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릉 장거리 연애, 가깝고도 먼 사이
13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서울-강릉에서 장거리 연애 중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무기한, 지금은 1년 시한부로.
어쩌다 보니 너를 사랑해버린 죄? 아닌 죄로 나는 이주에 한번, 한 달에 두 번씩 서울에서 강릉으로 내려간다. 어렸을 땐 네가 한 달에 한 번씩 3년을 오갔던 그 길을 내가 이제 다닌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슬프고 기뻐서.
어린 네가 한 달에 겨우 6시간 동안 나를 만나겠다고, 용돈 10만 원을 모아 와서 왕복 7시간씩 좁은 고속버스를 타고 다닌 기억은 떠오를 때마다 슬프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기쁘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KTX 특실을 타고, 강릉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호텔에서 2박 3일 동안 너와 맛집 투어, 카페 투어를 해도 되는 그런 어른으로 자라서 너무 행복하다.
그렇지만 장거리 연애는 장점, 단점이 매우 명확해서, 잘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극명히 갈리는 부분이다. 일이나 연락 문제나, 성격, 가치관 등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지라 다들 절대 못한다는 반, 가능하다는 반으로 나뉜다.
일단 우리는 둘 다 자영업자라 각자 엄청 바쁜 시간 외에는 카톡, 통화, 영상통화가 매우 자유롭다. 가게에서도 심심하면 뭐하나 연락하는 제일 친한 친구다. 그리고 둘 다 남들한테는 심할 정도로 무뚝뚝한데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는 애정표현은 과할 정도로 잦게 하는 편이다. 서로의 믿음을 주는 말과 행동들 덕분에 자주 보지 못해도 힘들지 않다.
대신, 각자의 취미 시간, 운동 시간은 보장해준다. 또, 둘 다 술을 먹지 않아서 한 달에 한번 정도 있는 친구들 모임 같은 것도 신경 쓰일 것이 없다. 바람은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애초에 우리는 의심하는 성격이 못 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장거리 연애 따위 우리에게는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이 들던 중 내가 코로나에 걸렸고, 덕분에 오랜만에 한 달째 못 만나는 중이다. 아프고 힘들때는 가까이 없는 게 아쉽기는 하다.
티격태격 별거 아닌 이유로 사랑싸움을 하더라도 금방 달려가 화해할 수 있는 다른 커플들과 달리 우리는 싸우고 나면 2주를 기다려야 만난다. 화해를 하더라도 마주보고 바로 부정적인 감정을 완전하게 해소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동갑이라 친구같은 사이지만 장난이라도 서로 예쁜 말만 해주곤 한다.
우리는 매일 수십 개의 문장과 사진, 수십 분의 대화로 떨어져 있는 200Km 거리를 채워나간다. 1년 후 우리가 함께 살게 되면 분명 지금의 그리운 마음들은 멀어질 것이다. 나중에는 서로의 존재가 당연해지게 된다 해도, 우리의 시작은 당연하지 않았기에. 항상 같이 살아감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그럴 때는 너랑 이 글을 꺼내 먹으며 우리의 추억을 되새김질해봐야지. 앙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