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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hind you Sep 30. 2021

죽지 않고 자전거 타는 법

제목이 과격하지만, 실제로 자전거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 행정안전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2771명이 자전거 사고로 사망했다. 다행히 사망률이 줄고는 있지만, 가장 최근 자료인 통계청 2020년 조사를 보면 한 해 동안 178명이 죽었다.


환경 걱정보다.. 안정적인 출퇴근을 위해 2019년부터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출퇴근은 전기자전거, 지방여행은 접이식 자전거 그리고 그 사이사이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탄다.


2020년 코로나 이후 자전거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 기간 통계는 집계 전이라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7000km 정도를 자전거로 이동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다. 특히 전기 자전거 이용자 증가 비율이 더 높아 보인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보다 전기자전거를 택했을 수도 있고, 효용성이 점점 알려져 확산 속도가 빨라졌을 수도 있겠다.


교통수단 그리고 약간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무섭다. 그래서, 무엇이 두려운지 정리해봤다. 몇 가지만 지켜 자전거를 탄다면 좀 더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고, 생존율도 증가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이용 따릉이 '새싹이'

1. 가장 두려운 라이더. 어린이와 따릉이.

한강 자전거도로엔 많은 자전거가 오간다. 40km 이상 속도로 달리는 로드바이크, 2~30km로 달리는 전기자전거, 그리고 10~15km로 달리는 따릉이. 여기에 더해 2~40km로 달리는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케이트 보드 라이더가 있다. 현재 운용되는 따릉이는 3단 내장기어를 갖추고 있고, 유사한 성능의 자전거보다 무게가 더 나간다. 그래서 신체 능력이 매우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위와 같은 수준의 평균속도로 이용한다.


문제는 다른 자전거들의 평균속도가 빨라 따릉이를 추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따릉이 이용자의 경우 자전거 이용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집단 라이딩을 하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의 경우 속도위반을 제외한다면 기본적인 자전거 이용 프로토콜을 숙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따릉이 이용자는 언제 급정거를 할지, 방향 전환을 할지, 유턴을 할지 예측이 어렵다. 가장 위험한 상황 중 하나가 뒤에서 전속력으로 추월하려는데 따릉이가 제자리에서 급정거 후 유턴을 시도하는 경우다. 자전거와 자전거가 충돌하는 사고 3688건 중. 정면충돌은 193건, 추돌은 169건인 반면 측면 충돌은 1989건으로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사고 유형이다. 이런 측면 충돌 사고는 발생비율보다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최악의 사고인 것이다. 어린이 운전자의 예측불가성은 상상에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무조건 속도를 줄이고 방어운전해야 한다.


기억할 것: 안전모, 수신호, 정지방법

자전거 이용자 중 수신호를 사용하는 비율은 10%가 채 못 되는 것 같다. 좌회전, 우회전 방향을 바꿀 때 자신이 이동할 방향으로 핸들을 꺾기 전에 손으로 그 방향을 미리 알려주면 뒤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자신의 안전을 그만큼 담보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고 차로 변경하면 불법인데, 자전거엔 방향지시등이 없으니 손을 이용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이동할 방향으로 팔을 뻗어도 되고, 손가락으로 콕 가리켜도 된다. 뒤 운전자의 진로까지 고려한다면 등 뒤에서 손을 이용해 진행 방향을 알려 줄 수도 있다. 유턴을 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도로 오른쪽에 붙어 서서히 속도를 줄여 완전 정지/하차 후 앞, 뒤로 오는 자전거가 없는지 확인하고 방향을 돌려야 한다. 이때 하차한 상태여야만 위급상황 시 자전거를 버리고 재빨리 도로에서 이탈하기 쉽다. 횡단보도 건널 때 하차 후 건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안전모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비라 두 번 강조할 필요는 없겠다.

따릉이 야간 주행


2. 스텔스와 대머리 독수리

사람들의 시각능력은 다르다. 눈이 정확한 초점을 잡아내는 시간과, 암 적응하는 시간도 다르다. 초점 확보와 암 적응 시간은 보통 노화로 인해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수정체의 기능은 떨어지며 동공도 충분히 열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의 경우 동공이 열릴 수 있는 최대 지름이 7~8mm인 반면 70세가 되면 3~5mm밖에 되지 않는다.


밤에 주행하는 경우 자전거에 앞, 뒤에 전등을 설치해야 한다. 도심의 경우 기본적인 조도가 확보되는 경우가 많으니, 길이 보이지 않아 주행 등 목적보다 맞은편에서 오는 라이더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신호를 주는 목적이 더 크겠다. 아무런 불빛 없이 질주하는 스텔스 자전거 보다 작은 깜박임이라도 있는 자전거가 몇 배 눈에 잘 띈다. 서로 방어운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다만, 전등은 적당한 조도와 적절한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 모터사이클처럼 밝은 조명이 맞은편 라이더 눈에 바로 쏘이면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암 적응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년 이상 사람들은 몇 초간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대머리 독수리 운전자들은 붙잡고 개선을 요구하려 해도 이미 소리쳐도 들리지 않을 거리로 멀어졌다. 가해/피해 운전자 중 40대 이상 연령대가 절반이 넘는다. 가장 사고가 적은 연령대는 31~40세인데 신체능력이 어느 정도 온전하면서 안전욕구가 점차 증가할 연령대인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마흔 넘어 신체능력 떨어지고, 노안에, 초점 맞추기 힘들고, 암 적응 시간 길어지면 여러 대응이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3. 각자의 사정

자전거 이용자의 목적은 이동수단, 운동, 레저 등이 섞여있을 것이다. 긴 이인용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아빠와 동네 마실 나온 아이, 친구들과 저녁 산책 나온 청년, 하루 100km씩 이동하며 국토 종주하는 동호회 사람들 그리고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자출족. 이중 위탁인에게 아이나 노부모를 받기 위해 정해진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급할 것 같다. 또, 장거리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의 경우 탈진 상태로 판단력이 흐려져 대응 능력이 떨어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만, 어떤 자전거는 조만간 수리를 맡겨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보통 자전거 도로는 시속 20km로 다녀야 하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안될 일이지만 음주운전자도 많다. 대형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런 모든 상황이 급진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 상 ‘자동차’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자전거 사고는 ‘교통사고’로 구분되며 최근 10년간 전체 교통사고 중 자전거 사고 비율은 6.16%이다. 많은 사고가 발생하지만, 자전거는 아무런 자격이나 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 생각된다.  


코로나 특수로 작년 가을부터 비교적 맑은 하늘을 보며 달렸다. 걸으며 보는 풍경과, 차에서 보는 바다와 산, 그리고 자전거로 느끼는 공기는 각각 다르고 즐겁다. 좀 더 오랫동안 여러 라이더들과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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