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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하 Jul 09. 2024

어른이 되는 수습 기간이 끝나갈 때

노는 게 제일 좋아


어른.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그래서 '어른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생각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먹는 나이 말고,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어른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요즘 꽤 많이 든다.


나이가 어려도 성숙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많아도 '저 사람처럼 살지는 말아야지'의 '저 사람'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점에서 아마 어른이란 나이와는 꽤나 상관이 없지 않을까?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겪은 경험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은 배움은 매우 크다. 우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숙해지고, 성장한다. 그래서 대체적으론 나이가 많으신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배움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이에 따라 갖추길 바라는 인간성의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제재하지 않는 부모에겐 '부모는 그러면 안 되지'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지 않을까.


스무 살이 되면, 법적으로 우리는 어른이라고 칭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 사회가 스무 살을 '진정한 어른'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스무 살 때의 나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는 것 하나 없는 천방지축 어린아이였던 것 같다. 부모라는, 학교라는 품에서 나와 이제 막 사회에 걸음마를 뗀 아이 같은 존재. 그래서 조금은 불안정해도 괜찮다. 막 취업을 한 신입에게도 우리는 완벽함을 바라진 않는다. 조금은 서툴러도, 조금은 실수해도 다들 유하게 넘어가고 가르친다.


법적인 어른과는 달리 이십 대의 우린 여전히 아직은 더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다.









이제 곧 서른을 앞두고 있는 나는 꽤나 심란하다.

스무 살이 지나면 자유를 누리고 있음에도, 대학생이란 이유로, 사회초년생이란 이유로, 신입사원이란 이유로 어느 정도는 책임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젠 그 책임이란 존재가 조금은 더 짙어지는 느낌이다.


어른이 되는 수습 기간이 끝나갈 때.

 

요즘 내 상황을 참 잘 표현해 준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직장에서도 신입사원 때처럼 어벙벙 있을 수 없다. 내게 주워진 일은 똑바로 처리해야 하고, 내게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 내게 불합리한 일이 발생했을 때도 그저 부모님을 찾을 수는 없다. 상황을 판단하는 것도 나고,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나다. 요즘은 한창 투자 공부를 하고 있다. 크게 돈을 굴릴 수는 없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도 스스로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이 기간에는 인간적인 도리와 이성, 책임 역시 포함된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실수를 해도 똑바로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일정한 친절함은 가지고 있되, 바보같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로 조그마한 아량을 구할 수는 없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서른 살을 두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직 부모에게는 한없는 어린아이이고, 사회에선 기존의 룰을 깨는 MZ 세대이며, 친척들에겐 이제는 곧 결혼해야 할 존재라는 것. 회사에서는 아마 이젠 자기 몫은 해내야 하는 직장인이 아닐까? 하지만 스스로가 보는 나는 여전히 가만히 침대에 누워 유튜브 하는 게 제일 좋다. 퇴근 후 엄마한테 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떠드는 게 제일 좋다.


어렸을 때보다, 학창 시절보다, 스무 살이 막 지났을 때보다, 요즘이 '나'라는 존재가 제일 다양한 시기 같다.


밖에서는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는 멋진 직장인인 나.

친구들과 함께일 때는 여전히 사소한 것 하나에 깔깔 웃으며 어린아이가 되어버리는 나.

집에서는 다 늘어난 잠옷을 입고 부모님에게 투정이나 부리는 나.


뭐, 그래도.

무엇이 되었든 모두 '나'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수습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나도 괜찮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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