회 문제는 뒤로 밀려나고 있다. 불필요한 논의라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지난 400 여개의 포스팅을 분석한 후 그 인사이트를 공유했다면 진짜 '대안 미디어'라는 박수를 받지 않았을까? 운영의 punctuality 가 떨어지는 것은 숙련의 부족이지만, 이런 의제 설정의 식상함은 의지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크다. 그래서 유감이다.

10대들이 생각하는 노동자 (사진=서울신문)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어 의제에서 사라진 것일 리가 없다. 비껴가는 의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그런 모습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혐오는 무지의 고집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