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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Jun 15. 2020

황금만능주의와 자존감


돈이 절대적인 최상위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경제력만 가지고 그 사람의 전체 가치를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없는 사람 무시하는 풍조’가 생겨난 것입니다. 사람의 겉만 보고 그 사람을 다 봤다고 생각하는 근시안이 전염병처럼 퍼졌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은 물질주의적인 타인의 말에 쉽게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원래는 떳떳하게 살다가 남에게 상처 입고 위축되는 경우도 있고, 원래부터 위축되어 있다가 남에게 더 깊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이라는 것 때문에 원래부터 위축되어 있던 사람은 돈에 집착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가정교육을 받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은 어떻게든 돈이 많고 봐야 한다.

돈 없으면 순식간에 별 볼 일 없는 사람 된다.

돈 없는 사람들하고 상종하지 마라. 가난은 옮는 거다.

너는 어떻게든 돈 많이 버는 직업 가져야 한다.

사람들 전부가 돈 보고 인사하지, 사람 보고 인사하냐.





물론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돈을 무시하라거나 배척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돈을 어떤 자리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밀도와 안전성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일은 온갖 변수로 가득합니다. 피치 못한 사고 때문에,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걸 잃게 되는 순간을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상실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옵니다. 그런 때 자기 소유와 자기 가치가 연동되어 있으면, 사람은 사회적인 실패 때문에 정신적인 파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망한 것은 인생이 아니라 일일 뿐인데, 본인은 일이 아니라 인생 전부가 망했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겉모습, 나의 재력은 나의 진정한 가치를 내포할 수 없습니다. 내 진정한 가치는 내 안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이것은 무엇으로도 훼손될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을 진심으로 믿으면, 사람의 허리가 금세 곧아지고, 그 어깨가 쫙 펼쳐집니다. 남들이 주위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그 사람은 그 말에 지지 않습니다. 그 말과 싸우지도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저 자기 길을 열심히 걸어 나갈 뿐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거 하나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주머니에 든 것이 있어야만 든든해지는 게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정신과 마음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에고이거나 자존심일 것입니다.


자존감을 가지면 언제, 어디서든, 무엇으로든 풍족하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자존감 있는 사람은 근본적인 만족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얘기가 쥐뿔도 없는 사람의 자기합리화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자존감 하나로 이미 풍족함을 느끼는 사람은 “돈 없으니까 저런 걸로라도 있는 체한다.”는 식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자존감이 정신적인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이것이 실질적인 세계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까요. 실전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할까요.


돈이 아주 많은 사람에게도 인생의 고비가 올 수 있습니다. 어떤 고비는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물리칠 수 없습니다. 돈이 수백억 있어도, 나 싫다고 떠나는 사람을 돌려세울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안 되는 일들이 세상에 꽤 많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일들이 특히나 그렇습니다. 돈 몇 푼 쥐여 준다고 사람 마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는 사람의 진심을 살 수 없습니다. 환심은 살 수 있어도, 진심은 못 삽니다.


돈으로는 그 사람의 역할이나 기능을 잠시 빌릴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관계가 아니라 거래일 뿐입니다.





‘내 가치를 외부에 두어서 그 가치가 늘 가변적인 사람’과 ‘내 가치를 내부에 두어서 그 가치가 늘 일관적으로 가득인 사람’ 가운데 진짜 부자는 누구일까요. 진짜 강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람은 왜 부자가 되려고 할까요. 왜 강해지려고 할까요. 뭐가 어찌 됐건, 사람은 행복해지려고 돈을 쫓습니다. 자기 행복을 오래 움켜쥐고 있으려고, 사람은 강해지고자 합니다.


여기에 돈과 상관없이 매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부자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돈 때문에 오히려 내가 허망하게 살았다.”라고 하나 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은 필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돈이 전부가 될 때, 사람은 돈의 구속과 지배를 받습니다. 그리하여 돈으로 인생의 흥망을 결정하게 됩니다. 실제로 인생 자체가 흥하거나 망한 게 아닌데, 돈으로 자기 인생이 흥하거나 망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돈 많으면 성공한 거라는 것은 일종의 선언일 뿐입니다. 주장일 뿐입니다. 사실은 아닙니다.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남들이 나를 이렇게, 저렇게 보기 때문에, 나는 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일은 ‘나는 평생 남들 시선에 구속받고 지배받으며 살겠어.’라고 다짐하는 일입니다. 자존감은 그 구속과 지배를 영원히 부수어 주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이 글은 자기 계발서 《나 자신을 고스란히 소중하게 : 보통 사람의 자존감 공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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