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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hind you Jun 10. 2019

고양이 이야기

집사 입문자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태어나서 한 번도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전생에 고양이었다고 믿는 사람을 만나 살게 되면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고양이 3마리와 전생에 고양이라고 믿는 사람 2명. 총 5마리(명)와 많은 털을 휘날리며 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뻐서' 고양이를 키워볼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공유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1. 알레르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겐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려인 84.1%가 반려동물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을  '가족 구성원으로서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감'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는 대상이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약 35~45%가 피부,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첫 고양이와 동거할 때 호흡기 쪽에 문제가 있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다음 입양 땐, 병원에 가서 140여 가지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았 특이반응 없음 소견을 듣고 키우기 시작했는데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네요. 병원에 문의하니 알레르기 원인은 너무 다양해 현재 존재하는 검사로 모든 부분을 스크리닝 하기는 어려울 거라 합니다.


반려동물이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반면 '육체적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시고, 가능하다면 입양하려는 반려동물과 며칠, 혹은 몇 시간이라도 같이 지내보세요.      


2. 비용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처음 집에 데려오면 화장실 및 관련 도구, 식기류, 캣타워, 장난감 등이 필요합니다. 이밖에 고정비용으론 사료와 화장실 모래, 간식류 구입을 해야 하고, 한 달에 한번 심장사상충 약을 먹여야 합니다. 이 밖에 광견병 등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중성화가 안된 경우 중성화 수술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감기에 걸리거나, 사료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요. 아마도 사람이 병원에 가는 이유만큼 고양이가 병원에 가야하는 원인도 많을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는 14만 5천 원이다. 한 편 반려동물을 키우는 서울시민 중 그만 키우거나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경우가 40%였는데, 가장 어렵다고 느낀 점은 '관리비용이 많음'이었다. 2014년 이후 년간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17년 유기된 동물은 약 10만 마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니 경제적 상황을 잘 고려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파양이나 유기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실행한다면 아마도 오래도록 마음에 짐이 되어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반려동물과 스스로를 위해 '비용'문제를 한 번 더 계산해 보세요.


3. 수면

반려 동물이 이쁘고, 좋아도 잠을 자는 순간에는 함께하지 못할 수 있을 겁니다. 털이나, 냄새 혹은 기타 행동들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첫 고양이와는 함께 잤는데, 컨디션에 따라 이불에 소변을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불이 한 채밖에 없어 곤란한 상황이 생겼고, 몇 번 반복해서 겪다가 함께 자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봄은 그럭저럭 지났는데 여름이 되니 곤란한 상황들이 생기네요. 베란다에 두자니 창문을 열 수 없고, 방문을 닫고 창문만 열어 두기도 어려웠습니다. 고양이는 머리만 밀어 넣을 수 있는 틈만 있으면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침실엔 창문, 방문 모두 닫고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인데.. 예상 못한 지출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



반려 동물과 동거를 시작 전에 수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략 고민을 해보세요. 갑자기 예상 못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4. 기타

-평소보다 청소를 두 배 이상 많이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털은 쓸어도 쓸어도 또 나옵니다.

-캣타워를 두어도 가죽 재질 물건이나 천은 쉽게 긁히고, 찢길 수 있습니다. 좋은 소파는 포기하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중요한 문서는 꼭 따로 챙겨 두세요. 아침에 파쇄되어 있는 문서를 보고 비명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컴퓨터 작업할 때 키보드를 누르는 경우가 많으니 자동 저장을 짧은 단위로 활성화시켜 두세요.

-전선 씹는 것을 저희 집 아이들은 아주 좋아하네요. 특히 전력량이 높아 전선이 굵을수록 더 좋아합니다. 플라스틱 코일 케이블을 씌어 두면 더 이상 관심 없어합니다. 합선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전선을 보호 케이블로 꼭 지켜주세요.

-나무, 종이, 박스, 플라스틱... 제 경험으론 금속 종류를 제외하곤 다 씹거나, 씹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물건은 잘 챙겨두세요.

-고양이 화장실은 개체수 + 1을 많이 권하시네요. 매일 청소해 주는것이 좋다고 합니다.


5. 마지막으로..

냥줍을 하게 되는 경우 위에 언급한 모든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없이 동거를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냥줍을 해서 키울 생각이라면 본인의 알레르기 검사를 먼저 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운 아이에게 첫 번째로 해주어야 할 일은 병원에 데려가는 일입니다. 각종 검사와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며칠 동거하다가 원위치로 돌려두면 대부분의 경우 어미는 더 이상 사람 손이 타버린 아깽이를 돌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려동물로 생존하는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야생 고양이는 3년인데 사람과 잠시 동거하고 버려진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 예상됩니다.


집사가 되기로 결정하셨다면 본인의 건강상태와 고양이의 건강상태, 그리고 앞으로 투입될 비용을 잘 고려하셔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상암동엔 '서울 동물복지 지원센터'라는 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구출, 구조된 동물이나 유기동물을 보호하다가 일반인에게 분양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멀리서 지켜볼 수도 있고, 입양 계획이 서면 해당 동물을 직접 만나서 일정 시간 같이 지내볼 수 있습니다. 냥줍보다는 초기에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중하게 결정하시라고... 어쩌다 보니 집사로서 고단함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세상 혼자라는 생각 들어 털썩 주저앉아 있을 때..  큰 동공으로 쳐다보며 옆으로 살금살금 다가와 손등을 핥짝 핥짝 까끌하게 핥고. 북실북실 부드러운 얼굴로 부비부비 문지릅니다. 무심한듯 궁금한 표정으로 냐아앙. 한 번 불러주십니다.


알레르기 따위 약 먹고 견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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