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말하다 (6)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데이터의 활용은 실생활과 실물 경제에 지대한 변화의 동인이 되었고, "산업혁명"까지는 아니어도 '전환'의 주요 이유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 혁명"은 일리 있는 명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것은 실체 하는 것이고, 구현 가능한 개념일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용어의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디지털 대전환"은 "Digital Tranaformation"의 번역적 표현입니다. "디지털"도 참 어려운데,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참 버거운 이해가 됩니다. 물론 영화 <트랜스포머>로 아주 생소한 단어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하여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을 통칭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 환경에서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솔루션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플랫폼으로 구축·활용하여 기존 전통적인 운영 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는 갑자기 나온 개념은 아닙니다.
10년 전 발행한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보고서(2011)는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형태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전산화(digitization)’ 단계와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10년 전 모 기업 임원회의에서 "디지털화"를 이야기하자, 용어가 촌스럽다던 총수는 어느새 "디지털" 전도사가 되어 있으니,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변하는 모양입니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사례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산업 인터넷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프레딕스(Predix), 모바일앱으로 매장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서비스’ 등이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이 실현된다고들 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경험(Digital Experience)을 유도하여, 새로운 경제 모델을 구축하기도 합니다. 그 한 예가 지금의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이기도 합니다. 가끔 "공유 경제"의 탈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영역의 개념 규정이 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 또는 DX)은 주로 사용자 경험의 변화이지만, 기술적인 진화와도 맞물려 있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소유 중인 하드웨어 사용자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는 기술이 구현됩니다. 이는 구독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새롭고 빠르고 자주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솔루션들 가운데 일부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예: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기능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그 밖의 것들은 온전히 클라우드 기반의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예: 구글 문서)
구독 경제의 장점은 '개발-배포-사용-피드백-개발 반영'의 샤크테일 기술 환경에 적응을 수월하게 해 줍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구독을 통해 정기적인 소득을 얻는 것이 보장됨에 따라 '번거러움의 위험'(업그레이드와 릴리즈, 패치 등)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진행 중인 개발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형태를 사용하여 더 주기가 짧은 업데이트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샤크테일과 애자일은 기회가 된다면 따로 설명) 구독 모델로의 변화는 저작권 침해를 줄일 수 있어 정보기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벤더에 주된 이득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 거시경제는 기업활동의 주축인 "생산"으로 지표가 정해집니다. 그중에서 매출, 이익, 종업원수 등의 고유한 지표도 있으나, 기업공개가 일반화된 21세기에서는 "시가총액(공개 주식의 시가의 총액"으로 줄을 지어 설명합니다. 지난 20~30년 간의 시가총액 기준의 글로벌 탑 랭킹의 변화를 보면, 왜 "디지털"을 강조하는지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 있답니다.
또한 소위 정보기술, 혁신기술이라는 IT산업의 영역에서도, 20년 전에 상위를 고수하던 하드웨어(컴퓨터, 서버, 통신장비 등)와 상용 운영ㆍ시스템 소프트웨어(OS, DBMA, WAS 등)의 기업들이 뒤로 밀려나거나, 자리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델과 컴팩, 그리고 삼보 TG는 어디로)
이뿐 아니라,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금융 분야 역시 디지털 전환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디지털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요즘 핀테크 열풍에 은행들도 오픈 뱅킹의 칸막이를 열고, 보험은 설계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지요.
이렇듯, 어쩌면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커다란 변화의 파도 위에 이미 올라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변화의 적응과 위기의 탈출을 위해 그저 인식과 양태의 "전환"만으로 가능할까요?
"디지털 대전환"이 대선 공약이 된 세상
이와 같은 이유로 최근 대선주자들이 "공약"을 던지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양대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한 후보는 공약이라고 내놓은 것이 그저 "비전"에 불과하고, 또 다른 후보는 공약보다 '비니좌'나 '처가 논란' 수습이 더 시급하여 보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공약은 없어도 이재명 후보의 "디지털 대전환으로 성공 담론"이라는 비전을 내놓았습니다. 국비 135조 원 투입, 민간자본 30조 원 유치, 민간 추가 투자 250조 원·일자리 200만 개 유발 등, 희망과 기대의 숫자를 내놓았습니다.
- 디지털 영토 확장 기반 인프라 조성
- 국가 데이터 정책위원장을 CDO(Cheif Data Officer)로 승격
- 미래인재 100만 명 육성
- 디지털 집현전 구축
- 유니콘 기업 100개 창출할 환경 조성
- 디지털 자유권·평등권 보장
담겨 있는 내용은 매우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기야 그럴 듯 하니 "공약"이 되지요. 실현 가능하면 "정책"이 되었겠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패한 영역인 "국가 경쟁력 확보"와 "청년 일자리"의 항목을 이어서 붙였고, 시중의 자칭 "디지털 전문가"들의 슬로건만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각론과 세부 이행 방안을 추후 제시하겠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는 거듭될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비전, 목표, 전략의 수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As-Is에 대한 고찰과 문제의 탐구, 그리고 핵심 근본 원인(route cause)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계획의 전락적 이행"을 위해서는 'PLAN-DO-SEE'의 개발(development) 기획이 필수적이고, 특히 SEE - 즉, 검증과 문제 도출이 제시되어야 "솔루션"이 나옵니다. 그런데, 작금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제시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재의 우리 사회-대한민국의 정보기술 산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살펴볼까 합니다.
한국은 "디지털 선진국"일까요? 과연? 정말?
디지털 기술(정보통신기술-IT기술)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라는 인식이 정설처럼 여기어집니다. 국민들 역시 디지털 기술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는데 대부분 자세한 탐색 없이 동의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메타버스, 핀테크, OTT 등 정의하기 어렵지만 우리 주변에서 항상 들리는 단어는 마치 4차 산업혁명에서 선두에 선 모습처럼 으쓱대어지곤 합니다. 어떻게 디지털을 이용하여 혁신을 이루어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고, 코로나 대봉쇄 이후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중심의 산업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곤 합니다. 진짜 그럴까요?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의 수준을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흔히 한국은 정보통신기술의 선진국이라고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바로 인프라와 이용의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바로 "소비"의 지표가 "생산성"으로 측정, 평가되는 산업의 미숙도를 가리는 착시가 지속됩니다. 즉 한국은 총노동생산성에서 정보통신기술 "생산"이 아닌 "이용"의 비중이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뭔데?" 그럼 바로 이런 반론을 던지게 됩니다. 삼성전자는 긍정적인 산업의 측면에서 보자면 자랑스러운 우리의 대표 기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승계구조, 재벌 이기주의, 민주주의 역행 주범이라는 평가를 뒤로 하면, 해외 출장 중에 만나는 파란 로고는 가끔 가슴 울렁이게도 합니다. 시가 총액, 매출, 브랜드 평판 등 모든 기업 평가에서 최상단에 있는 삼성전자, 그리고 LG, 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기업도 있는데, 왜 디지털 산업에선 미진하다고 하냐고요? 이들은 엄밀히 말해 "디지털 혁신 기업".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아닙니다. 경영 컨설팅 계에선 이들의 산업 구분(Industry Sector)을 전기 전장산업(Electric & Electonic Device manufacturing)으로 구분합니다. 다시 말해 "제조업"으로 구분됩니다. 물론 해외 유수 기업인 IBM, Cisco, Intel, Qualcomm 등도 장치 생산 부문은 "제조업" 부문으로 집계합니다. 이들의 다른 부문, 핵심 칩 설계 지적재산,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통, 컨설팅과 서비스 등을 "디지털 산업"으로 인식합니다.
삼성전자에도 부문이 있긴 있습니다만, 반도체 부문(DS)과 무선기기 부문(IM)이 전체 영업이익의 9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2021에는 매출마저도 반도체가 70%) 반도체 이야기를 하면서 첨단 기술을 운운하곤 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가 되는데, 그 이유는 삼성과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찍어 낸다는 데에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의 약 26%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로직 IC(CPU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컴포넌트, 아날로그 IC, 개별소자, 광학, 소자 등 부가가치가 높고 핵심기술이 필요한 "비메모리 반도체"입니다. (100년 기업 IBM의 "효자"는 HW '메인프레임'이나 SW 'DB2'같은 제품이 아니라, 메인 프로세서 즉, "칩"입니다. 서버 CPU뿐 아니라, 차량용, 기계용 등등)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50% 이상의 과점을 점유하지만, 비메모리 분야의 점유율은 3%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냐고 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문제가 큽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점점 소비재화(Commodification)되고 있습니다. 풀어 말하자면 예전엔 "첨단"의 기술이었지만, 기술의 이전과 정보의 유통으로 "누구나" 찍어 낼 수 있는 상품이 되어 갑니다. 마진이 줄고 대량으로 생산되어 수요 예측과 상관없는 공급이 지속되어 "선물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미국과 일본이나 다른 기술 선진국이 아니라 "소비재화의 묘지-대만"이 경쟁국으로 떠 오른 것만으로 많은 설명이 됩니다. 그럼 "비메모리"분야로 전환하면 되지 않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 생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그 특화된 기술을 작은 시장에서도 지키면서 30년에서 120년까지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한 결과물을 얻고 있는 것이니까요. (삼성이 승계와 지배구조에 들인 여력을 "연구개발"에 쏟았다면 많은 것이 달라져 있겠지요)
이처럼, 삼성과 전기 전장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의 IT-디지털 기술 기업은 비루해집니다. 나머지 중에서도 재벌기업 집단에 속해 있는 SI(시스템 통합 서비스) 기업(이 기업들도 할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에)과 3대 통신사 등, 통신 인프라 서비스 기업을 제외하면 상황은 더 비참해집니다.
비판에 또 비판 끝에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야후나 구글에 대적되고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에 버금가는 "혁신 기업"이 있고, 이들은 유니콘이 되었거나 데카콘을 넘어 "대기업 집단"이 되었으니 산업의 후진성은 편견이라는 반론들이 있습니다. 아마도NHN(네이버), 카카오 다음, 쿠팡, 엔씨소프트, 그리고 우아한 형제와 마켓 컬리 등을 들먹이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제 대답은 "틀렸습니다. 그들에겐 혁신이 없습니다."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혁신 기업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일컫습니다. 즉 "누구보다 제일 먼저 생각한 구현 가능한 In-House Technology"가 조건이자 정의가 됩니다. 이라한 기준에서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의 혁신 기술 기업은 없습니다. 정확히 다시 표현하면 "없어졌습니다."
"없으면 없는 것이지 없어진 것은 무슨 표현일까요? 한국에서도 혁신 기업의 태동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개러지(garage) 스타트업이 나타났습니다. 벤처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80년대 초반, 기술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젊은이들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용태 씨는 80년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서울 청계천 허름한 사무실에서 "체인지업"으로 유명한 삼보컴퓨터를 창업했습니다. 대한민국 벤처기업 1호였답니다. 81년 큐닉스컴퓨터, 83년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미래산업, 같은 해 조현정 씨는 대학생 벤처 1호로 비트컴퓨터(의료기록)를 설립했습니다. "아래아 한글"의 한글과 컴퓨터, 휴맥스, 그룹웨어의 공공 지존 핸디소프트 등 지금도 잘 알려진 회사들이 이 시기에 창업하면서 벤처 1세대로 한국 벤처산업의 태동을 알렸습니다.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의 유치로 세계 유명 컴퓨팅 기업이 사업자로 들어와 선진 기술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벤처(사실 이 용어는 '일본식 영어')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 후 1997년 "벤처 사업 진흥법"이 진행되고 전 세계적으로 'www'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금의 공룡들이 태동합니다. 네이버, 인터파크, 한게임 등 소위 86학번 컴공과 신화의 시작이 됩니다. 이들은 최초 "고유 기술"을 완성도와 고도화는 미약하지만, 고유 기술 수준을 확보한 상태로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했습니다 (다음의 자연어 검색, 네이버의 정보 병렬 추출 등). 그 후 산업계를 혼탁하게 만든 2000년 전 후의 "닷컴 버블"이 문제의 시작이 됩니다. 무조건 도메인만 내면 자금이 들어오던 "닷컴 창업" 열풍이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사라졌습니다.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버디버디, 네띠앙, 엠파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2001년 1만 1,000여 개였던 벤처기업 수는 2003년 말 7,700여 개로 급감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손실도 이어졌습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00년 한 해 선의의 개인투자자 손실은 54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점이 한국 벤처ㆍ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오염이 시작되는 "투자의 시대"를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이 아닌 "투자"가 중점이 되는 사기와 같은 창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이죠.
"플랫폼"이라는 "혁신적인 거짓말"의 아수라: 스타트업
최초 인터넷 기술기업으로 시작해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시대적 요구인 "투자의 확보"와 "정치적 안전장치"를 통해 기업집단을 이루는 공룡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살아남은 것은 혁신적인 고유 기술일까요? 아니면 적어도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일까요? 아닙니다. 첫 번째 비결은 정치적 상황과 그에 맞는 "서비스 전달 기업"으로의 변신입니다. 바로 포탈 뉴스 서비스 등, 자체 첨단 기술의 개발보다는 투자자와 소비 대중의 유입을 위한 "그럴듯한" 서비스를 내어 놓습니다. 그러느라 보유하고 있던 기초 기술자산마저 도태되어 버립니다.(이들 기업의 IT 거버넌스는 낙제점입니다.)
그들의 또 다른 생존 비결은 "확장성"의 부각과 그 거짓말의 성공입니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의 추구입니다. 이윤의 추구를 위해 두 가지의 필수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매출의 성장과 비용의 절감이겠지요. 신생 기업의 목표는 대부분 "성장"에 있고, 고전적인 기업 투자의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이 "성장성"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인터넷이나 혁신 기업이라는 것은 독보적인 독점 기술로 성장을 이루기보다 "확장"을 통한 생존과 체급 올리기에 맛을 들입니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은 만 그대로 합병(Merge)이라는 명분도 있었으나, 그 후의 인수(acquisition)는 몸집을 불리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를 다음 세대들이 카피해서 돈을 모으고, 옐로 모바일 사태 같은 사고까지 냅니다. 옐로 모바일 사태는 그저 소수의 사건이라고도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아는 플랫폼 회사는 어떨까요?
이 사기극 같은 묘한 비즈니스의 정점은 "배달앱"의 최고봉 "우아한 형제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어떤 첨단 고유 기술을 보유했을까요? 최근 배달 로봇개발이라는 홍보용 프로젝트 외의 고유 기술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업으로서의 오퍼레이션도 엉망입니다. 배차나 추천이 마치 AI 알고리듬인 듯 설명하지만, 그런 시스템 없습니다. 여전히 "100% 외주"를 주는 고객센터에서 모든 트랜젝션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줍니다. 건의나 고객의 목소리도 "우아한 형제들" 본사에서 수집하는 안내는 볼 수 없습니다. 판매 시점 관리도 없고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 "Voice Of Customer"를 수집해 서비스나 시스템에 반영하는 애자일이 일어날 수 없는 증거입니다. 아마 고객의 소중한 고유 정보만 수집해서."데이터 분석"이라고 말할 듯합니다. 그 보안은 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는 동안 자영업자들은 배달수수료 부담이 되고 그 부담을 소비자와 고스란히 나누어 생계 물가상승의 요인을 만듭니다. 프랜차이즈 사업, 체인 스토어와 다를 것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 됩니다. 주점 "투다리"사장님은 손님, 건물주, 본사, 배달앱 까지 갑만 늘어납니다. "사장"이라는 호칭이 좋지만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배달앱 창업자는 "스타트업 유니콘의 신화"가 되고, 어마 어마한 주가 실현으로 꿈꾸던 엑시트-Exit(스타트업들이 소위 성공의 "목표")를 합니다.기부천사로 거듭나 언론 기사를 도배하며 말이죠. 이것이 대한민국 "혁신"의 현주소입니다.
"스타트업은 1유로를 수백만 유로로 부풀릴 수 있는 마법이다. 물론 그 마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말이다. 스타트업은 약속이고, 유혹의 소리이며, 욕망이고, 현재다. 또 이득이자 손실이기도 하고, 동시에 거짓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고, 모든 것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은 사람들로 하여금 거기 참여하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금융가들에게는 이상향이고, 투자자들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낙원이다."
-<스타트업의 거짓말> 요헨 칼라-
반론자들이 이야기합니다. 스타트업 혁신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것이고, 기술보다는 하고자 하는 열망을 구현하는 새로운 기업 생태계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오늘만 살고자 한다면 말이죠. 제가 "데이터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한 근본적인 동인은 사실 이 결말에 있습니다. "플랫폼"이라는 환상과 어이가 없는 "벤처 기업 인증제"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무대책 지적에 무작정 청년들에게 열망을 부추겨, 그럴싸한 "스타트업 창업"으로 내몰고 있습니다(열정페이가 열망페이로). 하지만, 참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룩소" 이곳도 "플랫폼"이라는 주석이 있길래 발끈한 마음 반, 걱정의 마음 반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배 아파서 그럴 수도 있고, 꼰대라서 그럴 수도 있으나 저는 주장을 굽힐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IT에서 사용하던 것이었습니다. 시스템이 복잡성을 띄면서 응용 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는 기초를 이루는 컴퓨팅 기술 집합을 의미합니다. 쉬운 설명으로 PC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플랫폼의 예로서 윈도 95와 매킨토시를 들 수 있으며, 대형 서버나 메인프레임에서는 IBM의 System/390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위에서 각종 응용프로그램이 플러그 인/아웃되면서 활용의 가치를 높여 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플랫폼"이라는 게 "기업"의 형태로 가능할까요? 새빨간 거짓말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세칭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은 "O2O 비즈니스"의 잘못된 지칭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되려면 "O2O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맞을 것 같습니다. 기반이 되는 "플랫폼"은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첨단 기술 플랫폼"을 기대해 봅니다. 이 첨단(Edge-Technology)은 생각의 끝 지점으로 인류가 생각한 것의 맨 앞을 의미합니다. 생각의 끝 지점이지 배움의 끝 지점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해야 알 수 있습니다.
"솔루션"을 강조하면서 결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룩소 베타 프로젝트 이후라도 공간이 있다면, "대안의 제시"가 되는 스핀 오프, 혹은 딥 다이빙 콘텐츠를 올리겠다고 스스로 약속해 봅니다. 그 안에는 "기술 스타트업 육성", "디지털 대변화를 위한 일자리 조성", "정보기술 생태계 제언". "정책 및 사회적 운동" 등을 대선 공약이나 정책 실현 가능성과 함께 담아 볼까 합니다.
*형질전환
transformation 形質轉換
: (완전한) 변화[탈바꿈], 변신
외부로부터 주어진 DNA에 의하여 생물의 유전적인 성질이 변하는 일을 말하는데 1928년 영국의 그리피스가 폐렴쌍구균(肺炎雙球菌)을 이용하여 실시한 실험이 계기가 되어 발견되었습니다. 폐렴쌍구균·대장균 등의 박테리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며 최근에는 많은 실험을 통하여 식물이나 동물 등에 새로운 유전자를 이식한 형질전환 생물들이 탄생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transformation"이라는 것이 대전환이라는 개념으로 가능할까요? 진정한 트랜스포메이션은 "변장"으로 가능한 외형의 바꿈이 아닌, "변신"이 되어야 가능한 형질의 "탈바꿈"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Digital Transformation은 "디지털 대변환"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래의 먹거리, 일자리가 되는 그런 대변환이 필요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