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떨어져 있었지만 오히려 더 비슷해진
18살의 나는 하늘에 닿고 싶은 외고생이었다.
S.K.Y 서연고 서성한 명문대에 가는 것이 목표였던 내가 동갑내기 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둘 다 기숙학교를 다녀서 공부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너는 요리사가 꿈인 아이였고 우리의 미래에 접점은 보이지 않았다.
너와 내가 대학을 가고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인서울 인문대에 입학한 나와, 그 지역의 전문대 조리과에 입학한 너는 너무 다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상관없이 좋았다. 그냥 너니까.
아직은 수능점수, 학교랑 학과가 제일 대단한 스펙 같아 보이던 나이었으니까 동기들이랑 남자 친구 얘기가 나오면 다들 날 신기하게 보기도 하고, 의문을 갖기도 하고 그랬다. 상관없었던 순간도 있고 아닌 순간도 있었지만 나는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았던 사람이라 나한테는 그냥 별거 아닌 순간들이었다.
결국 우리가 헤어졌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니라 군대 때문이었으니까.
그런 우리가 10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보니 오히려 비슷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로 나는 케이크를 만들어서, 너는 요식업으로 먹고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둘 다 10년 사이 영어권 국가에서 잠시 살다 오고, 여행 경험이 또래에서는 많은 편에, 액티브한 취미 활동까지 비슷했다. 우리는 심심풀이로 해본 MBTI 마저 똑같았다.
더 놀랐던 건 서로 생각했던 가정을 이루는 가치관, 자식 교육관, 종교, 정치, 윤리적 사상에 대한 가치관이 두루 비슷한 거였다. 사실 내가 그동안 결혼은 남의 일로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인생의 동반자 혹은 육아 파트너로 적합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내가 생각해도 내 생각과 가치관은 보통의 사람과는 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는 그저 내 말에 맞장구치는 게 아닌, 먼저 너의 생각을 말해주었는데 그걸 듣는 내내 정말 이상하게도 내 반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이 같은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어떻게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긴데도 비슷한 삶을 살게 된 걸까 우리는.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서 가끔 나와의 다른 점을 발견할 때면, 우리도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커플이라는 게 느껴져서 아주 살짝 서운하다가도, 내가 사랑에 빠져서 참 유치해졌다 싶어 웃기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도 있는 글에 이런 어린 감정을 공개하려니 부끄럽지만 또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해 행복하기도 하다.
너도 그럴까?
결혼은 먼 얘기, 출산은 남 얘기라고 생각했던 내가
취향, 성향, 기질이 비슷한 사람과 미래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해.
글을 마치면 꼭 전화해서 말해줘야겠다.
“고마워, 나랑 비슷한 사람으로 자라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