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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Aug 17. 2015

“제주는 푸르다” {1st day}

2박 3일 제주도 여행

  1년반만이다. 다시 제주를 찾은 날은 여름 한 가운데로 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게 흥분과 설렘을 안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이리저리 둘러본다.



  숙소는 해변이 보이는 바닷가도 아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곳도 아닌 '김영갑 갤러리'로 알려진 '두모악'이 가까운 조용한 마을에 자리한 팬션으로 정했다. 이름하여 '제주집(Zezuzip)은 두채가 나란히 붙은 팬션이다.


  널찍한 테라스랄지, 뒷마당이랄지 숙소 내부도 좋았지만 밖에 보이는 보리밭을 가만히 앉아 보기에 너무 좋았다.

가끔씩 불어 오는 바람에 물결이 치는 듯 고개를 흔드는 모습, 집을 둘러 싸고 있는 크고 작은 나무에서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그늘 아래 비치체어에 깊숙이 몸을 묻고 한동안 이 전경을 눈에 담았다. 초록빛 물결이 이는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첫날은 '산굼부리'를 갈까 했었는데, 어김없이 찾아 온 피로에 엉덩이는 무거웠고 앉아서 쉬기로 했다. 그리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성산읍으로 향했다.



  '제주 흑돼지 연탄구이'

성산읍 해변에 있는 가게는 고기 굽는 냄새와 바닷냄새가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해무는 왜 그렇게 심한지 여기가 바닷가라는 건 짠내와 멀찍이 들려오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내는 소리 뿐이였다.

처음 먹어 본 흑돼지 구이는 훌륭했다. 육질도 좋고, 비계는 느끼하지 않았다. 껍데기는 바짝 익히면 쫀득한 식감과 고소함이 입안에 퍼진다.


  실컷 배 부르게 먹고, 땅콩 막걸리와 안주거리를 한아름 안고 돌아왔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풀벌레 소리와 풀내음이 가득한 밤이 깊어 갔다.



{이 짧은 여행기는 3편으로 나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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